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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거절 당한 경험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어본 것

by 기기

거절. 누구나 살아오면서 겪어봤을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요청을 하거나 제안을 했을 때, 그 사람이 내 요청이나 제안을 수용하지 않거나 거부한다면 그게 거절이 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어머니에게 '지금 간식 먹어도 되나요?'라고 했을 때 어머니께서 '안 돼. 지금 너무 늦었어.'라고 하실 때가 거절을 당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외에도 나 역시 수없이 많은 거절을 당해 보았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거절을 해 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거절 당한 경험은 중학교 1학년 때 있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 간 나는 친구들에게서 거절 당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나는 친구들에게 전과 다름없이 다가갔지만, 친구들은 나를 무시했다. 이런 거절은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엔 장난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 거절은 계속 이어졌고 종국엔 반 전체가 나를 거절, 아니 거부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그렇다. 거절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일이지만 거부는 집단과 집단, 혹은 개인과 집단 사이의 일이다. 나는 거절 당했다. 거부 당했다.


그 때의 일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 애들을 용서 할 수도 없다. 애초에 그들은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고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굳이 그들을 용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그들과 나는 이제 아무런 연관도 없고 만날 일도 없으니까. 내가 용서를 하건 말건 그들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나를 기억하긴 할까? 글쎄. 아마 아닐 것이다. 나도 이젠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가끔씩 거절을 당할 때 이 일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친구의 소중함을 정말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애들이 나를 거부한 이유엔 결국 내 과오도 어느 정도는 들어가 있었단 걸 알았으니까. 그래서 그 후론 친구들을 대할 때 매우 조심스러워졌다. 더더욱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진지한 놈이 되어 있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 되었다. 굳이 친구들에게 가까이 가지도 않게 되었다. 물론 내게도 친분 깊은 친구들은 있다. 그러나 얼마 없다. 나는 대부분의 친구들에게 내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지 않는다. 어차피 그래봤자 이해해 주지 못하니까. 나는 친구들을 존중하려 정말 갖은 애를 쓴다. 그리고 온갖 무시와 이기적인 행동들을 참으려 애 쓴다. 그런 게 심한 건 아니다. 가끔씩 그런 일이 있을 뿐. 그렇지만 그냥 참으면 그만이다. 굳이 화를 낼 필요 없다. 화를 내면 오히려 화 낸 쪽이 이상한 사람이 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에겐 당연한 일이, 어떤 사람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배려를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아이들인가 보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들과 다를 건 없다. 그저 다른 게 있다면 배려하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보려고 애를 쓰는 것. 그저 그 뿐이다.


이걸로 세 번째 글을 썼네요. 네 번째 주제, 다음 주에 쓸 주제는 '낙담한 경험'입니다. 거절과 낙담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것 같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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