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늘 초보가 된다.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마음먹은 1월의 계획

by 여름

<1월, 늘 초보가 된다.>


어느덧 새해가 밝았다. 분명히 어제와 다른 것도 없는데 새해가 밝았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설렘과 초조함 그리고 옅은 희망이 생겨났다. 새해에 무조건 '할 일'을 먼저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차곡차곡(글쓰기 모임)을 신청했고 2024년에 처음으로 했었던 운동 챌린지를 재신청했다. 물론 그동안 주 3회 운동 챌린지를 달마다 결제해오긴 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제대로 하는 날은 점점 줄어들었고, 나의 뱃살과 짜증은 그에 반비례로 늘어만갔다. 처음에 새해맞이 운동 챌린지를 결제할 때만 해도, 그래 6주 코스니까 잘 적응하면 나도 새 사람이 되는거야! 라고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제 밤 (그러니까 일요일이든 월요일이든 상관없던 나의 일요일)에 알람이 오면서부터 나는 초조해졌다. 단체방과 인증방에 초대되었고 묘한 불안감이 나를 감쌌다. 이건 되돌아 보건대 나의 습성 때문인데, 무언가를 시작할 때 괜시리 긴장하고 잘 하지 못할까봐 (실제로 잘하지 못함 ㅎㅎ)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먼저 볶는 것이다. 웃긴 건 이렇게 마음을 못살게 구는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면 속시원하겠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아쉽게도 나는 결과를 아직 알 수 없으면서도 늘 마음만 먼저 브레이크 망가진 자동차처럼 미친듯이 달려나간다. 결론적으로 쉬이 지치고 나를 갉아먹는데에 선수인 셈이다.


2024년에 시작한 운동 챌린지는 2달만에 4키로 그램을 감량하게 해줬고 습관도 바로잡아줬다. 하지만 그 다음해 1-2월에 친정에 다녀오면서 편히 먹고 쉬느라 다시 살이 반 정도 쪘다. 그렇게 다시 유약한 인간으로 변한 나는 전에 가지던 좋은 습관을 되찾지 못하고 설렁설렁 2025년을 살다가 해를 보내줬다.

2026년의 나의 목표는 얼굴도 마음도 예뻐지자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아줌마의 예쁨은 좀 남다르다. (물론 요새는 너무 예쁘고 젊고 멋진 아줌마들이 많다.) 결혼 전에 오롯이 나만 치장하고 가꾸던 시절과는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저 잠 못자서 퀭해 보이는 얼굴빛이 좀 환해지고, 4년째 작아서 입지 못하는 바지 3벌을 다시 입는 기쁨을 누리는 것! 그것이 아줌마가 된 나의 예쁨 기준이다. 그러니까 한 3킬로그램만 빼서 옷을 안 사고 다시 입는 행복을 쟁취하는 것이다. 그러면 얼굴도 당연히 기뻐서 저절로 밝아질테니 금상첨화 아닌가!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마음을 좀 정돈하는거다. 사실, 내 마음은 정초부터 쑥대밭이었다. 누군가는 애랑 남편이랑 있으면 그게 행복이라던데 나에게는 왜 이리 버거운지... 그 둘과 싸우느라 벌써 4일이 지났고, 내 마음 속 정원은 쓰나미 후의 회생불가였다. 아오 통탄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구정부터 새해라고 우기며 나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새해가 되어 조금 엇나간 감정의 선과 맛있게 먹은 고칼로리들은 별 것 아니라고. 앞으로 진짜로 올 날들에 대한 예행 연습이라고. 지나간 일들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 나직이 하지만 분명하게 나에게 다시 말해준다.

"결제하면서 마음먹은 6주까지도 필요 없어. 하루만 잘 하자. 아니, 그 하루도 못해도 돼. 쉬어가는 것도 괜찮아."

오늘 새벽 6시에 라이브로 시작하는 운동을 위해서 전날 밤 옷을 꺼내놓고 새벽 5시 50분 알람 소리에 깼다. 아 정말로 일어날까 말까를 그 짧은 새에 10번은 넘게 고민했다. 그러나 나는 이불을 박차고 나와서 옷을 입고, 오늘의 운동을 했다. 그리고 운동이 끝나면 늘 강사가 말하는 "잘했어 좋았어 멋졌어!" 구호를 따라하며 아침을 시작했다.

일어날 때는 천근만근이었는데 막상 일어나서 몸을 풀게 되니 개운했다. 자연스럽게 아침식사도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고, 우리 세 식구는 큰소리 나지 않고 평온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혼한 지 5년 만에 남편과 같이 아침 조깅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내 몸을 추스르느라, 남편은 열외였다. 게다가 더이상 잔소리 하기도 지겨워서 살이 10키로나 찐 그를 방치했었다. (물론 방학마다 운동할 여유를 거둬가는 일들이 해마다 터지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웬일로 남편이 먼저 운동화를 사겠다고 했다. 그는 신발을 사고 겨울용 스포츠 바지도 사며 오늘을 준비했다. 아이를 보내고 바로 30분을 걷고 뛰었다. 남편은 내가 자기보다 더 잘 뛰고 힘들어하지 않자 너무 놀랐다. 매번 나에게 "만보 걷는 건 의미 없어. 운동 안돼." 라며 훈수두기 일쑤였는데 말이다. 나의 만보걷기는 작년 한 해동안 나를 지탱해준 은인이 맞았다는 걸 그도 나도 깨달은 순간이었다.


오늘은 겨우 1일차라 앞으로 어떻게 지속해나갈지는 모르겠다. 나의 게으름이 불쑥 올라오거나 컨디션이 나빠지거나, 아이나 남편과 갈등이 생겨서 마음이 속상해지거나....변수는 끝이 없고 언제나 나를 삼키려고 노려보고 있다.

'의지'라는 당당한 이름의 무기를 꺼내어 나를 믿고 속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펼쳐진 긴 시간을 구태여 미리 짐작하지 않는 것. 그저 오늘은 오늘이기에,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것. 그거면 될 것 같다. 오늘을 망치면 내일 그리고 모레 심지어 1월까지 망가질 것 같은 망상에서 벗어날 길은 그것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작심삼일도 대단한 성과 아닌가? 삼일씩이나! 오마이갓! 나는 겨우 하루를 살아냈으니 3일까지 해낸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올 해의 달력은 바뀌었지만 우리의 삶은 늘 그렇듯 이어져있다. 켜켜이 쌓아온 나의 날들이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니까, 너무 새로운 나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야지. 그저 2026년에도 여전히 살아보려고 애쓰는 나를 안아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할 수 있는 일은? 1월을 살살 달래면서 천천히 가보는 것.

"초보새해 파이팅, 2026 슬슬 가자!"

초보운전의 마음으로 1월에 귀여운 스티커를 붙인다. 그리고 나는 그 차를 몰고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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