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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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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 Oct 20. 2016

소리없는 화살

화살이 날아오른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새파란 창공을 가로지른다.

그러고는 빽빽한 삼림 속,

커다란 참나무 가지 위에,

다소곳이 둥지를 품고 있던

조그마한 울새에게 날아간다.


소리 없는 화살은

새의 불그스름한 가슴을 꿰뚫어

이따금 새들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지던

고요한 숲 속을,

어미와 자식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으로 가득차게 한다.

어미는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힘을 다해 하얀 눈밭에 떨어진다.

하이얀 눈 위에 어미의 가슴보다 붉은 방울들이

떨어진다.


곧 사냥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살을 날린 이의 커다란 웃음소리도 들려온다.

그는 표적을 맞추었다며

기쁘게 웃고 있느라

알지 못한다.

그가 방금 날린 그, 그 소리 없는 화살이

하나의, 아니 열 하나의 생을

갈갈이 찢어놓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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