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방이, 힘내라
방이를 처음 봤을 땐, 하얀 꽃들이 조로록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 불면 '춍춍~' 소리가 날 것 같은 모습이랄까.
'아, 저래서 은방울이라는 이름이 붙었구나' 싶은, 정말 방울소리가 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나의 가족이 된 방이는 자연이 그러하듯 이내 꽃이 졌다.
꽃이 지자, 그제서야 나는 방이에게는 이렇다 할 잎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울이는 커다란 잎이 2개나 있고, 이제는 하나가 더 돋아나 마음껏 해를 받아쬐는데 방이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꽃이 지자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방이 몰래 방이 걱정을 했더랬다 (화분을 키우다보니 이상하게 이 아이들에게 귀가 있는 것 같아 애들에 대한 이야기를 대 놓고 못하겠는 요상한 심리가 생긴다)
방이가 들을 수 없는 곳에서 혼자 방이 걱정을 해 보는 것이다. 어쩌면 방이가 시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방이는 잎이 없어서, 커다란 잎이 울이처럼 없어서 어쩌면 오래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방이에게도 열매가 맺혔다.
그러자 다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렇다 할 잎도 없는 방이가 저 열매를 감당할 수 있을까, 저게 방이에게 더 부담이 되면 어쩌지하는 생각들이 방이를 볼 때마다 자꾸 밀려왔다. 그리고 방이에게는 비밀이지만, '잎이 난 은방울꽃을 데려올 걸 그랬네'라는 생각도 했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방이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러던 중 비가 내리던 어느 저녁이었다. 이제는 창문을 열어도 춥지 않은 봄밤이었다. 베란다에 앉은 8남매 곁에 가 나도 앉았다. 그렇게 빗소리를 듣고 있는데 방이에게 달린 열매가 눈에 들었다. 제법 토실토실해졌다.
'제법이네..'
그렇게 무심코 말을 내뱉고 나니, 이렇게 애를 써 잘 자라고 있는 방이를 나는 너무 걱정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방이는 자신의 방식대로 열매를 맺고 키워나가고 있는데 나는 언젠가는 시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저 열매가 방이에게는 버거울 것이라는 생각들만 늘어놓았다. 실체도 없고 이유도 없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거두고 나니 방이가 보였다. 내가 할 일은, 있는 그대로의 방이를 응원해 주는 것. 이제 걱정은 말고 힘내라고 말해주기. 잎이 없건 열매가 방이 줄기에 비해 크건 말건 방이는 잘해내고 있으므로 나는 그를 응원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우리 방이,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