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무채색이 난무한 세상에
당신을 만나고 나서야
개나리 하나 입에 물고
서툰 나비 날갯짓에 우는 병아리였죠
힘내라는 당신의 순도(純度)에
겨드랑이 날개가 타면서
솜털이 허공에 젖어 암탉이 되었죠
밤마다 온탕과 냉탕을 누비며
삼칠일 동안 알을 품고 나서야
유채색으로 겹겹이 피어오르니
그제야 고인 울음소리 꼬꼬댁
땡볕도, 강아지도 친구인 양 여기는 병아리에
마음 살 푸르딩딩하게 휘어지더니
바람도 후려치는 쌈닭이 돼서야
개집 지붕 위에서 가을 햇살에 젖어든다
꼬끼오
*순도(純度) - 빛깔의 세 속성 가운데 하나. 빛의 엷고 짙은 정도를 이른다
* 시사문단 2020년 10월호에 신작 시로 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