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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Nov 06. 2020

갈치은분 네가 문제야

시원한 무와 갈치조림


   갈치를 사러 가면, 어떤 것을 보고 좋은 갈치라고 골라올까요? 갈치가 반짝반짝 은빛을 내고, 상하지 않은 것을 골라오죠. 그러나 갈치로 음식을 할 때는 이 은빛을 잘 다뤄주어야 해요. 이 은빛의 이름과 성분은 무엇일까요?     



   어느덧 가을 끝자락인지, 찬바람이 많이 부네요. 이럴 때는 뜨끈한 밥에 갈치 살 한 점, 잘 조려진 무 한 조각 얹고, 갈치조림 국물 약간 끼얹어 먹으면 밥맛이 꿀맛이죠.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손질된 갈치를 넣고, 양념을 바른 후 갈치를 조리기 시작해요. 냉기가 살짝 도는 집안에 은근히 퍼지는 갈치조림의 냄새는 입안에 군침이 돌기 시작하며, 집안에 따듯한 온기도 전하는 듯해요.      



   갈치는 7월~11월 사이에 많이 잡혀요. 그래서인지 요즘 갈치는 살이 많이 올라 두툼하며, 단백질도 풍부해서 맛나게 갈치조림을 즐길 수 있어요.     



  “엄마, 오늘 갈치가 당기지 않아?”라며, 딸은 나에게 갈치를 얘기한다. 

“어떤 갈치? 구워? 조려?”라며, 나는 딸에게 요리 방식을 묻는다. 아이가 어릴 때는 조려진 생선을 잘 먹지 않아서 구워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간장에 조려진 맛을 알아서 인지, 갈치조림을 찾는다. 요새는 생선 구이보다는 생선조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갈치에 대해 먼저 알아볼까요? 갈치를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생김새가 기다란 칼 모양을 하고 있어 칼 도자를 써서 刀魚, 또는 갈치라고 불렀다고 해요. 통영에서는 빈쟁이, 전라도에서는 어린 갈치 새끼를 풀치라고 해요. 자산어보에서는 군대어(裙帶魚)라고 했어요. [네이버 지식백과] 갈치 [hairtail/cutlassfish] (두산백과)     



   도어, 칼치, 풀치, 군대어 등 이름이 많기도 하네요. 붙여진 이름마다, 갈치의 특징을 잘 잡아 부른 듯해요. 자산어보(조선 순조 때 정약전이 쓴 어류학서, 1814년)에도 실린 것을 보니, 일찍부터 갈치를 즐겼으며, 국민 생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갈치는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모습도, 가만히 있을 때의 모습도 웃겨요. 어떤 모습인지 볼까요?     



   갈치는 바닷속에서 서 있는 것처럼 머리를 위로 세우기도 하지만, 헤엄칠 때는 W자 모양으로 꼬리를 움직여 이동하기도 해요. 은백색의 갈치가 열을 맞추어 서 있다가  W자로 헤엄친다고 하니, 너무 재미있을 거 같아요.  갈치도 한잔 먹어서 갈지자의 걸음으로 가는 것일까요? 갈치는 갈지자여도 자기의 길을 잘 가는 듯해요. 이런 갈치는 나이에 따라 사는 방식도 다르다고 해요.     



갈치는 나이에 따라 먹이도, 습성도 다르다고 해요. 태어난 지 1~2년 된 어린 갈치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로 먹지만, 좀 더 크면 작은 물고기나 오징어나 새우, 게 등을 먹고 산다고 해요. 어린 갈치는 주로 낮에 바닷속에 머물다가 밤에 수면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잡아먹지만, 다 자란 성체는 낮에는 수면 근처에서 먹이를 잡아먹다가 밤에 내려간다고 해요. [네이버 지식백과] 갈치 [hairtail/cutlassfish] (두산백과)     

   


   갈치에 대해 재미있게 알아보았어요. 이제 갈치를 사러 가 볼까요? 갈치를 살 때 어떤 것을 주의 깊게 봐야 할까요? 몸을 덮고 있는 은분이 밝으며, 상하지 않은 것으로 사시면 돼요. 이 은분은 구아닌이라는 색소로, 진주에 광택을 내는 원료나 립스틱 재료도 쓰인다고 해요.      



   이런 갈치를 조릴 때는 2가지를 유의하셔야 해요. 갈치 내장과, 몸을 덮고 있는 은분을 잘 처리하셔야 해요. 이 두 가지로 인하여 갈치를 조려도 비린내가 나는 경우가 있어요. 



생선 내장을 빼는 방식은 생선의 배를 가르고 빼는 방식이 있고, 작은 칼집을 내어 그것을 통해 빼는 방식이 있어요. 갈치의 경우는 2번째 방식에 해당해요. 다른 생선에 비교하여, 빼는 방식이 어려우므로, 갈치 살 때 해달라고 하시면 돼요. 때론 이런 재치도 맛있는 갈치조림을 하는 지름길이에요. 갈치의 은분을 잘 긁어내셔야 비린내가 덜나요.      



갈치에 대해 여러 가지로 알아봤어요. 이제 갈치조림을 시작해 볼까요?

갈치조림 양념장부터 해볼까요? 조림 양념장은 아래를 봐주시면 돼요.



만능 양념장



앗, 이 사진은 어디서 본 듯한 사진이죠? 

맞아요. 지난번 두부조림에 수란까지 즐기는 방법으로 나왔죠. 두부조림에 수란까지 즐기는 방법은 이 글 끝에 링크해 놓을게요.          



만능 양념장     

진간장 6숟가락, 고춧가루 2~2.5 숟가락, 간 마늘 2~2.5 숟가락, 파 1.5 개, 올리고당 2.5 ~3숟가락, 깨 한 숟가락, 참기름 한 숟가락     



   만능 조림장이 남아있으신 분은 갈치조림에 맞게 위 레시피에서 깨와, 참기름, 올리고당을 빼고 나머지 양념을 추가로 더 넣어서 만들어 주시면 돼요.      

갈치조림 양념장을 새로 하실 분도 있으시겠죠? 올리고당, 깨, 참기름을 빼고 잘 섞으셔서 준비하시면 돼요.           


시원한 무와 갈치조림

갈치 1.5마리, 만능 양념장, 파 1 한 개, 무 약간, 청주 2숟가락, 청양고추 2개, 맛소금 1/2~ 1 한 꼬집


1) 무를 조림할 냄비 바닥에 깔아 주세요. 갈치를 한 번에 조리려면, 냄비 바닥이 넓은 것으로 사용하세요.(저는 주로 전골냄비를 사용해요.) 무는 0.5~0.6cm 정도의 두께로 해서, 부채꼴이나 네모나게 썰어주시면 돼요.   

  

2) 감자를 좋아하시는 분은 감자와 무를 섞어서 하셔도 되고, 감자만 하셔도 돼요. 무는 시원한 맛이 있고, 감자는 시원한 맛보다는 담백한 맛이 있어요.     


3) 은분을 잘 제거한 갈치의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씻은 후, 무 위에 골고루 잘 놓아주세요. 갈치 위에 양념장을 골고루 잘 발라주세요. 양파도 같이 드실 분은 양파도 같이 얹어주시면 돼요.     


4) 갈치의 비린 맛을 제거하기 위한 또 다른 팁

갈치에 만능 양념장을 바르기 전, 청주 2숟가락(소주로 대체 가능)을 갈치에 골고루 잘 뿌려주세요.     


5) 매콤한 갈치조림을 원하는 경우는 일반 고춧가루 대신, 청양 고춧가루로 양념장을 하시거나, 청양고추를 이용하시면 돼요.     


6) 갈치에 만능 양념장을 잘 바른 후, 물은 갈치 윗면보다 조금 낮게 잡아주세요. 갈치조림 국물까지 넉넉히 드실 분은 갈치 윗면 양념이 씻겨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물을 잡아주시면 돼요. 처음에는 뚜껑을 덮고 끓여주세요.     



은분 제거한 갈치에 양념 장을 끼얹고, 물 잡아주기



7) 갈치 국물이 끓으면, 뚜껑을 열고 끓이면서 국물도 졸여주세요. 뚜껑을 열고 끓이면, 비린내도 더 날아가요. 갈치가 2/3 정도 익어 가면, 어슷썰기 한 파를 골고루 잘 뿌려주세요.



갈치가 2/3 정도 익어가면, 파와 고추를 넣어주요.



  풋고추나 홍고추를 원하시는 분도 고추를 어슷썰기 해서 넣어주세요.     

갈치조림은 어느 정도 간이 맞아야 맛이 나므로, 여기에 맛소금을 한 꼬집이나 반 꼬집 정도 골고루 갈치 위에 뿌려주세요. 간장 맛이 짠 경우는 만능 양념장도 짠맛이 더 나서, 맛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돼요.     





  맛있는 갈치조림이 완성되었네요. 과연 국민 생선인지 맞는지 맛을 볼까요? 

밥을 한 공기 떠 놓고, 김치도 갖다 놓고, 그 후는 갈치조림 한 접시만 담아 주세요. 갈치 살 한 점에 간장에 잘 조려진 무를 얹어서 한 입 앙 먹어볼까요?

밥도둑이 따로 없네요. 밥 한 공기는 뚝딱이예요. 시원한 무와 잘 조려진 갈치에 밥 두 공기도 가능하겠지만, 나의 살을 위하여 오늘은 한 공기로 만족해주세요.      



  역시 가을에는 시원한 무와 갈치의 만남도 좋은 것 같아요. 가을은 새우구이, 전어에 이어 갈치도 같이 즐기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만능 양념장으로 갈치조림 해 먹는 것은 어떠세요? 갈치조림의 무도 1차는 무만, 2차는 무와 감자 반반으로 해서 먹는 것도 좋아요. 오늘은 무, 오늘은 감자, 오늘은 무와 감자로 내 마음대로 내 메뉴로 골라서 갈치조림을 맛나게 해 드시면 돼요. 갈치조림은 양념장, 은분 제거, 물 양만 잘 맞추시면 맛나게 드실 수 있어요.      



  요리할 때 재료를 잘 알면, 누구라도 맛있는 맛을 그릴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새로운 물건을 샀을 때랑 똑같다. 처음에는 많이 헤매지만, 매뉴얼을 보며 하나씩 익혀가다 가면, 하나둘 새로운 기능에 익숙해지면서 이내 나만의 사용법을 찾기도 한다. 재료에 대하여 매번 알아가는 것이 때로는 귀찮고 싫을 때도 있다. 가끔은 꾀를 부리고 싶고, 대충 해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판매하시는 분에게 맛있게 하는 법을 물어보는 것도 좋다. 그분만의 사용법을 오늘 요리에 응용하면, 재료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요리 방법 구축 등 여러 가지 혜택을 가져오기도 한다. 낯선 길을 갈 때,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기가 창피해서 길을 더 헤매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그 길을 잘 찾아가며, 주변의 풍경까지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요리나 새로운 길 찾기나 전혀 다른 것 같지만, 한 꺼풀 벗기고 보면 같은 맥락이다.      



딸, 오늘도 갈치 조려?



* 만능 양념장으로 한 두부조림에 수란을 즐기는 법은 아래 글로~


https://brunch.co.kr/@littlewt8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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