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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Jul 26. 2020

우울증 이야기 - Continuous Chapter 1

이끼 걷어내기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이 아니라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무언가 때문에
그것이 손에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감지하게 되었다.
내가 나 자신을 제명시키고, 떠나보내고, 철회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내 곁에 찾아올 것이다.
C.S 루이스




우울증 이야기 마지막 장입니다. 하지만 제목을 "Continuous Chapter"로 정한 이유는, 우울증은 사라질 수 있지만 우울한 감정은 때와 시기에 따라 언제든 생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래 들어 아주 건강하고 즐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저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우울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좋지 못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몸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말이지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지 못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 병(우울증)에 걸리고 말 것입니다. 

    

위의 제목이 어떤 사람에게는 좌절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우울한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삶에서 또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라고!?”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을 떠올리면 어떨까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많이 취하게 되면 그와 관련한 병에 걸리게 되지요. 돈은 좋은 일에 많이 쓰이지만, 돈독이 오르면 사람 미쳐버리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지 않았습니까? 돈은 적절한 곳에 적절하게 써야 좋은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우울한 감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 건강한 일상을 살아가다 어느 날 갑자기 우울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면, 당황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감정을 지금 내가 정서적 건강을 해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사인'으로 인지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일상의 모습이 인지가 됐다면, 여러분은 그 다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지금은 모르신다고요? 이제부터 알려드리지요.

 

우울증 이야기 마지막 장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울증을 불러일으키는 기질, 즉 “이끼”를 걷어내는 파트입니다.

두 번째는 이끼를 걷어내고 나서도 느껴질 수 있는 “방향상실”을 해결하는 파트입니다.


사실 위의 두 파트는 엄밀히 말하면 순차적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파트는 심리학적, 과학적 관점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며, 두 번째 파트는 형이상학적, 철학적, 종교적 관점으로 우울의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벌써부터 두 번째 방법이 도움이 될지 의심이 가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의심해야 답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언젠가는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더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일단 이것만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심리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 또는 심리학이 다뤄지지 않는 지역과 문화에서도 우울증은 존재했으며 또한 치료됐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만약 여러분들 중 철학, 형이상학,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어 두 번째 파트에 대한 심한 거부감이 드시는 분이 계시다면 읽지 않고 넘어가실 것을 권유 드립니다. 저 또한 심리학과 약학의 도움만으로 좋은 결과를 봤었기 때문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아래는 첫 번째 파트입니다.      


1. 약물치료

정신과를 처음 방문할 당시 저는 잠을 전혀 잘 수 없었고, 환청을 듣고 환시를 보았으며, 우울감에 완전히 사로잡혀 죽음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정신과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과거이력과 현재 컨디션을 확인한 의사선생님은 제게 약을 처방하셨습니다. 여러 약물이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제가 있었습니다.(그 약물들의 명칭이 정확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약물은 담당 전문의와 상의 하신 후에 복용하셔야 합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잠을 잘 수 있었고, 우울감은 많이 줄어들었으며, 환청을 듣는 빈도 또한 줄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컨디션이 어느 정도 좋아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약물치료의 최대 장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금방 좋아질 수 있는 것 말입니다. 특히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약물의 빠른 효과가 필수적일 수도 있습니다. 직장, 가정 등, 놓아서는 안 되는 일상이 있다면, 다 때려치우고 치료에 집중하기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저는 리스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약학의 발달로 인하여 몸에 무리를 최대한 적게 주는 약물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자신에게 잘 맞는 약을 찾아야겠지요.)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약을 더 많이 투여할 수밖에 없고, 그런 사람은 약에 의존하게 되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약을 줄이지 못하거나, 약을 충분히 오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줄이는 것에 대해여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저는 우울증을 ‘감기’로 생각하기 보다는 일종의 ‘습관’으로 여기기 때문에, 우울증을 일으키는 기질을 바꾸지 않는다면 약물만으로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기질을 뚝딱 없앨 수 없다고 봅니다. 결국에는 약물 치료 외에도 심리치료와 생각과 행동습관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만약 누군가 약물만 고집한다면, 외출 시 약물 복용을 잊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거나 병원의 사정으로 약물 처방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심리상담

저는 정신과에서 약물치료 외에도 심리상담 치료를 병행하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10년 전 이야기라서 상담선생님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대화의 큰 틀을 말씀드리면, 제가 현재 느끼는 감정과 하고 싶은 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면 선생님이 피드백을 해주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상담선생님은 피드백을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저의 감정이 억제되지 않고 바로 흘러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제가 습관적으로 긴장하고 자신을 억누르며, 짜증이나 분노나 화 등을 속으로 내리누르는 것을 올곧이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빈 의자> 치료(비어 있는 의자에 자신에게 상처를 준 누군가가 앉아 있다고 상상하며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하는 것), 또는 상담선생님과 역할극을 하면서 제가 저의 생각과 감정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디스캐닝(명상치료) 또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바디스캐닝이란 편안한 자세로 눕거나 앉아서 심호흡을 하며 몸의 모든 부분들을 하나하나 느끼고, 긴장을 제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가만히 있어도 몸을 웅크리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눈썹과 턱에 긴장이 들어가 있어 어색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인지한 상담선생님은 자신이 직접 만든 명상 CD를 건네주며 제게 바디스캐닝을 훈련시켜주셨습니다.


심리상담은 약물치료와는 다른 장점이 있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안정감’이 그것이었습니다. 상담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표현해도 괜찮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와 같은 말들이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모릅니다.

 앞선 장에서 제가 앓던 우울증의 특질을 설명 드린 부분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우울증을 “집에 있지 못한 기분” “쫓기는 느낌”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을 총체적으로 쉽게 말하자면 “나 자신과 내가 분리된 느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 이는 생각이나 감정을 바로 인지하는 것과 그것을 타인에게 표현해도 괜찮다는 의식, 그리고 실제로 표현하는 행동이 있어야 했습니다. 저는 상담선생님에게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바로 읽고 표현하는 절차에 관하여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3. 자가 치료(독서, 명상, 연습)

심리상담은 많은 도움이 됐지만, 그렇다고 평생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의 상담은 6개월 코스였습니다. 제가 원한다면 연장할 수도 있었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심리상담은 끝났고, 배운 것을 토대로 제 스스로 일상에서 실천하는 일이 남았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약물과 상담선생님의 지지로 극적으로 좋아지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약도 중간에 확 줄이려 했었고, 아르바이트도 시작하며 어서 빨리 건강한 일상을 찾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크게 확장하고 자신을 궁지로 내몰아 버리는 저의 기질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일상에서 어려움에 부딪히는 순간 곧장 우울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학시절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그랬습니다. 그때까지 심리상담 이후로 제가 한 것이라고는 약을 계속 복용하거나, 가끔 상담선생님이 주신 CD로 명상을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니까, 저의 생각습관, 감정을 느끼는 습관을 바꾸는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어려움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저는 다시금 우울증을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되고, 이런저런 책을 찾아서 읽었습니다.


사실 좋은 책을 찾아 도서관을 헤맬 때, 가장 시급했던 문제는 ‘불안’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툭하면 공황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접하게 된 책이 - <<불안과의 싸움>> (앨버트 엘리스. 북섬) - 입니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펼치는 순간, 저는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제 영혼의 단짝을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책의 저자 또한 극심한 불안의 노예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불안을 극복한 내용을 이 책에 하나하나 자세히 적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위의 책을 읽고 위로를 얻으며 저는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마음 깊이 흡수하고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책의 내용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습니다. <<불안과의 싸움>>은 아직까지도 저의 책장에 꽂혀있는데, 새 책이었던 게 너무 많이 읽어서 너덜너덜한 것을 넘어 여기저기 뜯겨 있습니다.


위의 책을 읽으며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생각한 저는(실제로 도움을 얻었고, 일상에서도 한 층 더 여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좋은 책’을 찾기 위해 학교 도서관을 뒤적거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발견하게 된 책이 - <<상처 받은 내면아이 치유>> (존 브래드쇼. 학지사)- 였습니다. 존 브래드쇼 박사는 자신의 책에서 단순히 우울증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삶에서 정서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어려움과 그와 연관된 각종 중독과 장애에 대한 그 원인과 치료과정을 학술적이지만 아주 쉽게 풀어냈습니다.


그의 이론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우리가 어려서 노출된 좋지 못한 환경으로 인해 우리의 부정적인 기질이 형성되고, 그로인해 성인이 되기 전부터 각종 중독과 장애를 겪는다는 것입니다.


<<상처 받은 내면아이 치유>>에는 자가 치료 프로그램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예전에 상담선생님이 주셨던 CD보다 책에 들어가 있는 프로그램이 더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책에는 각 단계별(영아기, 유아기, 학령전, 학령기, 청소년기, 성인) 치료 명상 프로그램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책의 내용과 치료프로그램을 접하며 정말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존 브래드쇼 박사의 책이 마음에 들었던 저는 그의 다른 책들 또한 보았고, 그 중 <<수치심의 치유>> (한국기독교상담연구원) <<가족>> (학지사) 이렇게 두 권을 추천합니다.


책에서 많은 도움을 얻은 저는 일상에서도 부정적인 생각습관에 빠지지 않도록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연습과, 느껴지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상처 받은 내면아이 치유>>에서 배운 내용을 꾸준히 묵상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도 내가 말하는 것도 괜찮고 표현하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타인이 나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뿐임을 스스로에게 인지시키고 또 인지시켰습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저는 불편한 환경과 낯선 환경에서 휘몰아치는 우울감을, 우울의 이끼를 만들어내는 기질을 꽤나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정보와 노력이 부족해서였을 수도 있는데, 우울감은 아직도 저를 괴롭힐 정도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근 몇 년 사이에 알게 된 두 명의 작가로 인해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파급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바 4장의 두 번째 파트는 형이상학적, 철학적, 종교적 이야기입니다. 글이 꽤 길어진 관계로 두 번째 파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서두에서 글의 마지막 장이라 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메인이미지 - Pixabay로부터 입수된 Free-Ph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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