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과 해야 하는 것들
나는 고등학생이다. 그것도 남고생. 남고에선 정말 할 게 없다. 물론 축구를 하면 된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운동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에 축구는 안 한다. 그럼 뭘 할까?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엔 뭘 할까? 책이 있으면 읽으면 된다. 그러나 없다면 글을 쓴다. 그 둘 다 하기 싫다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 결국 선택지는 3개 뿐인 거다. 어쨌든 친구들과 떠들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마냥 할 수 없는 것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닐까?
모두가 게임을 못 하네,책을 못 읽네, 숙제가 많네, 야자가 싫네 이러면서 화를 낸다. 나도 그런 적이 많다. 그렇지만 정말 할 수 없는 게 많아 보인다. 우리는 끝없는 공부에 치여 산다. 공부를 하고 집에 오면 기본이 밤 10시. 대부분은 핸드폰을 들고 SNS를 하거나 게임을 한다. 나는 글을 쓰거나 TV를 본다.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일 정도로 시간이 없다. 그러나 마냥 할 수 없는 것들만 있을까?
그건 아니다. 우리는 고등학생이고, 따라서 우리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일단 교복 입기. 대학교엔 교복이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애들은 거의 전부가 교복보단 사복을 입으려 한다. 또 하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우리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걸, 우리는 하지 못 한다. 나의 경우에는 글 공부만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대학을 가야 하니까. 대학을 가려면 다른 공부가 훨씬 더 중요하니까. 공부를 잘 해야 한다. 좋은 대학교를 가야 한다.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 도대체 뭐가 좋은 걸까? 자신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게 좋은 걸까? 대학교를 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은 안 가면 안 되는 걸까? 물론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에겐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그러나 정말 우리가 진로의 선택에서 자유로울 지 나는 확신할 수 없다.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일 것이다. 뭘 해야 할 지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고, 공부가 너무나도 싫고. 나는 하고 싶은 것은 찾았으나 아직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걸 해야 할까 아니면 해야 하는 걸 해야 할까? 모두가 말하는 학생의 본분을 지켜야 하는 걸까? 대학 가서 시작해도 늦지 않을테니 글 쓰는 걸 잠시 멈춰야 할까?정말로 모르겠다. 그냥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나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서 다행이다. 내 친구들도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을 찾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질문들의 답을 꼭 찾아보고 싶다.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아마 언젠가는 찾으리라 믿는다. 또 한 편으론 이 답이라는 게 하늘의 별처럼 보이기만 하고 다가갈 수는 없을까봐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일단 찾아야 한다. 찾아야 그 답에 이를 가능성이라도 생길테니까.
원래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비교하는 글을 쓰려 했는데 결국 투정을 부린 꼴이 됐네요. 한 글에 하나의 주제를 담으려 했는데... 중구난방이네요. 이런 글인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