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바람에도
사람들 물음에도
나는 웅크린다
첨예한 방어막을 치고
자신을 숨기고 있는 뽀오얀 밤
나 자신이기도 하고
세상으로부터의 자그마한 쉼터
친구 결혼식에서 나를 보고
6개월간 가슴에 품은
그도 새하얀 밤이겠지
아카시아 꽃이 벌들을 유혹하니
밤꽃도 뒤질세라
온 산을 누비다가
차 창문까지 두드린다
어? 밤꽃이네
우리는 둘 다 늦깎이니까
재들처럼 분발해줘
4개월의 신혼은 밤송이를 잉태한다
첫 애는 진갈색
둘째는 연갈색
점점 자신의 색을 더해가는 밤톨들
자기야 밤꽃처럼 또 분발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