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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주 Dec 31. 2021

주황색이 좋아

아이가 나의 기호를 기억해줄 때

아이는 학교에서 항상 무언가를 만들어 온다.

오늘은 올 해의 마지막을 기념하고 호랑이 띠인 내년을 기념하며 호랑이 모양 복 주머니를 만들어왔다.

가방에서 꺼내기 전 


" 엄마! 오늘은 엄마를 위해서 예쁜 주머니를 만들어왔어."


그럼 나는 아이 말대로 얼마나 예쁠까? 하고 기대하게 된다. 기억력이 좋은 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을 잔뜩 사용해서 정말 예쁘고 화사한 복주머니를 만들어 왔다. 한때 컬러테라피 수업을 들으며 주황색이 자궁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엄마는 주황색이 좋아~라고 한 이야기를 기억한 것이다. 


나의 기호를 기억하고 있다가 해주는 선물! 얼마나 황홀한가! 하물며 나의 분신 같은 아이가 그렇게 해줄 때에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몇 개월 전 아이는 클레이를 가지고 놀면서 


"엄마한텐 뭐 만들어 줄까?"

"음... 엄마는 하트! 필통에 넣을 수 있게 해 줘! 매일 보게"

"알았어~그럼 엄마는 주황색 좋아하니까 주황색 하트를 만들어 줄게!"



이 하트를 딱딱하게 굳혀서 실제로 글쓰기 수업이 있을 때마다 필통에 넣고 다녔다. 연필을 꺼내면서 한 번 보고 지우개를 꺼내면서 한 번 더 보았다. 주황색이라 좋았고 아이의 사랑이 느껴져서 더 좋았다. 살면서 최고의 행복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많이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아이의 하교 때가 되면 오늘은 무엇을 만들어 올지 기대한다.

세상에 태어나 나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부모님처럼 내 얼굴이 제일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야무진 손으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오늘따라 더욱더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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