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몰랐네. 그렇지만 또 안 쓸 수는 없어. 일주일에 한 번 씩 글을 쓰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었거든. 어쨌든, 이 편지엔 내 첫 수필에 대한 내용을 담을 거야. 내 첫 수필, 별을 본다가 어떤 종류의 수필인지 너에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것, 그게 이 편지의 목적이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일단 내가 이 수필을 언제 썼는지부터 알려줄게. 내 기억에 의하면 작년 11월 말 즈음에 학원에서 끄적였던 것 같아. 그리고 집에 와서 다시 한글 파일에 옮겨 적었지. 처음엔 별을 보는 사내에 대한 소설을 쓸 작정이었어. 그런데 써 놓고 보니까 뭔가 너무 이상했고, 다 지운 다음에 별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 넣었지.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브런치를 알게 되었어. 작가 신청을 해야 했는데 내가 따로 써 놓은 글이 없던 거지. 만족할 만큼 잘 써 놓은 글 하나 없었던 거야. 그나마 가장 무난해 보였던 게 별을 본다야. 그래서 이 글을 선택해서 작가 신청을 눌렀었지. 그때 내가 느꼈던 기대와 두려움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 만약 작가가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았어. 이런 곳에서 글을 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거든. 그렇지만 혹시나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었어. 그렇게 3일 정도를 기다렸지. 브런치 작가가 된 걸 축하하는 이메일이 와 있더라. 기분이 정말 좋았어. 그래서 곧장 글을 올렸지. 댓글이 달릴 때마다 라이 킷 알림이 올 때마다, 조회수가 올라가 있을 때마가 정말 좋았어.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준다는 거 자체가 좋더라. 게다가 격려까지! 글을 쓰는 데 정말 큰 힘이 됐었어. 그리고 그 힘으로 쓴 글을 통해 내 꿈이 뭔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지.
말이 나온 김에, 너도 글을 쓰면 정말 좋을 것 같아. 나는 네가 얼마나 생각 깊고 똑똑한 사람인지 알고 있어. 그리고 너의 그 특유의 유머와 냉소적인 태도 때문에 네 글이 너무 기대돼. 비록 네가 컴퓨터 공학에 깊은 관심이 있다 해도 말이지, 글을 쓰는 건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칠 거야. 자기 생각은 물론 삶을 정리해 볼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도 있는 게 바로 글쓰기니까. 나 역시 글을 씀으로써 많은 게 바뀌었어. 첫 수필 이후 수필들을 끄적이고 있는데, 힘들지만 정말 즐거웠어. 글을 쓸 때 느끼는 그 즐거움은 게임의 즐거움과도 비교가 안 되더라. 물론 게임 마니아인 넌 이해 못하겠지만 :)
사족이 너무 길어졌네. 내가 그 글을 쓴 이유는 사실 간단해. 난 별 보는 걸 정말 좋아하니까. 언제부터였냐고? 아마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고 나서였던 것 같아. 그때부터 나는 밤마다 별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어.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는 언제나 별을 보면서 글을 써 왔어. 지금도 별을 보고 있어. 낮이든 밤이든 구름이 있든 없든 나는 하늘을 올려다봐. 그러면 별이 보여. 그리고 그 별을 보며 글을 쓰는 거야. 물론 어떤 때엔 별이 아예 보이지 않은 적도 있었고, 또 어떤 때엔 하늘이 별로 가득한 적도 있었어. 사실 얼마 전까진 별이 아예 보이지 않았었지. 그런데 이젠 아냐. 글을 쓰니 더 많은 별이 보여. 하루하루 글을 쓸 때마다 별이 하나씩 늘어가는 것 같아. 이런 기쁨을 너도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에 이 편지를 썼어. 수필에 대한 소개? 물론 중요하지. 그게 주제였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이 수필을 쓴 이유와 이 편지를 쓴 이유가 더 중요하겠지. 오글거리는 편지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작가가 되고 싶지 않더라도 꼭 한 번은 글을 써보길 빌게.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