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장대비에 울음을 삼키고
나뭇잎에 차갑게 누우며
공고히 숨을 죽인다
햇볕의 달크무레한 속삭임에
요염한 바람결에 동하여
무대 사이를 비행 실로 흘러본다
유들유들한 족속이라 눈이 시려도
오므린 방적돌기에서 씨실과 겹실로 색을 입히고
식은 곤충 다리를 먹으며
오롯이 어미의 길을 걷는다
물 분자로 유랑하는 구름도
홍염을 거느린 달도
무대 위 DNA 흔적도 없지만
들끓는 생의 욕구에 빗방울도 삼킨다
* 달크무레하다 - 약간 달큼하다
* 유들유들하다 -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뻔뻔한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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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거미의 생태적 특성과 엄마로서의 삶을 투영시켜 시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인 상상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식은 곤충 다리를 먹으며 오롯이 어미의 길을 걷는다'란 표현을 통해서 거미와 인간 모정의 애틋함의 공통적인 요소를 통해 자식 사랑에 대한 유사성을 내포시키는 표현이 심사위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월간 시사문단으로 시인 등단(시인 등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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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