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틀루이스 Jun 05. 2022

도망치고 싶은 사람에게 3.

그대는 막다른 골목을 마주하는 느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덜덜 떨며 손톱을 물어뜯는 고통을 알고 있습니다.


가둬진 감옥 속에서 폭행과 죽음에 이를 것 같은 정서적 학대를 알고 있습니다.


도망칠 곳은 없어 보이는 광경을 많이 봐 왔습니다.


그대는 어느 상황이든 도망칠 곳 없어 보이는 그 실재하는 기분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돌 하나만 더 얹어지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이미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법은 아주 없어 보입니다.

이 삶에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대여 나도 그렇습니다.

나도 몹시도 그랬습니다.     

몇 번이나 으스러져 녹아 내렸습니다.


죽음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도망칠 곳 없는데 어떻게 살았느냐고요


어디 가지 않고 지금 있는 곳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고통이 사무치지만 그럴 때마다 신께 기도했습니다.


내가 과거의 음울함과 미래의 불안함에 붙잡히지 않게 해달라고

지금 내 방에 있으면 이 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게 해달라고     

지금 밖에서 걷고 있으면 걷는 일에 충실할 수 있게 해달라고


누가 나를 미워해도, 힘들게 하더라도


미움 당하고, 힘들어 하면서 그 가운데서 할 수 있는 일 하게 해달라고


내가 지금 감옥에 있다면 그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달라고


창틀에 창인 먼지를 털어내고

지저분한 바닥을 청소하고

흙이 있다면 씨앗을 심고 물을 대고


내가 있는 곳 어디든

삶이 있게 해달라고


그대여 나 정말 감옥과 지옥과 같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고통은 상대적이라 아무도 서로의 고통을 그대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 또한 그대의 고통을 모릅니다.




나는 오늘 하루도 버거워

지금 이 순간만을 살아가려 합니다.


그게 이 삶에서 도망치고 싶은 제가 살아가는 비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망치고 싶은 사람에게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