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해요?

네가 나 때문에 우는 게 좋아 - 6

by 립나




성준의 눈물을 본 이후로 소윤은 자신의 몰랐던 취향이 얼마나 세차게 수면 위로 올라왔는지 절실히 느꼈다. 시도 때도 없이 성준의 우는 얼굴이 떠오르는 건 물론이고, 성준과 마주 보고 있으면서 무던한 그 얼굴에 상상으로 눈물을 덧그려보고는 했다. 살아오면서 특별히 가학적인 것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지금도 물론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는 건 전혀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눈물이 가득 찬 그 눈에서 느껴지는 요동치는 감정이 소윤 안의 무언가를 건드린 것은 분명했다.








한 번은 두 사람이 서로를 안으며 밤을 보내다가 소윤이 앞에 있는 성준이 아닌, 기억 속의 눈물을 흘리던 성준을 떠올린 적도 있었다. 잠자리에서 꽤 다정한 편인 성준도 그날은 소윤의 목선을 따라 자국을 남기면서 집중하지 못하는 소윤을 몰아붙였다. 무슨 생각해요? 조금은 굳은 목소리로 물은 뒤 곧바로 입술을 부딪혀오는 성준 때문에 소윤은 대답할 틈이 없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따로 답할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리님 생각해요. 지금 대리님 말고 그때 그 울면서 제 손바닥에 키스하던 대리님이요. 생각만으로도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감각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점점 깊어지는 입맞춤에 서서히 녹아내리는 상념을 흘려보내면서 그제야 소윤은 눈앞의 성준을 바라보았다.


가끔은 작은 수작을 부려보기도 했다. 함께 아주 슬픈 영화를 본다거나, 정말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본다거나 하는. 하지만 그때마다 성준의 눈가는 바싹 마른 수건처럼 뽀송하기 그지없었고 오히려 옆에서 성준의 눈물을 고대하던 소윤만 콸콸 눈물을 쏟아서 성준이 끌어안고 달래주기 바빴다. 몇 번의 시도와 실패를 겪으면서 함께 흘러간 시간 덕분에 소윤의 충동은 조금씩 멎어 들어갔고 결국 성준의 눈물은 소윤의 마음속에서 굉장히 특별했던 순간 정도로 남으며 정리되는 듯했다.








성준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다른 지역에 있는 분사로 출장이 잡혔다. 이동하는데 3시간 정도 걸리는 지역이라 그동안 출장이 있을 때는 빠듯하게 퇴근하면 당일로 마칠 수 있었는데, 이번엔 함께 협업한 다른 부서의 직원들도 한자리에 모여 뒤풀이까지 한다고 해서 1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회식이라니. 소윤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성준이 답지 않게 우는소리를 했다. 성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던 소윤은 보고 있던 TV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힘들겠다. 우리 팀에서는 윤 주임님이 가신다던데. 다들 이게 웬 고생이에요.”


“... 홍보팀에서는 김대리가 간대요.”



소윤은 멈칫거리려던 손을 가까스로 움직여 자연스럽게 계속 성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김대리님 능력 좋으셔서 바쁘실 텐데 분사 출장까지 가시고. 능력이 좋으시니까 출장도 가고 바쁘시고 그런 건가? 암튼 아주 절친한 동기끼리 가셔서 재밌으시겠네. 맘 같아서는 입술을 댓 발 내밀고 구시렁거리고 싶었지만 애써 티 내지 않고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대리님도 힘드시겠어요.


소윤의 다정한 대답에 성준이 빤히 올려다봤다. 그 곧은 시선에 자신의 유치한 마음이 들킬까 걱정된 소윤은 손을 내려 장난치듯이 성준의 눈을 가렸다. 자신의 연인인 성준을 믿고 있고 그동안 겪어보고 들어온 바에 따르면 김대리님도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는 건 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부러울 만큼 멋진 사람이 자신의 연인과 가깝다는 사실은 자꾸만 질투를 당연하게 만들었다.


뒤풀이하면 늦게까지 같이 있을 테고 둘이 친하니까 같은 호텔에서 묵을 수도 있겠네. 술 취했다고 서로 부축해주고 그럴 수도 있고. 암튼 둘만 아는 얘기도 하고 그러겠지. 두 사람 모두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지만 과연 술 취한 두 사람도 믿을만한 사람들일까?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불안하고 맥락 없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린 소윤은 마음을 가다듬고 그저 작은 당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피곤할 텐데 술 많이 마시지 말구요, 알겠죠?


눈을 가린 소윤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 올리고 있던 성준은 소윤의 손을 내려 다시 한번 그 분명한 시선을 보내왔다. 그대로 잠시 눈을 맞추고 있다가 소윤이 보조개를 보이며 작게 웃자 갑작스럽게 고개를 돌려 소윤의 배에 얼굴을 묻고 와락 끌어안았다. 결국 꾸물꾸물 몸을 일으켜 자신의 큰 품에 소윤을 가두는 성준의 입술이 조금 튀어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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