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가득한
가만히,
차가운 길을 밟고 서 있으면
바람이 나를 찾아오고
나비가 나를 찾아오고
달빛이 나를 찾아온다.
바람은 나도 모르는 새
내 옆에 왔다가
제 갈 길을 가고
나비는 주변을 나풀거리다가
꽃을 좇아 사라지지만
달빛만큼은 나와 길을
환하게 비춰준다.
내가 지나온 길이며,
지금 서 있는 길이며,
앞으로 걸어갈 길을
달빛은 묵묵히
그러나 따스하게 비춰준다.
나는 달빛 가득한 그 길을
한참을 걸어가다가
문득,
달이 구름 뒤로 그
고운 자태를 숨기기라도 하면
발걸음을 멈추고
달이 얼굴을 내밀 때까지
차가운 그 길 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