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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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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 Sep 07. 2016

달빛 가득한

가만히,

차가운 길을 밟고 서 있으면

바람이 나를 찾아오고

나비가 나를 찾아오고

달빛이 나를 찾아온다.


바람은 나도 모르는 새

내 옆에 왔다가

제 갈 길을 가고


나비는 주변을 나풀거리다가

꽃을 좇아 사라지지만


달빛만큼은 나와 길을

환하게 비춰준다.


내가 지나온 길이며,

지금 서 있는 길이며,

앞으로 걸어갈 길을

달빛은 묵묵히

그러나 따스하게 비춰준다.


나는 달빛 가득한 그 길을

한참을 걸어가다가

문득,

달이 구름 뒤로 그

고운 자태를 숨기기라도 하면


발걸음을 멈추고

달이 얼굴을 내밀 때까지

차가운 그 길 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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