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롱이의 말랑감성 관찰기
보롱이를 처음 만난 날, 보롱이는 새끼 손톱만한 작은 꽃들을 조롱조롱 달고 있었다. 꽃들이 다들 아래를 보고 있기도 해서, 그 모습이 흡사 작은 꼬마 딸기 같았다.
뾰족하고 부드러운 잎새와 꽃봉오리같은 꽃 맵시가 고왔고, 무엇보다 저 꽃망울이 터지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 자체로도 예뻤지만.
그리고 보롱이는 그 봉오리 모양이 꽃이 핀 모습 전부였다. 그 사실이 더 마음에 들었다. 봉오리같은 모양새가 활짝 핀 꽃 모습이라니,
피어도 피지 않았고 피지 않았어도 핀 것 같은 오묘한 매력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때는 미쳐 꽃이 지는 모습은 어떻겠다라는 기대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실 여기저기에 딸기빛 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보롱이었다.
아 - 그렇구나. 나는 보롱이가 봉오리 모양 그대로 꽃잎이 톡- 떨어지면 그걸 모아다가
예쁘게 말려보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롱이는 바람결을 따라 오만군데 꽃잎을 흩뿌리고 있었다.
"자 제 갬성을 받아보세요-"
보롱이는 그렇게 바람이 불 때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시도때도 없이 꽃잎을 뿌려댔다.
"우리 보롱이는 꽃이 필 때는 얌전하더만, 질 때가 더 화려하네"
그렇게 웃으며 꽃잎을 치웠는데 이게 뭔가 도가 지나치다 싶은 순간도 사실 더러 있었다.
청소 다 해 놓으면, 다시 흩뿌리고, 청소하면 흩날려 놓는다. 그렇다고 화내기도 뭐하고 안 내기도 뭐한 애매한 상황.
자기 기분에 잔뜩 취한 아이에게 뭐라 할 수도 없으나 아무말 안하기엔 뭔가 억울한 그런 상황.
보롱이의 꽃잎 지던 날들을 함께 하며 깨우친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면,
꽃은 피지 않고도 활짝 필 수 있다는 것,
꽃은 필 때보다 지는 모습이 더 화려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보롱이에게는 아무것도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
보롱이를 보며 나는 또 그렇게 마음의 살이 조금 더 토실토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