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이게 뭐라고
“나, 수영 한번 배워 볼까 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J에게 넌지시 내 계획을 던져봤다.
“그냥 자유수영이나 하지.”
그래? 잘 생각했어. 더 늦기 전에 배우면 좋지.
이렇게 말하는 게 정답인데 J는 역시 비관론자이다. 응원을 기대하면 실망하고야 만다. 자유수영이 안 되니까 배우겠다는 건데.
J 덕분에 ‘해볼까’에서 ‘배우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발전한다. 힘들 거라고 예단하는 발언을 가볍게 뭉개주리라 다짐한다. 그는 가끔 나를 강하게 한다.
수영 강습은 새벽반(6시/7시), 오전반(10시), 저녁반(7시/8시) 총 5개의 선택지가 있다. 백수이므로 오전반을 선택하면 좋은데 화수목금, 주 4회 수업이므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브런치 글을 써야 하고, 요양원에 계신 엄마도 뵈러 가야 하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도 있으니 무리다.
그렇담 새벽반이나 저녁반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고민이다. 새벽반은 내가 아침형 인간이 아니므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 같고, 저녁반은 하루 종일 가기 싫은 마음과 싸울 것만 같다. 고민에 고민 끝에 새벽반 7시로 결정했다. 7시가 무슨 새벽반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내겐 너무나 새벽이다.
접수기간은 단 나흘. 첫날 신청하고 매일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경쟁률이 높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과연 얼마나 될까. 수영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배워야 하는데 떨어지면 어떡하지.
다행히 내가 접수한 7시 수업 경쟁률이 조금 낮다. 직장인이라면 아무래도 7시에 수영하고 출근 준비하기엔 시간이 빡빡해서인 듯했다. 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시간은 오전 10시. 역시 예상대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나는 추첨 운이 없다. 뭔가를 응모해서 거저 된 적이 없다. 내 노력을 조금이라도 들인 건 확률이 좀 있지만 랜덤 추첨, 이런 건 늘 꽝이다. 그래서 복권 같은 것도 안 산다. 어릴 적 동생들이랑 경품 행사에 응모하면 꼭 나만 안 돼서 상심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여동생은 똑같은 게 여러 개 당첨되는 행운이 따르곤 했다. 아직도 그런 징크스가 있으면 안 되는데…. 제발, 어렵게 배우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니 이번엔 당첨의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
드디어 추첨하는 날. 가슴이 두근댔다. 오전 10시에 공개 추첨했다는데 왜 아무런 메시지가 오지 않을까. 좀 기다려 보자. 공무원들의 패턴을 생각하면 일단 점심 먹고 슬슬 올릴 테니 오후 2시쯤이나 돼야 공지사항에 올라올 거야.
그런데 3시가 넘었다. 떨어진 걸까. 그래서 연락을 못 받은 걸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어 본다. 오늘 수영 강습 신청자 발표하는 날 아닌가요? 조금만 기다려 달란다. 4시에 공지한단다. 내 예상보다 더 늦어진다.
두근두근! 이게 뭐라고 떨릴까. 드디어 시간이 됐다.
강습시간별로 수강 인원이 30명이니 추첨결과 이미지에 적힌 아이디가 빽빽하다. 다행히 앞쪽에 내 아이디가 보인다. 당첨!!!
대체 수영이 뭐라고 이렇게 기쁠까.
가만, 정신 차리자. 오전 7시 수업이다. 여유 있게 움직이려면 5시 50분엔 일어나야 한다. 고생길이 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