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꽃이 살랑거려요

여름 들녘의 꽃

by 꼬마마녀 심명숙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화단에 예쁘게 핀 꽃이 보였어요. 웅장한 자태여서, 사진을 찍으며 열심히 관찰했어요. 보통은 하나의 줄기에 꽃도, 잎도 같이 있는데, 이 꽃은 아니었어요.





"신기한 꽃이네. 꽃받침, 꽃봉오리, 꽃이 모여있고, 잎은 따로 있네". 이 꽃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이 꽃의 이름은 능소화 혹은 양반화, 금등화라 불러요. 담쟁이덩굴처럼 줄기 마디에 생기는 흡착 뿌리(흡반)를 타고 오르며 자란다고 해요. 이 꽃은 왜 양반화라는 이름이 붙었을 까요?



추위에 약해서 다른 목본류보다 좀 늦게 싹이 나오는데, 이것이 양반들의 느긋한 모습에 착안해 양반 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이 이름 때문에 평민들은 능소화를 함부로 기르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기르다가 적발되면 즉시 관아로 끌려가서 매를 맞았다고. 21세기인 지금은 누구든지 기를 수 있게 되었다.
꽃이 한 번에 흐드러지게 피는 게 아니라 계속 꽃이 지고 나면 또 피고, 또 피고 하기 때문에 개화기간 내내 싱싱하게 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개화기간 내내 바닥에 떨어진 꽃 때문에 지저분해지기도 쉬워 능소화를 정원에 심은 집이라면 개화기간 동안은 끊임없이 마당청소를 해야 한다. 거의 가을철 낙엽 수준이다.(능소화 - 나무 위키)



줄기를 타고 내려와, 나팔을 부는 듯한 모습이 양반의 풍류로 여겨져,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기에 양반꽃으로 규정되어 양반들만 여름 내내 이 꽃을 즐겼다고 해요. 양반만 즐기는 꽃이기에, 혹여 서민들이 기르다 적발되면 곤장을 맞았다고 해요. 지금은 아무나 즐길 수 있는 꽃이지만, 꽃도 양반과 서민을 구분해서 기르던 시대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능소화가 필 때는 가을 낙엽 수준으로 떨어진 다고 하는 데, 피는 동안 떨어지는 꽃을 열심히 치웠겠죠?



이런 능소화는 어사화라고도 불려요. 어사화는 장원급제를 하면, 사모에 능소화를 꽂아 주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양반꽃이라 불리는 능소화에, 장원급제 영광까지 표현되는 꽃이어서 더 고상하며,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반들만 즐겼다는 소리에, 나도 전생에 양반이어서 이 꽃을 즐겼을까? 하는 생각과 아니면 서민이라 즐기지 못하고, 양반집 담벼락에서만 즐겼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화려한 등장을 하는 꽃인 만큼, 능소화는 바람보다는 곤충의 힘을 빌려 꽃가루받이를 해요. 이런 꽃을 풍매화라고 불러요. 화려하게 등장한 꽃이라 꽃말도 과연 그런지 살펴볼까요? 여름 꽃의 주인공인 만큼 "명예, 자랑, 자만"이라고 해요. 말도 역시 화려하네요.





흡착 뿌리가 기댈만한 곳을 타지 못하면, 화단에 한 발을 내딛기도 하는 능소화예요. 능소화는 오랜 세월 우리 곁에 있었던 꽃이라 능소화에 대해 시를 쓴 사람도 많아요. 그중 이해인의 능소화 연가 먼저 볼게요. 능소화 쪽은 두 편의 시를 올리려고 해요.




능소화 연가/ 이해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나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서도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제목인 능소화 연가처럼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가지를 뻗으며, 전 생애를 걸친 사랑을 이야기했네요. 서민들은 즐기지 못했던 능소화였지만,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에도 자신의 사랑을 아름답게 피워 '사랑 색, 사랑 표현법이 저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름다운 사랑 속에는 잎과 꽃이 비슷한 위치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것에 슬픔도 깃들여져 있는 듯해요.



두 번째로 볼 시는 능소화/ 정호승입니다.



능소화 / 정호승


동백도 아니면서

너는 꼭 내가 헤어질 때만 피어나

동백처럼 땅에 툭 떨어지더라

너는 꼭 내가 배고플 때만 피어나

붉은 모가지만 잘린 채

땅에 툭툭 떨어져 흐느끼더라

낮이 밤이 되기를 싫어하고

밤이 아침이 되기를 싫어하는

모든 인생은 점점 짧아지는데

너는 꼭 내가 넘어질 때만 떨어져

발아래 자꾸 밟히더라

내가 꼭 죽고 나면 다시 피어나

나를 사랑하더라



이 시에서도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해인의 시와는 다른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시를 쓰기에, 하나의 사물에 대한 시는 전혀 다른 색깔, 결을 가지기도 해요.



애달프면서도, 빛날 수 있는 사랑의 느낌이라 능소화에 대한 이미지가 잘 찾아오면, 시로 쓰고 싶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능소화, 양반화, 어사화의 어떤 면을 보고 싶으신가요?



능소화에 대하여 노래를 부른 이도 있어요. 능소화/ 안예은으로 찾아보세요. 가사가 슬퍼서, 이 글에 링크하지 않았어요.



능소화가 땅으로 가지를 뻗었을 때, 옆에 있는 하얀 꽃을 보셨나요? 너무 작긴 했죠? 못 보신 분은 다시 보고 오셔도 돼요. 보고 오시는 동안 기다릴게요.

다 오신 것 같으니, 하얀 꽃을 따라가 볼까요?



이 꽃은 약간의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그 사이를 파고드는 꽃이에요. 자투리 공간을 즐기는 꽃이 누구냐고요?

바로 개망초예요. 개망초가 자투리 공간 말고, 여름 들녘으로 오면 군락을 이루는 자신을 볼 수 있다고 해요.

개망초 따라 여름 들녘으로 가 볼까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우리나라에 구한말에 도입되었다. 전국에 분포하며 구릉지대 이하의 공터, 길가, 경작지 주변 등에 무리 지어 자란다. 1) 유사 종인 망초보다 보름 내지 한 달 정도 이 일찍 꽃피기 때문에 공터를 점유하는 능력이 강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개망초 [annual fleabane] (식물학 백과)



개망초 뒤를 따라와 봤더니, 들판 하나를 채운 듯한 느낌이 나네요. 개망초가 조금씩 있을 때는 몰랐는데, 군락을 이루니, 멋진 들판 장관이 펼쳐진 듯해요. 개망초가 있는 곳은 구릉지대여서 하느적거리는 모습이 하얀색, 노란색의 조합이라 계란 프라이도 생각나요. 계란 프라이를 할 때,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하면 좋지만, 가끔은 노른자가 톡 하고 터질 때도 있죠.



계란 프라이에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에서 본 "프라이까지 마라"는 말도 생각나요. 드라마에서는 프라이 까다를 거짓말하다로 얘기하고 있어요. 프라이까지 말라는 말에, 계란 프라이하다 터진 계란도 생각이 나기도 했어요. 터지지 않게 잘 깨뜨려야 하는 계란처럼, 개망초의 진실도 그러하겠죠?



개망초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이름일까요?

한글명 개망초3)는 망초에 ‘개’ 자를 더한 것인데, 1921년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 속에 나오는 일본명 이누요메나(犬嫁菜)4)의 ‘개(犬)’에서 힌트가 된 것 같다. 개망초의 방언으로 ‘왜풀’5)이 있으며, 그 이름은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라는 도입 경로에 대한 정보를 간접적으로 알려 주고 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에도시대 말(1865년경) 관상용으로 도입되었다가 탈출해서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2) [네이버 지식백과] 개망초 [Annual fleabane, Whitetop, ヒメジョオン] (한국식물생태보감 1, 2013. 12. 30., 김종원)



망초에 '개'자가 붙여 개망초라 해요. 일본에서도 에도 시대 관상용에서 탈출해서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고 해요. 개망초의 생존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꽃말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 준다’. 에요.



신랑이 꽃 이름을 물어보기에 "개망초"라 알려주었는데, 장난으로 "개꽃"이라고 했어요. ‘개(犬)’에서 따와서 그렇다고 알려주었더니, 이렇게 불러서 한바탕 웃었어요. 여름 들판을 개망초 군락이 자리 잡은 듯해서, 여유로운 풍경이 될 수 있지만, 농사짓는 분에게는 개망초가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어요. 번식력이 강해 관리를 잘해주어야 하니까요.



이런 개망초는 농촌 생태계에서 중요해요. 메밀밭, 유채 밭과는 다르게 수많은 곤충과 야생조류 같은 생명체들이 깃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개망초가 피는 농촌의 풍경은 사람이 떠나버린 소박하고 고즈넉한 농촌의 여름 경관이 되며, 망초-개망초 군집이 농촌 생태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해요. [네이버 지식백과] 개망초 [Annual fleabane, Whitetop, ヒメジョオン] (한국식물생태보감 1, 2013. 12. 30., 김종원)



개망초는 여러 생명체가 깃들 수 있어서, 농촌 생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해요.

개망초 틈바구니에서 노란 꽃이 피어있네요. 노란 꽃 보러 가 볼까요?





이 꽃의 이름은 루드베키아라고 해요. 앞쪽으로는 넝쿨식물이 자라고 있고, 뒤편에는 쑥도 쑥쑥 크고 있어요. 여름 들녘 사진 한 컷에 노란색, 하얀색, 초록색이 어울려서 너무나도 멋있는 사진이 되었어요.


숙근성 초화로 30∼90㎝ 정도 자란다. 줄기와 잎은 빳빳한 털로 덮여 있다. 잎은 긴 타원상 피침형이다. 꽃은 꽃대 끝에 1송이씩 피고 설상화는 14장 정도 된다. 꽃색은 황금색으로 10∼20㎝이고 중앙은 암갈색으로 변한다. 개화기는 7∼9월이며 종자는 작고 흑색이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로 약 25∼30종이 난다. [네이버 지식백과] 루드베키아 (한국화재식물도감, 하순혜, 탕카)



루드베키아의 느낌은 꽃의 요정이 노란 원피스를 입고, 이리저리 날갯짓을 하는 느낌이에요.

노란 원피스를 잘 여미고, 무슨 수다를 떨고 있을까요?

루드베키아는 갈색 화장을 하고, 노란 원피스를 입고 정말 수다를 떨고 있을까요? 루드베키아에게 물어봐도, 수다 떠느라 잘 안 들리는지 대답이 없네요.



루드베키아를 뒤로 하고, 반대편 들판으로 가 볼까요?

반대편에는 바이올렛색 꽃이 피어 있어요. 잎 속에 모습을 숨기고 있어서, 수줍은 아이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에요. 커다란 잎을 잠깐 제치고, 보라보라 한 꽃을 찍어볼게요.





여름에 보라보라 한 꽃을 보게 되어서 기분도 좋고, 찍을 수 있는 영광도 같게 되어서 더 좋아요. 보라색도 여러 톤으로 나뉘어, 다채로운 보라색을 꽃으로 즐긴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 꽃은 칡꽃이에요. 칠 뿌리는 주변에서 많이 보아도, 칡꽃을 보신 분은 드무실 거 같아요.



칡은 다년생 식물로서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대부분 줄기가 살아남으며, 줄기는 매년 굵어져서 굵은 줄기를 이루기에 나무로 분류돼요. 산기슭의 양지에서 자라는데 적당한 습기와 땅속이 깊은 곳에서 잘 자라며 줄기의 길이는 20m이상 뻗기도 해요. 추위에도 강하지만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도 잘 자라요. 칡꽃의 향은 그윽하며, 잎은 3장이며, 뿌리는 오래전부터 구황작물로 식용되었고, 자양강장제 등 건강식품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뿌리를 삶은 물은 칡차로 먹기도 해요. [네이버 지식백과] 칡 [kudzu vine] (두산백과)



그윽한 칡의 향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어요. 보라색은 영감을 주는 색이라 좋아하는 색이기도 한데, 바이올렛 색의 옷을 많이 입어보지는 못했어요. 진보라색의 옷을 즐겨 입는 분도 계시던데, 그분들의 심장은 강심장일까요? 아니면, 나 이 정도 색의 옷은 문안하게 소화할 수 있어 일까요? 이런 색 계열의 옷을 입는 것은 마음 무장이 많이 필요한 거 같아요.



칡넝쿨도 생명력이 강해서, 개망초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강인함, 끈질긴 생명 이런 것이 생각나기도 해요.



칡덩굴을 뒤로하고, 다음 꽃 친구를 만나러 가볼까요? 다음에는 누구를 만나게 될까요?






이 꽃은 더 신기한 모습입니다. 잎이 커다란 새 발자국 같으며, 꽃봉오리가 맺히기 전, 작은 입들이 뻐금거리고 있는 듯하며, 꽃봉오리 일 때는 입에 바람을 불어넣어, 작은 풍선을 불고 있는 듯해요. 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다 주면, 입을 조금씩 벌려 먹이를 받아먹으며, 입을 오물오물하는 것 같아요.



이 꽃의 이름은 뭘까요? 이 꽃은 한방에서 여자에게 주로 많이 쓰이는 약재로, 동의보감에도 나와요.



이 꽃의 이름은? 앞 글자 이름만 알려드릴게요. "익"으로 시작돼요.

아하 하는 분들이 이제 계시겠죠? 이 꽃은 익모초예요.


고려 때 이두어로 목비야차(目非也次)라 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암눈비얏’·‘암눈비얏’로 불렸다. 최근에는 익모초로 통용되는데, 익모(益母)란 부인에게 유익하여 눈을 밝게 해주고 정력을 더하여 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익모초 [益母草]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익모라는 이름은 부인에게 유익하게 해 주면, 정력을 더해준 다는 뜻에서 그렇게 붙여졌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익모초의 꽃말은 '모정'이라고 해요.



여름 들녘에서는 여러 꽃 친구들을 만났어요. 이제 한 친구가 남았어요. 마지막 친구는 누구일까요?

어려서 잠시 시골에서 살았던 저는 그때는 이 식물을 많이 보지 못했어요. 이제는 들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꽃은 누구 일가요?






이 식물은 멀리서 보면, 포도송이가 하나씩 열리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줄기는 빨간색이고, 초록색의 작은 방울들이 매달려 있는 듯해요. 이 친구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볼까요?






이 식물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이 식물은 자리공이라고 해요.


자리공은 여러 해 살이 풀로 독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요. 뿌리는 덩어리 지고 살쪄있어요. 희게 피는 꽃은 꽃대에 많이 뭉쳐 피며 이삭 모양을 이룬다고 해요. 꽃잎은 없고,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인다고 해요. 꽃이 핀 뒤에 물기 많은 검붉은 열매를 많이 맺는데 아래로 처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리공 (몸에 좋은 산야초, 2009. 11. 15., 장준근)


자리공이 독 성분이 있기는 하지만, 잘 정제하여 약효로 쓴다고 해요. 포도가 송이에서 하나씩 영글어 가는 거처럼, 자리공도 그렇게 영글어 가는 것일까요? 우리의 꿈도 하나씩 영글어 가면, 멋지지 않을까요?


능소화부터 자리공에 이르기까지, 여름 꽃은 우리에게 뜨거운 여름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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