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논이 호수가 되었다
집앞 논에 물이 찼다.
논이 호수처럼 하늘과 땅을 비췄다.
시골의 봄은 이런 모습이었구나..
들에서 빨갛고 노란 꽃이 피고
나무에서 연초록 새싹이 돋아나고
논에는 물이 가득 차 집앞이 호수가가 되었다.
회색 도시, 유리 빌딩, 검은 아스팔트..
도시의 계절에는 변화가 없다.
그나마 인도에 가로수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시골에서 처음 맞이한 봄은 그 어느 때보다 푸르렀다.
시골의 계절은 다채롭고 변화무쌍했다.
푸른색 잎과 빨간, 노란색의 꽃들
짹짹 새소리, 월월 짓는 개소리, 개굴개굴 개구리
향긋한 아카시아 꽃향기와 은은한 밤꽃 향기
시골의 계절은 색과 소리와 감각으로 느끼고 만지고 맡을 수 있었다.
원래 봄은 이런 모습이었구나.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름엔 벌레가 많고 겨울은 춥다.
쓰레기 버리러 가는 곳도 멀고
편의점도 차 타고 가야 한다.
도시 사람들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텃세까지..
불편한 걸로 따지면 시골과 도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골에 내려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스템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것처럼
반도에만 있다가 대륙을 밟은 것처럼
교복에 두발 규제를 벗어나 캠퍼스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처럼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오니
삶의 지표가 새로운 나침반을 만난 것 같다.
그동안 나는 경쟁 사회 속에서 꽤나 치열하게 살았다.
재수 삼수해서 겨우겨우 대학에 들어갔고
그 치열하다는 5대 대기업에 들어갔다.
군대도 의도치 않게 면접 경쟁(?)을 뚫고 서울 서초에서 군생활을 했다.
나는 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경쟁은 나를 자극시키고 발전시킨다."
여의도에 위치한 회사 빌딩에서 한강을 내다보며 나는 종종 생각했다.
'나는 나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앞으로 가야할 곳은 어디지....? 저기 팀장님 자리로는 가고 싶지 않은데...'
말은 못했지만 회사를 다니면 다닐 수록 나는 점점 길을 잃고 있었다.
좀 더 나를 돌아보고, 마음에 충실했다면 어땠을까..?
돌이켜 생각 보니 그렇게 빡세게 살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최선을 다했지만 너무 빨리 소진되었다.
너무 열정을 쏟은 나머지 너무 일찍 부러졌다.
후회는 없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총량은 같으니까.
빨리 달리든, 많이 달리든 각자의 엔진마다 수명은 비슷하니까..
이제는 호수의 배처럼 노를 저으면서
천천히
꾸준히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살고 싶다.
내가 나를 돌아보고
가족을 돌아보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마주 보며 살고 싶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가 살아가는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