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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Sep 06. 2022

누구였는가 견실한 그 자는

오, 얼마나 휘둘렸는가 세찬 바람에

가족을 잃고 날개까지 찢어진 작은새는

먹이를 찾으러 사방을 헤매었다

허기, 갈증, 소외감, 그리고 두려움

작은새는 어깨를 수그리고 동냥했다

자신이 얼마나 힘든 일을 당했는지

어찌나 괴로운지 능력을 상실 당했는지

그들이 이해해주고 불쌍히 여겨주고

먹을 것을 주고 보살펴주기를 바랐다

그들의,

연민의 눈짓에 끼니를 때울 음식에

작은새는 위로를 얻고 더더욱 그들에게

더더욱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며 한 자리에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동냥질을 해대며 쏘다녔다. 곧

모두가,

싸늘한 시선을 보냈고 작은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 없었다 작은새는 말했다

내가 얼마나 불행한지 보세요 이 나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들이 들이닥쳤는지

신이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 번 보세요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제가 얼마나 불행한지

모두가,

등을 보이며 멀어졌다 작은새의 눈에는

그의 시선을 피하는 이들만 보일뿐 고개를

내젓는 모습만 들어올 뿐 자신과 세상을

잇는 다리들이 끊어지는 광경을 보았을 뿐


그제야,

작은새는 날개가 아닌 다리로 뛰어다니며

바닥에 기는 먹이를 쪼아 먹었다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저 멀리 시내를 찾아 내달렸다

들짐승의 공격을 날개 없이 피해 다녔으며

높은 나무를 향해 달음질 하여 그 위에서 뛰어

하늘로 솟아오르고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또다시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며 공중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찢어진 날개로 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기 위해 수도 없이 날다 떨어졌다.

날 수 있게 된 뒤로 새는 사냥에 성공했다

휘어진 날개는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단단한 다리는 들판과 바위와 나무 위에서

짐승들도 두려워할 강한 무기가 되었다


모두가,

작은새는 잊어버렸지만 그 새는 두려워했다

그 새는 제 할 일을 하며 살았을 뿐

제 먹이를 찾으러 제 새끼를 돌보러

시내와 바위틈과 산과 하늘을 바삐

쏘다니며 그저 사는 것에 열중했을 뿐

다른 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생각할 겨를 따위 없었다.


모두가,

그 새를 우러러보았고 그 새를 경이롭게 여겼다

그 새의 강한 다리는 바위에도 자국을 남기고

휘어진 날개는 맹수와 싸워 이긴 영광의 상처라고

노래를 지어 부르며 그 새를 따라 팔을 다친 척 퍼덕댔다


모두가,

맹금이 된 그 새의 견실한 위엄 앞에서 떨었다

그 새는 제 할 일에 열중하여 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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