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이야기'는 나의 첫 소설이다. 6개월 전 한 인터넷 카페에 1화를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나는 나만의 이야기들을 여러개 만들어 그 이야기들을 엮어보고 싶었다. 작가와 소년, 노인과 아이, 청년과 괴물. 이런 기본 구성을 짠 뒤 액자식 구성과 시점 전환으로 소설을 전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처음에는 뭔가 술술 써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글을 쓰면 일단 한 번에 한 화 정도를 썼으니까. 그러나 '술술' 써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소설에 대해 어떤 것도 몰랐고, 퇴고도 하지 않았으며, 소설의 방향이나 주제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저 써지는 대로 막 썼다.
하지만 점점 소설을 쓰면 쓸 수록, 무언가 답답했다.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이전에 쓴 글들의 오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후회 해 봤자 이미 늦었던 상태였다. 그 오점들을 수정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동안 몇달이 훌쩍 지났다. 소설을 더 쓰지도 못하고, 고치지도 못하고. 그런 교착 상태가 몇달 지속되다 보니 답답함이 나를 옥죄었다.
그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 결심했다. 지금까지 써온 모든 이야기들을 다 지우고 다시 시작하기로. 나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그러나 결심하는 데 역시 긴 시간이 필요했다. 내 이야기에 대한 애착 때문이었다. 애착을 떼 버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 노력이 이렇게 또 다른 글로 나타났다. 애착을 떼 버리고 결심을 굳히기 위해.
내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
내가 만든 이야기.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