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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주 Feb 01. 2022

나도 모르게 예의 없었던 나

그림책을 읽어주다 깨닫다

아이가 잠들기 전 늘 그림책을 읽어준다. 오늘의 선택은 <욕심쟁이 딸기 아저씨>


딸기를 엄청 좋아해서 딸기만 먹기로 결심한 아저씨가 온 동네의 과일가게어서 딸기를 사다 모은다. 동네 사람들은 이제 딸기를 사 먹지 못하게 되지만 오히려 자신이 먹고 싶어서 샀는데 왜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지 모르겠다며 툴툴댄다.


결국엔 한 아이를 통해 자신의 이기심을 반성하며 딸기로 잼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다. 나눔의 기쁨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아이와 재미있게 읽으며 딸기가 먹고 싶다고 말하던 중 주인공 딸기 아저씨의 이기적인 말을 읽는 순간 5년 전 나의 행동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먹고 싶어서 샀는데 왜들 그래?"



그때도 난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책을 샀을 뿐이었다. 1권을 읽혀주고 너무 좋아서 시리즈로 갖고 싶어 했던 종교 관련 그림책이었다.  마침 그 책의 시리즈를 발견했고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다른 엄마의 손길이 닿아있던 그 책에 내 손을 내밀었다. 순간 움찔하던 상대방을 느껴 예의상 이 책을 사실 거냐고 물었다. 상대방은 아니라고 했다. 난 재차 묻지도 않고 시리즈 전체를 사 가지고 왔다.



그날 이후로 그 엄마는 소아과에서 마주쳐도 모른 척하고, 내가 먼저 인사를 해도 대면대면했다. 왜 나에게 인사를 하냐는 눈빛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 그 엄마 참 이상하다며 왜 2년 넘게 봐왔던 사람을 못 본 척하는지 모르겠다며 툴툴댔다.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 그 사람이 이상하다는 생각가지있었다. 나의 행동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했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상대방에게 사실 거냐고 물었던 그 한마디로 예의를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난 조금도 잘못이 없는데 상대방이 이상하게 행동하면 적어도 나의 과오를 생각해볼 만한데 말이다.


내가 갖고 싶었던 만큼 상대방도 원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상대방의 의중을 눈치챘다면 1~2권만 사 가지고 왔을 법한데 말이다.  

딸기 아저씨처럼 '내가 사고 싶어서 샀는데 뭐! 난 당신도 살 거냐고 묻기도 했는데 뭐!'

라며 그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게만 생각했던 것이다.

5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지만 미안했다고 말할 방도가 없다.


누군가는 헤어짐 앞에서 항상 이런 말씀을 하신다고 한다.


" 그동안 참 감사했습니다. 제가 의도치 않게 상처를 드린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도문 중에도 이런 문구가 있다.

' 생각지 못한 죄에 대하여도 통회하오니 사하여 주십시오.'   



그동안 나의 생각이 부족하고 나의 깨달음이 모자라 지인들에게 상처를 주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미안하 고 미안했다. 나도 모르게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조용히 기도문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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