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존재했다
나는 아주 불편한 존재다.
그러나 만약 사랑이 그 불편을 감수하고 상대의 편안을 추구해 주는 것이라면,
나는 사랑 받으며 살아왔다.
나와 함께하려는 이에게 나는 포기와 수고를 요구하는 몸을 지녔다. 먹고 싶은 메뉴가 있어도,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바퀴가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있다면 그곳들을 포기해야 한다. 정 가야 한다면 애를 써서 휠체어를 들고 옮기는 수고도 필요하다. 그래서 난 동행하는 이의 반응과 눈치를 살피는 일이 몸에 베어 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이 포기와 수고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기꺼이 나와 함께함 자체로 기뻐해 준다. 오히려 나에게 가장 좋고 편안한 방법을 같이 찾아주려 애쓰는 이들을 만날 때면 난 그곳에서 사랑을 느낀다.
나는 느리고 더딘 존재다.
그러나 만약 사랑이 그 더딤을 기다려주고 내 속도에 걸음을 맞춰주는 것이라면,
내 삶에 사랑이 없었다 말할 수 없다.
나에게 시간은 늘 부족했고, 상대에게는 내가 주는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 옷을 입고, 밥을 먹고, 문을 열고 나가는 간단한 일상에서도 나의 몸은 항상 지체되었다. 사람들과의 약속에 매번 미안한 마음으로 서두르며 도착했지만, 그들은 불평 대신 미소로 나를 맞아주었다. 내가 따라잡지 못할 때도, 짐이 될까 봐 두려워 할 때도 그들은 한 번도 내 곁에서 앞서 나가지 않았다. 나를 향해 뒤돌아보며 웃으며 기다려 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그 더딘 발걸음 속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나는 종종 우울하고 어두운 존재다.
그러나 만약 사랑이 그 어둠 속에서 함께 침묵하며 곁을 지켜주는 것이라면,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
때로는 무거운 감정을 감추지 못해 침묵 속에 머물러야 할 때가 있다. 내 속의 깊은 어둠은 나 스스로 감당하기도 어렵고 상대방에게도 부담이 될까 봐 두렵다. 그런 내 곁에 조용히 앉아 아무 말 없이 차 한 잔을 함께 나누며 혹은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곁을 지켜준 사람이 있다. 섣불리 위로하거나 말을 걸지 않고 그저 나의 슬픔을 함께 견뎌준 그 침묵의 시간 덕에, 나는 홀로 어둠을 견디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그 고요한 침묵 속에서 말없는 사랑을 느낀다.
물론 내 삶에서 사랑은 여전히 어렵다. 불편한 몸으로 인해 자주 사랑을 의심하게 되고, 더딘 시간은 언제나 미안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어둡고 우울한 감정들은 관계의 부담이 될까 두렵다. 그럼에도 이런 사랑의 순간들이 있기에 나는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않게 된다. 이 작은 순간들이 나를 버티게 하고, 다시 사랑을 믿게 한다. 나는 오늘도 이런 사랑 덕분에 삶을 견뎌내고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