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향촌, 오도이촌의 트렌드
귀촌한 거야?
시골로 이사 왔다고 하면 하면 사람들이 "귀촌한 거야?"하고 물어본다.
"음... 그런 셈이지. 정확히는 귀촌이 아니고 그냥 시골로 이사 온 거야"
시골로 왔다고 하면 따라붙는 수식어가 귀농•귀촌이다. 귀농귀촌(歸農歸村)은 돌아올 귀(歸)를 써서 촌으로 돌아오다, 농사를 지으려고 농사터로 돌아오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 농사를 안 지으니까 귀농은 아니고 귀촌인데 엄밀히 말하면 귀농도 아니고 귀촌도 아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평생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으로서 시골로 돌아왔다는 귀촌(歸村)이란 뜻이 선뜻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베비붐 세대처럼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귀향귀촌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촌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이촌(移村)하다 : 도시에서 시골로 사는 곳을 옮기다. 시골로 이사하다.
이촌(移村)이란 옮길 이(移), 마을•시골 촌(村) 자로 촌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시골로 옮겨왔다는 뜻이기에 도시 출신에게도, 시골 출신에게도 모두 해당하는 의미로 쓸 수 있다.
원래 이촌은 농촌을 떠난다는 의미로 1960~80년대 산업화 시기에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다는 뜻인 이촌향도(離村向都)에서 그 의미가 왔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대한민국 인구 대부분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인구 86%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지금 이촌이라고 하면 시골을 떠난다는 의미보다는 시골로 이사한다는 의미에 보다 가까울 것이다. 한편, 이촌은 서울 용산구의 이촌동과 발음이 같기도 한데 이촌동(二村洞)은 한자가 다르고 보통 동부이촌동, 서부이촌동으로 붙여서 쓰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도이촌(五都二村) : 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새로운 주거 형태
더욱이 최근 오도이촌(五都二村)이라고 해서 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생겼다. 코로나 이후 원격근무 확산으로 도시와 농촌을 병행하여 거주할 수 있게 되면서 평일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난 것이다. 서울 인근의 양평, 가평, 여주 등 수도권 외곽 또는 멀리 강원도까지 오도이촌 지역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의 전원주택이나 세컨드하우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아무튼 여기 오도이촌의 이촌도 시골을 뜻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이촌'이라고 하면 '농촌으로 이사하다' 또는 '시골로 이동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귀촌했냐고 물어보면 "아니요 저는 귀촌 아니고 이촌했습니다."라고 대답하곤 한다.
귀촌 아니고 이촌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귀농도 농사를 지으려고 돌아온 것만은 아니니 시농(농사를 시작하다) 또는 입농(농사에 입문하다)으로 쓰자고 제안하고 싶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입장이다 보니 생략하기로 한다.
이도향촌(離都向村) :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한다는 뜻
한편, 이촌향도의 반대 의미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간다는 이도향촌(離村向都)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기사(하단 링크)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농촌 인구는 순유출을 지속하다가 2007년부터 순유입으로 바뀌었다가 2008년 순유출 1천여 명으로 잠시 돌아선 후 2009년부터는 꾸준히 순유입이 더 많다. 즉, 도시로 가는 사람보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더 많다는 뜻이다. 물론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20대는 유출이 많음) 전체적으로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오는 이도향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1512271250051
이렇듯 오도이촌과 이도향촌 같은 신조어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심을 떠나 자연이나 시골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새로운 생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귀농귀촌과 같은 농사를 기반에 둔, 또는 농촌으로 돌아온다는 뜻의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농촌 이주의 트렌드가 생겨났다는 의미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여 시골로 이사한다, 이동한다는 의미로 '이촌하다'라는 신조어를 쓰자고 제안한다.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다 보면 언제가 사전에도 '이촌하다'라는 말이 실리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시골 4년 째 살면서 느끼는 것은 '왜 진즉에 이런 시골 생활을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도시에서만 살아서 시골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과 힐링을 알지 못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좀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오도이촌', '촌캉스', '이도향촌'과 같은 시골을 찾고 시골에서 힐링하는 트렌드가 생겨나는 것에 대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시골의 가치와 자연이 주는 힐링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도시에 지친 사람들이 시골에서 보다 여유롭고, 보다 나은, 덜 지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 구독을 하시면 연재되는 글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업데이트!)★
한 분 한 분의 구독이 글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aslittlefo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