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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May 24. 2020

고향

고향




어둠이 거무스름하게 땅에 닿으면

굴뚝 연기는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구수한 여물 냄새가 콧잔등을 간질이니

기다림에 지친 아이는 닭 하고 술래잡기를 한다     


낮 동안 열어뒀던 방문이 제 갈 길을 가고

정지에는 도마질 소리 요란하니

아이를 부르는 엄마 소리에도

아이는 입만 뻐끔거릴 뿐이다      


어둠이 마을 어귀에 장막을 치면

소 울음소리는 담벼락을 타고

아이는 대문으로 달음박질하며

요강도 냉큼 방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활짝 피어난 웃음꽃이

문지방을 넘으니 여러 화음이 어우러진다

행인 그림자를 놓칠세라 개는 울부짖으며

그 곡조에 동네 개는 구슬피 운다


어둠이 잠시 마실을 나가면

화롯불에 걸터앉은 밤(栗)이 탁탁거리며 얘기하니

인절미는 석쇠에 누워 들으며

오로지 밤(栗) 얘기에 홀릭한 아이 눈만 반짝거린다


제 빛을 잃은 사물이 침묵에 잠기니

밤은 온정을 베풀며 수묵담채화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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