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라면 끓이기는 너무 쉽다고 생각한다. 라면은 쉬운 음식일까? 라면의 생명은 무엇일까? 물의 양만 잘 맞추면 될까?
나의 기억 속에서 라면을 처음 만난 곳은 농*을 방문했을 때다. 초등학교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농*을 견학해서, 라면·과자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경했다. 라면 만드는 곳에서는 면발이 끓어지지 않게 공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무척이나 긴 라면의 길이에 놀랐다. 라면 길이가 거의 50m가 넘는데, 이전에는 라면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 면이 공중에 매달려 이동해가는 과정에 엿을 길게 늘이는 장면이 겹쳐져서, 라면 공정을 따라 다니는 내내 맛에 대한 신기루가 생겼다. 그날의 견학 답례품은 과자와 라면 몇 봉이어서, 라면은 더 이상 신기루가 아닌 환상의 맛으로 와 닿았다.
“자기는 라면 물도 못 맞춰? 라면 물이 한강이네…. 라면이 왜 이렇게 불어있어?”라며, 신혼 초 신랑은 나에게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나는 결혼 전 라면보다 국수를 더 많이 먹는 편이었고, 라면은 자주 끓여보지도, 많이 먹지도 않았다. 그에 비교해 신랑은 자주 라면을 끓여봐서인지 라면 물도, 면발도 쫄깃하게 잘 끓였다.
라면의 생명은 물의 양, 수프와 면 중 무엇을 먼저 넣느냐, 면발의 쫄깃함 등 여러 가지의 변수가 잘 맞아야 맛있는 음식이 된다. 라면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한 끼 메뉴이지만, 맛있는 라면은 그냥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라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뒷면을 보고 라면을 끓이지만, 처음에 맛난 라면이 될 수 있기도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결혼 초 라면을 끓일 때, 우리 집은 계량컵이 없었기에 눈대중으로 대충 물의 양을 맞추고, 면을 먼저 넣은 후 수프를 넣었으며, 면을 잘 젓기만 했다. 면발은 친정엄마가 하던 방식으로 퉁퉁 부은 것으로 했다. 음식을 할 때 대부분 자신에게 익숙한 맛으로 하기에, 나도 나의라면 맛으로 했으니, 꼬들꼬들한 면발과 적당한 라면 국물 맛을 좋아하는 신랑 입맛에는 당연히 맞지 않았다. 신혼 시절 자주 먹었던 짜파게티는 버려지는 물의 양을 잘못 조절해서, 국물 있는 짜파게티가 되기도 했다. 그 후 집에 계량 할 수 있는 물병이 생기면서 라면 물을 계량하기 시작했으며, 신랑의 비법을 조금씩 곁눈질하기 시작했다. 신랑의 비법은 양은냄비의 사용, 수프 먼저 넣기, 면의 공중 부양, 달걀과 파 넣는 절묘한 타이밍 등 여러 가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 나도 가끔 라면을 끓이지만, 신랑의 그 맛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얼마 전 TV에서 생방송 되는 MBC 쌍방향 소통 요리쇼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에서 '요린이'(요리 초보들을 일컫는 말) 갱생 프로젝트에서, 라면 끓이기 하는 것을 보았다. 요리계 대부라고 할 수 있는 백종원은 라면의 첫 관문인, 물량을 어떻게 맞추라고 할까 하는 것이 너무 궁금해졌다. 방송에서는 라면 물량을 라면 봉지로 맞추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라면 봉지 끝을 바짝 자른 후, 라면 봉지를 세로로 삼 등분 해서 접은 후, 3분의 1지점을 자른 후 물의 양을 맞추면 된다고 하였다. 너무 신기한 방법이었다. 결혼 초 요리하는 방법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요리 책뿐이었는데, 라면은 기본이라 생각해서인지 나와 있는 책이 별로 없었다. 그 시절 판매되었던 라면도 요새같이 특이한 라면은 별로 없었으며, 지금 시판되고 있는 라면을 보면 많이 진화한 것을 알 수 있다. 남자가 멋지게 요리를 하고, 와인 한 잔을 준비하는 장면은 이제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며, 남자 셰프의 이야기도 나오며, 이제는 요린이에 포인트를 주고 있는 방송도 하고 있어서, 요리프로그램도 진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커가며, 가스 불 사용을 겁내지 않을 때부터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에 라면 물량에 헤맸던 것처럼,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냄비는 뭐 써? 엄마, 라면 물양 이 정도면 돼? 엄마 파는 이 정도 넣으면 돼?”라며 끝이 없는 질문을 했다. 지금 대학교 1학년이 된 큰 애와 고등학생인 작은 애는 이제는 일반 라면이 아닌 특식 라면을 끓이기도 한다.
집에서도 맛나게 불맛 나는 짬뽕라면을 즐길 수 있어요. 짬뽕라면은 딸이 끓여주었어요. 불맛 나는 짬뽕라면에서 중요한 것은 고추기름, 고기, 간장(간장을 태우는 것), 양파에요. (백종원 조리법을 참고했는데, 집에 있는 재료로 해서 본 레시피와는 차이가 날 수 있어요)
(파 기름내는 것을 좋아해서 파 먼저 볶았어요. 파 기름 맛을 원치 않으면, 고기를 먼저 볶으면서 나중에 파를 넣어 볶아주세요)
2) 고기는 집에 있는 냉동 삼겹살로 했는데, 전지나 대패삼겹살로 하셔도 돼요. 삼겹살로 하는 경우는 고기에서 고기 기름이 나오는데, 전지를 쓰실 경우는 고기에서 기름이 별로 나오지 않으므로, 식용유를 조금 더 추가해 주세요. 대패 삼겹살의 경우는 고기가 얇아서 고기에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고기에 어느 정도 간이 배는데, 삼겹살, 목살, 전지의 경우는 고기를 볶으면서 고기에 약간의 맛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시는 것이 좋아요.
3) 고기가 어느 정도 익어 가면, 호박과 양파, 청경채를 넣어 주세요.
4) 기름이 지글지글할 때, 센 불에 진간장을 넣어 주시면서 야채와 고루 잘 볶아주세요. 볶는 궁중 펜이 뜨거운 데 간장을 넣고 야채들을 조금씩 그슬리면서 불맛을 내는 것이에요. 간장을 잘 태워주시면서 간장과 야채 수분이 조금 남아있을 때 고춧가루를 넣고 다시 잘 볶아주세요. (짬뽕라면의 매운맛은 고춧가루로 조절하시면 돼요.) 매운맛을 좋아하시는 분은 청양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이용하시면 돼요. (고춧가루를 넣고 태우시면 안 돼요)
5) 고추기름이 어느 정도 잘 나올 거 같을 때, 끓인 물을 붓고 라면 수프와 분말 수프를 넣고, 면도 넣어 주시면 돼요. 국물이 많은 짬뽕라면을 하실 분은 물을 일반 라면 끓일 때보다 조금 더 잡아서 하시고, 간 보시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하시면 돼요. 싱겁지 않으면 소금간 하지 않으셔도 돼요)
딸은 국물이 약간 적은 짬뽕라면을 끓였어요. 국물을 많이 먹지 않을 생각이기에, 물을 조금 잡아서 했어요. 가끔 파 기름을 이용하는 저로서는 ‘아, 이게 불맛이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기름이 지글지글 끓을 때 간장을 태우는 맛의 느낌이 냄새로도, 맛으로도 확 와 닿는 듯해요.
가끔 불맛 나는 음식 메뉴를 먹으러 가면 맵기 차이만 다를 뿐, 비슷한 불맛이 나는 것은 왜일까요? 불맛 나는 짬뽕라면은 간장을 태우면서 직접 불맛을 냈지만, 음식점에 따라 불맛 나는 시판용 소스를 사용하는 곳도 있는 듯해요.
간장을 태우는 것과 완성된 짬뽕라면
<크림진짬뽕 재료>
집에서 즐기는 크림 진 짬뽕은 우유만 추가로 준비해 주시면 돼요. (아들이 끓인 크림 진짬뽕)
물 100mL, 우유 200mL, 진짬뽕 1개, 마늘 2~3개, 양파 반개, 식용유 한 숟가락
1) 라면을 끓이고, 양파를 볶는 것도 있어서 궁중 펜을 하시는 것이 좋아요.
2) 궁중 펜에 식용유를 한 숟가락 정도 넣고, 편 마늘을 볶아주세요. 편 마늘의 향이 올라오면 세로로 썰어 놓은 양파 반개도 같이 볶아주세요. (편 마늘이 없으신 경우는 간 마늘 한 숟가락 정도로 하시면 돼요)
3) 양파가 어느 정도 익어가면 우유 200mL, 물 100mL, 라면 플레이크 하나, 라면 수프는 반 정도 넣어 주세요.
4) 우유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익혀주세요. 액체 수프는 1/3 정도 넣은 후 간을 보고 추가로 더 넣어 주세요. (아들은 액체 수프 1/2 정도 넣었어요).
<우유가 끓이면서 후레이크와 스프를 반정도 넣었을 때와 완성된 크림진짬뽕>
*크림 진짬뽕에서 중요한 것은 라면 수프와 액체 수프의 양이에요. 진 짬뽕 원래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니므로, 라면 하나 분량의 수프를 그대로 쓰면, 물을 벌컥벌컥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진짬뽕은 얼큰하면서도 약간은 시원한 짬뽕 맛을 즐기는 것이라면, 크림 진짬뽕은 우유를 넣고 하는 것이라, 크림과 짬뽕의 반반 맛 정도 생각하시면 돼요. 우유가 들어가서 단백질 섭취도 할 수 있고, 우유가 크림으로 되면서 느끼할 거 같았는데, 진짬뽕이 느끼한 맛을 잡아주어 맛나게 즐길 수 있어요.
불맛 나는 짬뽕이나, 크림 진짬뽕의 경우는 그냥 한 끼를 때우는 라면이 아닌 정성과 시간이 조금 더 들어가서 특식 라면이 되었어요. 엄마는 재료만 사주고, 아이가 해주는 것을 먹어주며 잘했다고 이야기해주면 돼요. 아이는 무엇인가를 잘 해냈다는 자신감은 물론, 자신의 레시피 하나 또 생긴 것이겠죠.
결혼 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나와 신랑은 라면 종류만 바뀌었을 뿐, 파와, 달걀이 들어간 라면을 즐기는데, 아이들은 이런 신메뉴의 라면도 즐긴다. 아이들이 이색적인 라면을 끓이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을 보면 물의 양, 넣는 방식, 타이밍에 따라 요리도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재료를 잘 알아야 그에 맞추어 요리를 할 수 있어 기본 맛이라도 낼 수 있고, 라면에 고기 한 점을 같이 먹는 방식이라든지, 불맛 나는 짬뽕, 크림 진짬뽕 등을 보면 먹는 맛도 진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은 백종원 레시피를 따라 해봤어도, 한번 두 번 하다 보면 자신만의 레시피로 변신하며, 그다음에는 응용도 할 수 있다. 침대만 과학이 아니며, 요리도 과학이라 할 수 있으며, 라면의 진화처럼 요리도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한두 번 해보고 맛이 안 난다고 쉽게 포기하면,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다음에는 자신감도 잃어 더 못할 수도 있기에 자신만의 레시피 구축도, 요리 실력이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요리도 과학이라고 생각하고, 맛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해 본다면, 모든 메뉴를 잘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요리는 결과물의 성과에 관련 없이, 발견이라는 측면이 먼저 와 닿기 때문에, 맛이 없어도 다음 번에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 포인트를 찾을 수 있기에 한발 또 나아갈 수도 있다. 오늘의 자신감에 시간도 누적시키면 맛난 요리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