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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Nov 01. 2020

꿀렁꿀렁한 장마


여름 하면, 장마도 빼놓을 수 없겠죠? 장마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장마의 흔적 찾으러 가볼까요?






장마로 얼룩진 하늘과, 부유물이 약간 떠내려 왔으며, 물도 빛깔을 잃고,  물의 등살에 밀린 흙은 조금씩 쌓여가요.



꿉꿉한 장마에도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는 식물이 있네요. 예쁜 꽃, 열매도 같이 있네요. 이 꽃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이 꽃의 이름은 해당화라고 해요. 해당화에 대해 알아볼까요?          

    

줄기에 가시·자모(刺毛) 및 융모(絨毛)가 있으며 가시에도 융모가 있다. 꽃은 5∼7월에 홍자색으로 피며, 향기가 강하고 꽃자루에는 자모가 있다. 과실은 가장과(假漿果)로 구형이며 8월에 황적색으로 익는다. 해변의 모래밭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며 우리나라의 전 해안 사지에서 볼 수 있었으나 현재는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드물다. 해당화는 꽃이 아름답고 특유의 향기를 지니고 있으며 열매도 아름다워 관상식물로 좋다. 특히, 고속도로변의 미화용으로 일품이다. 꽃은 향수원료로 이용되고 약재로도 쓰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해당화 [海棠花]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 중앙연구원)


위에 적힌 대로 해당화는 향이 좋아요. 금방이라도 한바탕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도, 해당화 열매를 보고 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면서 어떤 노래가 떠오르기도 해요.






하늘은 한바탕 눈물을 쏟을 것 같지만, 해당화 열매는 박장대소(손뼉을 치며 크게 웃음)하고 있는 듯해요.

친정엄마가 즐겨 부르는 '섬마을 선생님'이 떠오르네요.




섬마을 선생님 / 이미자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19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 마오


구름도 쫓겨가는~ 섬마을에

무엇하러 왔는가 총각 선생님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에

시름을 달래 보는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노래 가사 첫 소절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로 해당화의 생태를 알 수 있어요. 해변 모래밭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는 것이 노래 가사에 반영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여기도 그런 지형이라 해당화가 피어 있어요. 식물의 특성에 따라 해당 지형에만 사는 식물도 있어요. 어느 지역을 가서, 그 꽃을 보시면, 아 이런 지형이라 이런 꽃이 피었구나 알아봐 주는 것도 좋겠죠? 자꾸 봐주어야 꽃도, 사람도 예쁘게 필 수 있지 않을까요?



두 번째 소절인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에서는 철새의 특징과 총각 선생님이 잠시 있다가 다시 뭍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엮어서 노래 가사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 가사도 때로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어요. 19살 섬 색시의 풋풋한 사랑과, 선생님의 사랑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지는 듯해요.



해당화의 꽃말은 온화, 원망, 미인의 잠결, 이끄시는 대로예요. 어느 지역에 갔을 때, 해당화가 피어 있다면, 주변 지형이 어떤지 금방 파악이 되겠죠?



해당화 여운이 가시기 전에 해당화 시 한 편 볼까요?




해당화/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 입술에 대이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한용운이 쓴 해당화입니다. 여기는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고, 해당화에 눈물 얼룩이 자꾸 진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시에서도 해당화가 어떤 곳에 피어있는지 알 수 있어요.



해당화를 뒤로 하고, 장마로 얼룩진 다른 식물을 보러 갈까요?





길었던 여름 장마는 나무에도 이끼가 서리게 하며, 두 가지가 합쳐지는 곳에는 나무의 눈물이 얼룩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무의 눈물처럼, 인생 장마도 우리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하는 것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런 느낌의 시를 읽으시고, 위로받으시면 돼요.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 김경주

                                                                                                                        

물고기는 물을

흘러가게 하고


구름은 하늘을

흘러가게 하고


꽃은

바람을 흘러가게 한다


하지만

슬픔은

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그 일을 오래 슬퍼하다 보니


물고기는 침을 흘리며

구름으로 흘러가고

햇볕은 살이 부서져

바람에 기대어 떠다니고


꽃은 하늘이

자신을 버리게 내버려 두었다


슬픔이 내 몸에서 하는 일은

슬픔을 지나가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


자신을 지나가기 위해

슬픔은 내 몸을 잠시 빌려 산다


어린 물고기 몇 내 몸을 지나가고

구름과 하늘과 꽃이 몸을 지나갈 때마다

무언가 슬펐던 이유다

슬픔은 내 몸속에서 가장 많이 슬펐다




이 시에서처럼 슬플 때는 슬픔이 우리 몸이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가 아닌 잠시 빌려 살게끔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슬픔이라는 시를 뒤로 하고, 길을 걸어볼까요?





물을 머금은 잔디도 잔뜩 늘어져 있다는 느낌도 들며, 개구리가 울음주머니를 부풀려 우는 것처럼 '그래도 나는 잔디다'라고 외치고 있는 듯해요.



어릴 적에는 비 오는 것과 상관없이 우산 하나 쓰고, 물 웅덩이에서 첨벙거리며 물을 튕기면 그 소리가 무척이나 경쾌하게 들린 적이 있어요. 그때는 지렁이도 무척이나 많이 본 듯해요. 지렁이가 땅을 기어 다니고 있는 것을 무척이나 신기하기도 했죠. 이렇게 놀 때는 버려질 옷과, 엄마의 잔소리는 성난 하늘에 묶어두고 노는 것이 때론 편하기도 해요.



"그래 너는 역시 잔디야"를 외쳐주며, 다음 친구를 만나러 가볼까요? 이번에는 색깔이 화려한 친구네요.





더위, 장마에 지친 나무가 자신의 아픈 속내를 내보이며, 예쁜 색의 버섯도 키우고 있네요. 아름다운 색의 버섯이라 만져보고 싶어도, 이럴 때는 꾹 참으셔야 해요. 예쁘고, 아름다운 버섯일수록 독버섯인 경우가 많아요.

버섯은 균류로 홀씨로 퍼진다고 하는 데,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날아온 것일까요? 아니면 나무가 죽어가서 일까요? 아직 나무가 살아있는 것을 보면, 아직은 그때가 아닌 듯해요.



나무에 이상한 곤충을 발견했어요. 버섯만큼 화려해요. 날아가기 전에 얼른 찍어야 해서 먼저 갈게요.





약간 화려한 색감에, 땡땡이로 추측해 보건대, "너의 이름은?"꽃매미야"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로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힌다. 중국 열대지역에서 온 외래생물로, 중국매미라고도 불린다. 보통의 노린재나 매미처럼 주둥이로 즙액을 빨아먹고 살며 포도나무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토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 생물종 정보 : 동물, 위키백과 꽃매미

                     


1979년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고 해요. 꽃매미는 천적이 없을까요? 천적이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꽃매미의 천적은 누구일까요?


꽃매미는 흔히 천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호랑거미, 사마귀, 잠자리, 쌍살벌 등 곤충을 먹이로 하는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애벌레도 거미에게 잡아먹힌다. 하지만 워낙 수가 많은지라 만만치 않다 꽃매미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천적은 있지만, 꽃매미의  수가 많아서 감당이 안 되는군요. 여러 피해를 주는 꽃매미네요.

꽃매미는 중국매미라고 많이 부르는데, 반갑지 않은 곤충이에요. 꽃매미를 얼른 떠나 또 다른 버섯을 구경하러 가봐요.



* 버섯 보러 가기 전 잠깐 타임입니다.


'너의 이름은' 하고 물어봤을 때, 생각나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니의 제목은 '너의 이름은'이에요. 줄거리는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천년 만에 다가오는 혜성 기적으로 소년 타키와 소녀 미츠하가 만난다는 얘기예요. 궁금하신 분은 니를 보세요.





수풀 틈에서 버섯이 난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뿌리를 따라 버섯이 자라고 있어요. 나무에 핀 버섯과는 또 다른 색이며, 다른 종류의 버섯인 듯해요. 이 버섯은 색이 진하지 않아서 만지고 싶지만, 요새는 이런 것을 잘못 만지면 큰일 나기에, 눈으로만 즐겨 주세요.



장마가 나무에게도 여려 영향을 끼친 듯해요. 풀 숲에서 깡충깡충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메뚜기? 방아깨비 중 누구일까요?





방아깨비라는 친구네요. 사진 정가운데 보면, 풀과 똑같은 색을 하고 있는 기다란 친구가 보이는데, 이 친구가 방아깨비예요. 어릴 적 메뚜기나 방아깨비를 잡아보려 열심히 풀밭을 뛰어다닌 적도 있어요. 풀숲의 메뚜기나 방아깨비는 폴짝폴짝 잘 뛰어서 잡기가 힘들기도 해요.



방아깨비를 풀 속에서 찾기 힘들죠? 동물, 곤충이 주변과 비슷하게 색으로 하는 것을 보호색이라 해요.               

동물의 색이 주위 환경이나 배경의 빛깔을 닮아서 다른 동물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색을 말한다. 나방의 유충이 대부분 녹색이어서 푸른 잎에 있으면 눈에 띄지 않거나 들꿩의 깃털 색이 여름에는 다갈색, 겨울에는 흰색으로 되는 것이 유명한 예이다. 파충류 ·양서류 ·갑각류 가운데는 환경 색의 변화에 재빨리 반응하여 체색을 바꾸는 것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보호색 [protective coloration, 保護色] (두산백과)                    



방아깨비는 왜 방아깨비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메뚜기목 메뚜기과에 속하며 주로 키가 작은 벼과 식물이 있는 초지에서 사는데 뒷다리를 잡고 있으면 마치 방아를 찧는 것과 같이 아래위로 움직이는 행동을 보여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예전부터 가을들판에서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전형적인 가을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방아깨비 [Bang-a-ggae-bi] (국립수목원 국가 생물종 지식정보 : 곤충)



방아깨비란 이름은 왜 붙었을까요? 방아를 잘 찧는다고 하여, 이렇게 이름이 붙었어요. 늦여름에 가서 방아깨비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방아깨비가 다음 타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면서, 방아를 찧고 있네요.



다음 타자는 누구일까요? 박주가리가 손을 드네요.




왼쪽은 이 날 찍은 것이고, 오른쪽은 동네에서 찍은 것에요.



이 곳의 박주가리는 비탈진 곳에 있어서, 클로즈업 사진을 못 찍어서, 박주가리 전체 모습은 왼쪽, 오른쪽은 박주가리의 꽃과 열매라고 보시면 돼요. 박주가리도 덩굴식물이에요. 왼쪽에서는 경사진 비탈 따라, 덩굴을 키우고 있고, 오른쪽은 울타리를 타고 올라오고 있어요. 박주가리에는 잔털이 많이 있어요.

이런 모습이면, 빗방울에 꽃은 젖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바통 터치는 끝난 것일까요? 마지막 친구가 남았다고 해요.

하늘이 펑펑 우니, 차 유리창에도 빗방울의 흔적이 남네요.





빗방울의 모습을 보니,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바람을 따라 흐르기도 하네요.

빗방울의 모습처럼 장마가 찾아올 때는 때론 잠시 모이게 했다 흘려보내거나, 바로 흐르게 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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