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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tle Creatures Jun 08. 2021

일상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날씨도 맑아 놀러 가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따지고 보면 놀러 가기 나쁜 날씨는 없습니다. 더우면 더운 데로 추우면 추운 데로, 맑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놀러 가지 못할 날씨는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일하기 좋은 날씨가 없는 것처럼...




시기:2004.11 / J:1.2살 / 장소:한국


얼마 전부터 퇴근하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맛이 기가 막힙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부서 단위 또는 마음 맞는 동료 단위 또는 아무 이유없이 한 잔 등 회식자리가 많아서 집에서는 술을 안마셨는데, 이번 회사는 회식이 로 없어 가끔 집에서 맥주 한잔씩 마시기 시작한 것이 이젠 거의 매일 저녁마다 생각이 납니다.


맥주 안주로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3캔에 2천 원 하는 번데기 캔을 사 왔는데, 양도 적당하고 취향저격 당해서 요샌 안주로 번데기를 먹는지 번데기를 먹으려고 맥주를 마시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번데기의 꼬들꼬들한 식감과  향취 그리고 국물까지 버릴 게 없습니다.

[귀엽게도 잡니다]

J 이넘

요샌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입에 뭐라도 넣어줘야 하는 넘입니다.

소파에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 스타크래프트 게임방송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 내 주위를 괜히 어슬렁거리며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러다 가끔 손으로 맥주를 가리키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어. 어. 어" 합니다.

한잔 달라는 뜻이지요

술은 어릴 때 아버지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젓가락을 맥주에 한번 담갔다가 입에 넣어 주었습니다. 

잠깐 찡그리고는 좋아라 하면서 엄마에게 아장아장 걸어가다가 살짝 주저앉습니다.

엄마는 술에 취했다고 해석합니다.


바로 혼나고, 이제는 번데기 국물을 찍어서 입에 넣어줍니다.

반응은 똑같았습니다.

근데 "어.어.어" 하는 빈도가 점점 많아집니다. 좀 귀찮습니다.

이번에는 번데기를 반으로 나누어 입에 넣어주었더니 한 참이나 있다가 옵니다.

이것도 잠시...

이제는 아예 내 무릅걸터 앉아, 부담스럽게 내 눈을 쳐다보며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요새는 맥주 한잔 하려면 번데기 캔 두 개를 까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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