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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마나 May 13. 2020

푸릇 8남매 식물로그: 엄마보다 큰 아기가 태어났다!

몬s 막내의 반전미 넘치는 등장

내게는 주물로 만든 아주 작은 절구가 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가진 것 중에 왜 샀는지 모르지만 갖고 있으니 기분좋은 물건이 한 가지쯤 있다. 내게는 이 절구가 대표적인 아이이다.

이 주물절구가 좋은 이유는 절구공이를 들 때마다 '아- 이래서 선입견은 무서운거야'라고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 내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이 절구공이는 정말, 아주, 매우 무겁다.

작다고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몸으로 깨닫고 나면 깨달음은 뭉게뭉게 피어난다. 어느 날 나의 꼬망이들이 나보다 로봇 변신을 능숙하게 해 내면 어른이라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아는 것도 그러하고, 나를 앞질러간 차가 신호대기선 앞에서 내 차와 나란히 섰을 때 서두른다고 빨리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그러하다. 그리고 어느 날, 몬s도 그런 가르침을 시전하였다.


몬s의 가장 큰 이파리에서 줄기 하나가 새롭게 몸을 만들고 있었다. 생명에서 새 생명이 돋아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다. 아메바처럼 마구마구 빠른 시간 안에 늘어나는 생장력도 놀랍지만 오랜 시간을 두어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낳는 것은 가끔 더 역동적이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는 경외심이라고 해야 할까. 몬s도 그렇게 새로운 이파리를 하나 내 놓았다. 처음에 줄기가 먼저 나왔는데 이파리는 돌돌 말려 있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이럴 때 보면 참 같다. 아가들도 태어나면 몸을 웅크리고 손가락도 꼭꼭 말아 주먹을 쥐는데 이파리도 그렇다니 신기하다.


그리고 어느 날, 몬s 막내가 돌돌 말려있던 잎을 활짝 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 이파리가 돋아난 잎들 중에 제일 크다. 커도 너무 크다. 엄마보다 2배 넘는 크기의 아가가 태어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동물 중에 이런 동물이 있나. 엄마보다 몸집이 큰 아가를 낳는다는 것은 동물에게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어미 몸에서 나와야 하니 일단 엄마보다 작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몬s의 첫째가 엄마라는 것은 아니지만 식물의 일부가 다른 식물을 내는데 본디 몸보다 큰 몸이 나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다. 식물을 키우다 보니 선입견이며 편견이 깨지는 소리가 쨍그랑 요란스럽다.


하트 모양 보드라운 연푸른 잎이 활짝 폈다. 아기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건 색 뿐이다. 반전미 넘치는 등장으로 또 한번 웃는 날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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