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의 이야기는 최근 필사한 시에서 잿빛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이 단어를 보자마자 꼬마 마녀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한 단락씩 필사하는 곳에서 나오는 단어를 섞어서 각 장면을 구성해보았어요. 이런 글을 적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최근 감성이 더 흘러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봐요. 아직은 알 수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또 써보고 싶어요. 처음이라 많이 떨리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잿빛은 깊은 바다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하루하루 숨만 쉬었다. 오래전 어미가 잿빛을 떠나고, 잿빛은 계속 그 자리에서만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닷속에 한줄기 태양이 비친 것 같았다. 한줄기 빛은 태양이 아닌 문어의 머리였다.
잿빛은 문어에게 물었다.
"너는 왜 머리가 동그래?"
"나는 이 머리가 좋아. 물살을 헤치고 나가기 편해. 너는 왜 잿빛이야?" 하며 문어는 무심하게 물어봤다.
"음……. 음……. 나는 원래 무슨 색깔이었는지 몰라.
눈을 감았다 뜨니 이런 색이야.
너는 바다에서 무서운 것 없어?" 잿빛 역시 무심을 가장하여 물어보았다.
반짝이는 문어 머리에 닿았던 빛은 이내 서툴러졌다.
그때 물살이 소용돌이치면서, 저 멀리 상어가 부풀어 오르며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잿빛은 순간 서투른 배포라 들숨을 마시며, 초조한 눈으로 문어를 찾았다. 문어도 얼른 피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문어는 우정에 감사한다며, 거무튀튀한 먹물을 분사하며 뽈뽈뽈 사라졌다.
상어는 모래에 파묻힌 잿빛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들창코를 벌름거리며 또 다른 냄새를 찾아 씩씩거리며 헤엄쳐갔다. 잿빛은 상어가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날숨을 쉬면서, 쥐 났던 다리를 주물렀다. 문어를 친구로 생각했던 자신의 오해에 시렸다.
잿빛은 바다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검디검은 바다가 때로는 온화하게,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열정을 듬뿍 담고, 때로는 격정으로 흐르는 것이 로망으로 와 닿았다.
실로 바다는 서해에서는 잔물결로 실룩거렸고, 남해에서는 흥에 겨운 듯 비트를 틀었다. 동해에서는 오직 자신만 존재하는 것처럼 군림하기도 했다. 처음 생명을 품으며, 잉태시킨 이도 바다이니, 태고의 숨결에 잿빛은 오금이 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