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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Feb 27. 2022

도망치고 싶은 사람에게 2.

나 또한 누군가의 집이다

안녕하세요 동지여.

저는 평생을 도망쳐온 사람입니다.


어저께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한 인터뷰가 저의 눈물의 방아쇠가 되었습니다.

그 인터뷰는 배우 “앤소니 홉킨스”의 짧은 이야기였습니다.

   


‘후회 같은 게 있으십니까?’하는 질문을 듣자 앤소니 홉킨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오.
후회할 겨를이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잖아요.
우리는 우리 모습 그 대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지,
특정한 모습에 도달하기 위함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저도 제가 되어야 하는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되어야 하는 모습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거짓이잖아요.

저는 죄인입니다. 오랜 죄인이지요.
저는 나쁜 짓도 저질렀습니다.
저는 좋은 일도 행했습니다.

그러니까요. 

그저 스스로를 용서하시고 살아가면 됩니다.


Do you have any regrets?
No, don't have time to regret. We move on. Because we are acceptable for what we are, not where we think we should be.
I'm accepted in myself by what I am, but not as I think I should be.
Because that's a lie.

I'm a sinner. I'm an old sinner.
I've done some bad things
I've done some good things

So, you know, you just forgive yourself and move on.




스스로를 용서하라는 말에 딱딱하게 경직 돼 있던 가슴이 무너지고 울음통이 터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저는 이제껏 용서는 남에게만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내게 잘못한 타인에게만 용서가 적용이 된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어저께 태어나서 처음 깨달았습니다.

제가 저 스스로를 결코 용서하려 들지 않아왔다는 사실을요.


저는 스스로를 혐오하고 있었습니다. 혹은 경멸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을 벌레처럼 여겼기에 더 좋은 일들을 많이 하려고 하며 스스로를 쥐어짰습니다.


또 때로는 깊은 수치를 가리기 위해 돈 많고 능력 있는 사람인 냥 행세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인정할 줄 모르고, 품을 줄도 모르고, 용서하지 않았기에, 염증은 끝없이 이어졌던 것입니다.

곪아터진 염증을 꺼내지 않고 그 위에 포장지만 덧씌웠던 제 삶의 문제의 근원은 늘 여전히 남아있던 것이고, 저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망칠 수 없던 것입니다.


어느 누가 스스로에게서 도망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를 혐오하는 사람만큼 도망칠 곳이 없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제게는 스스로를 향한 깊은 경멸이 있었습니다. 어두운 혐오가 있었습니다.

저는 많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10년 전, 20년도 더 전에 내가 저지른 일들, 그 잘못들..

저는 그 잘못들을 속죄하기 위해 어떻게든 좋은 일을 하며 남에게 도움도 주고 스스로도 떳떳하게 살고 싶었지만,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뒷걸음질 치면서 앞으로 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두가 나를 용서한다고 말해도

모두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 말해도

나 자신이 나를 용서하지 않으면 나는 굴레에 갇혀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가 뭐래도 일단 저 자신은 저를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저를 용서하고 보듬어주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내가 존재하는 이 몸, 내가 만들어 놓은 관계, 내 주변 상황이 꽤 괜찮다고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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