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은 땅이 좌우한다. 구매 전 꼭 체크해야 할 요소
시골집을 고쳐 사는 모습을 생각하면 왠지 낭만적으로 들린다.
한적한 시골에서 나의 힘으로, 내 마음대로 집을 고쳐서 살면 그만한 낙원이 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시골집을 구할 때는 낭만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매우 이성적이어야 할 것 같다. 낭만이란 건 아무 문제가 없을 때 낭만적이지 집에 문제가 생기면 머리 아픈 골칫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골집을 구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문제는 줄이고 낭만은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시골집을 구할 때는 반드시 그 집의 땅을 봐야 한다
시골집을 구할 때 많은 사람들이 집 자체(건물)만 보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얼마나 저렴한가?', '어떻게 수리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반면, 집을 둘러싼 토지와 주변환경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물 내부는 돈을 들여 고칠 수 있지만 외부적인 것은 내 의지만으로 바꿀 수 없는 요소다. 시골집의 외부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을 지탱하고 있는 땅과 집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다. 이 장에서는 시골집을 구할 때는 반드시 점검해야 할 땅에 대해서 우선 알아보고자 한다.
시골집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그 집이 세워진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땅의 특성은 집의 활용도와 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땅이 잘못되었을 경우 땅에 세워진 집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땅은 매우 중요하다. 시간과 돈을 들여 집을 수리해 놨는데 땅에 문제가 생기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진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그 집이 세워진 땅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시골집을 구매할 때 피해야 할 땅 유형 세 가지를 꼽아 보았다.
피해야 할 땅 유형 3가지
1. 맹지 :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땅
2. 물린 땅 : 남의 땅을 침범한 토지나 집
3. 대지가 아닌 땅 : 대지가 아닌 논·밭(농지) 위에 지어진 집 (토지 용도)
첫 번째, 맹지는 피해야 한다. 맹지란 주위가 모두 다른 사람 소유의 토지로 둘러싸여 도로에 접하는 부분이 없는 토지를 뜻한다. 도로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 나중에 진출입 문제로 토지 소유권자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땅이 공용 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은 맹지는 피해야 한다.
예시로 아래 사진을 살펴보자. 아래 집은 대문이 도로 쪽으로 나 있어 실제로 보면 맹지처럼 보이지 않는다. 밖에서 보면 도로에서 바로 들어가는 대문이 나 있고 대문을 통해 사람들이 다니기 때문에 진입로가 확보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적도로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적도에는 토지 경계선과 토지 용도를 볼 수 있는데 16번 집(핑크색 줄)의 경우 땅이 도로와 닿아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대문이나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진입로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맹지다. 현재는 앞집(11번) 땅의 일부를 대문으로 쓰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앞집이 재산권을 주장하거나 주인이 바뀌게 되면 대문을 허물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집을 볼 때는 지적도를 함께 보자. 지적도를 보면 이 땅이 도로에 맞닿아 있는지, 집이 다른 사람 땅을 침범하고 있지는 않은 지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지적도(지적편집도)를 보는 방법
지적도는 <카카오맵>이나 <네이버지도>에서 간단하게 볼 수 있는데 지도 앱을 켜고 아래 화면대로 따라 하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물린 땅(집)은 피해야 한다.
'물린 땅(집)'이란 자신의 소유 경계를 넘어 남의 땅을 일부 침범한 토지나 주택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남의 땅에 걸친 집' 또는 '경계 침해 주택(또는 토지)'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간단히 '물린 땅' 또는 '물린 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다.
시골의 땅은 도시처럼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건물과 벽으로 땅이 구분 지어져 있거나 도로나 인도로 경계가 나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대부분 흙과 나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경계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웃집이나 벽이 있다고 해도 실제 토지 경계 위에 있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지적측량을 통해서 경계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땅이 물린 것만큼 골치 아픈 게 또 없는 것 같다. 경험을 이야기하면 우리 부부가 이사를 왔을 때 이웃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인데 다들 인자하시고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담을 맞대고 있는 뒷집 할머니도 깻잎, 양파, 대파 등 밭에 나는 갖은 채소들을 한 소쿠리씩 주시는 인심 좋은 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집 담이 본인 땅을 물고 들어 왔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담이 그렇게 쳐져 있어 자기가 말은 안 했는데 어깨정도 넓이만큼 담이 들어와 있다고 하셨다. 할머니께서는 전혀 의도를 가지고 말하신 게 아니라 기분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구전동화처럼 '옛날부터 그렇게 담이 쳐져 있었다. 그런데 좀 넘어왔다.'라는 말씀을 하셔서 나도 그런 줄 알고 "아 네 그렇군요"하고 넘겼다. 그런데 두 번 마주치면 한 번은 또 담 이야기를 하셨다.
"옛날에 집 지을 때부터 담이 쳐져 있어 그냥 살았는디 담이 우리 땅을 넘어왔어"
이 이야기를 한 열댓 번 들으니까 마음이 불편했다. 우리 집 담이 남의 땅을 물고 있으니.. 이걸 허물어서 다시 쌓아야 하나.. 그런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하시니 그냥 계속 마음의 짐이 되었다.
그러다가 경계측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00만 원 정도 들여서 토지 측량을 했다. 그 결과 담벼락이 뒷집 땅을 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30~50cm 정도 담이 안 쪽으로 와 있었다. 전혀 침범한 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뒷집 할머니께 알려 드렸다. 그 후에는 담에 대한 구전동화 이야기를 일절 언급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생각만 해도 아찔한 것이 담이 넘어간 거면 다시 담을 쌓으면 되는데 집의 일부가 남의 땅을 물었다면.. 이건 상상만으로도 힘든 일이 벌어진다. 사이가 좋으면 좋은 대로 사는 내내 마음의 짐이 되었을 테고, 집을 허물자니 엄청난 공사가 될 것이기 때문에 토지 분할을 해서 땅을 사던, 돈을 드리던 했을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집 건물이 남의 땅을 물고 있는지 반드시 지적도로 확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세한 것은 경계측량을 해야겠지만 지적도로 대략 살펴볼 수 있다.
✅ 경계측량(경계복원측량)이란 토지의 경계를 정하거나 확인하는 측량으로 토지의 정확한 위치·면적·경계를 측량하고 토지 경계를 정확히 복원하는 측량을 말한다. 측량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의뢰해 이뤄지며 땅의 크기와 필지 수에 따라 측량 비용이 달라진다.
https://baro.lx.or.kr/main.do#slide03
그런데 토지나 집을 구매하기 전에 경계측량을 할 수 없으므로 지도에서 지적도를 확인하는데 보다 자세히 지적도를 볼 수 있는 앱이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스마트국토정보> 앱을 설치하면 자세한 지적편집도를 볼 수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 <스마트국토정보> 앱 다운로드
(안드로이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nsdis&pcampaignid=web_share
✅ 물린 땅 예시
아래 사진의 집(56-5)을 일반 지도를 통해서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집 주변으로 도로가 나 있어 맹지가 아니며 벽을 맞댄 집도 없기 때문에 이웃과 땅으로 마찰을 일으킬 일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지적도로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볼 수 있다.
① 물린 집
집이 다른 사람 땅을 물고 있다. 지적도로 보면 집 건물이 661전, 660전, 659답 이렇게 세 필지에 물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세 필지의 주인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집을 온전히 소유하기 위해서는 660전, 659답의 땅 주인에게 땅을 사야 땅 문제가 해결이 된다. 땅이 정리되지 않은 채 집을 구매하게 되면 나중에 법적으로 소유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집을 철거해야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② 대지가 아닌 땅 위에 집
대가 아니라 전 위에 세워진 집이다. 대(垈)는 집터를 의미하며,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대지(垈地)' 위에서만 주택을 건축할 수 있다. 다만, 농지전용허가나 산지전용허가 등의 절차를 거치면 전(밭), 답(논), 임야(산지)에서도 건축이 가능은 하지만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대지 위에 집이 아니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아래에 이어서 설명하겠다.
땅에도 목적이 있는데 이를 토지 용도 또는 지목(地目)이라고 한다. 땅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을 시골 살면서 알게 되었는데「지적법」에 따른 토지 구분이다. 토지의 지목은 크게 전田(밭), 답畓(논), 대垈(대지), 임林(산)로 대표적인 네 가지가 있으며 과(과수원), 천(하천), 장(공장용지), 목(목장용지) 등 총 28가지가 있다.
시골집은 지목이 대(집터) 외에 전(밭)·답(논)·임(산)에 지어진 집들도 많다. (체감상 더 많은 것 같다.) 집이 멀쩡히 있으니 지목이 대가 아니더라도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목이 대가 아니면 농지전용허가나 산지전용허가와 같은 인·허가 절차를 거쳐 지목을 변경을 할 수 있다. 전·답·임에 지어진 집이라도 거주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①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이 안 될 수 있음
은행은 ‘주택용 토지’(대지) 위에 건축된 집을 기준으로 대출을 실행하기 때문에 지목이 전·답·임야로 되어 있으면 농지·산지로 간주되므로 주택용 담보대출 불가능할 수 있다.
② 미등기 건물일 수 있음
전·답·임야의 경우 땅은 등기가 되어 있어 소유주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주택은 미등기일 가능성이 크다. 건물이 등기가 되어 있지 않으면 미등기 주택으로 법적으로 온전한 소유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또한 등기가 안 되어 있다면 부동산 거래 자체도 법적 효력을 받지 못하며 증여·상속할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집을 구매할 때 등기소에서 법적 권리를 꼭 확인해 봐야 한다.
✔ 인터넷 등기소(하단 링크)에서 부동산 주소를 입력하면 토지와 건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유료)
https://www.iros.go.kr/index.jsp
➂ 무허가 건물일 수 있음
일반적으로 주택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증인 <건축물대장>이 있고 땅은 <토지대장>이 있다. 그런데 전·답·임야 위에 지어진 집은 건축물대장이 없는 무허가 건물일 가능성이 크다. 무허가 건물은 재산으로 인정받지 못할뿐더러 과태료와 강제 철거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절대 거래를 피해야 할 집으로 간주된다.
건축물대장이 있는 경우라면 적법하게 허가를 받고 건축된 집으로 보기 때문에 건축물대장이 있는지 없는지 꼭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 정부24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발급(열람)이 가능하니 반드시 확인하자.
https://www.gov.kr/mw/AA020InfoCappView.do?CappBizCD=15000000098
이번 장에서는 집을 볼 때 피해야 할 세 가지 유형의 땅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첫째, 맹지 : 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는 땅
둘째, 물린 땅 : 남의 땅을 침범하고 있는 땅이나 집
셋째, 대지가 아닌 땅 : 집터가 아닌 전(밭)·답(논)·임(산) 등
집이 있기 이전에 땅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집보다 중요한 것이 땅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면 집을 받치고 있는 땅에 대해서도 꼼꼼히 확인하자. 집은 눈으로 보면 확인이 가능하지만 땅은 육안만으로는 볼 수 없기에 세 가지 어플/웹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땅을 볼 때 필요한 어플/웹
① <스마트국토정보> 어플: 지적도 및 토지 용도(지목) 확인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nsdis&pcampaignid=web_share
② <인터넷등기소> 어플 : 부동산 등기 확인
https://apps.apple.com/kr/app/%EC%9D%B8%ED%84%B0%EB%84%B7%EB%93%B1%EA%B8%B0%EC%86%8C/id952161112
➂ <정부 24> 웹사이트 건축물대장 열람 : 무허가 건물 확인
https://www.gov.kr/mw/AA020InfoCappView.do?CappBizCD=15000000098
다음 편에서는 피해야 할 시골집 마지막 편인 집 주변 환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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