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을 읽고
요즘은 그림책을 읽으며 스치는 생각들이 많아진다. 글을 쓰고자 마음먹고 난 후로 매사를 흘려보내지 않고자 하지만 습관이 되지 않은지라 자꾸만 흘러간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거나 이건 꼭 써야지 하는 것들은 마음에 10초간 머무른다.
이 글의 글감은 작년 11월 길을 걷다 우연히 생각난 메모의 일부이다.
휴대폰의 녹음 기능을 켜고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녹음했다. 지워져 버리면 너무나 아쉬운 나의 소재, 나의 감정, 나의 기억들이다.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은 제목에서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순수할수록 똥이란 단어를 좋아한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이 책을 표지부터 좋아했다. 주인공이 똥으로 나오는 것부터가 아주아주 신선하다. 자신을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한없이 슬퍼하던 강아지똥은 민들레를 만나 자신의 쓸모를 깨닫고 기뻐한다. 그 기쁨으로 자신의 온몸을 민들레에게 바친다. 비 오는 날 민들레에게 온전히 깊숙이 스며들어 민들레는 병아리같이 노란 예쁜 꽃을 피워낸다.
강이지 똥이 강아지의 일부이듯 아이도 나의 일부
나의 일부는 그 존재 자체로도 자신의 일을 충분히 해내지만 그 존재가 있어야만 자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민들레가 강아지똥과 같은 영양분이 있어야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엄마라는 사람은 자신의 일부인 아이를 통해서 인생을, 세상을 알아가며 좀 더 나은 사람으로 꽃 피운다.
자신만 생각하던 한 여자에서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몸소 깨닫고 실천하게 하는 엄마로
'낱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애 앞에서는 물도 마음대로 못 마신다' 같은 속담을 그저 옛말로만 알던 여자에서 뼛속까지 이해되는 옛 어른의 지혜임을 알게 되는 엄마로 자란다.
나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아이를 보며
예전에는 습관처럼 발로 의자를 끌어당기던 것을 허리를 숙여 손으로 들어 올리는 것을 보여준다.
친구와 편하게 수다 떨며 거리낌 없이 하던 행동들을 나쁜 단어는 쓰지 않고 특히 남을 흉보는 말은 삼간다.
나의 일부인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있음이다.
강아지똥이 다른 존재에게 가서 생명을 피워냈듯이
아이는 나에게로 와서 나를 키워낸다.
나에게서 나온 나의 일부가 나를 자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