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중심추

시작 이후의 나

by 여름

<생활의 중심추>


나의 생활을 견디게 하는 중심추는 운동과 글쓰기다. 아 물론 그것이 남편과 아이이면 좋겠지만, 그건 나같은 이에게 너무 가식적인 이야기라 하핫. 읽는 사람들을 거짓으로 속일 수 없는 법 ! 전에는 여기에 영어공부도 포함 되었지만 아직 서두에 머릿말조차 읽지 않은 나....빨간 책의 표지에 선생님 얼굴만 26일째 바라보는 중인 나. 분발하자고 다독여본다.


운동은 2024년 10월, 세 아이의 엄마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배케덕에 시작했다. 카이스트를 나오고 똑똑한데 에너지까지 좋은 '애엄마'가 이끄는 온라인 운동크루라니! 나같이 사람 만나서 부대끼며 운동하는 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제격이었다. 그 때는 새벽 5시 30분 자그마치 5일 운동이었다. 게다가 인증하는 추가운동과 식단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네! ㅎㅎ그렇게 세 달을 연이어 잘 하고 2025년 내내 휘청였다. 새벽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생활은 아이와 남편에게 화와 짜증으로 이어졌다.

2026년! 나는 다시 키키 챌린지를 결제했다. 6주 과정 중에서 지금 3주가 지났다. 두 주는 열심히, 지난 주는 생리 핑계로 거의 안 했다. 체중계 위에 내 몸무게는 도로 제자리를 찾았고 오늘 다시 남은 3주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운동 전의 나는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의 인간이었다. 이건 참으로 나와 타인에게 무서운 잣대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오르락 내리락하는 과정을 거쳐서 단단한 원칙을 물렁하게 바꾸었다. 그러니, 일정 구간을 오가기만 할 뿐, 급격하게 살찌지는 않는다.(여전히 무거워요.) 그리고 뭘 먹어도 방울 토마토라도 먼저 입에 욱여넣는 내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시시각각 쪼아대며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공복은 되도록 14시간을 유지하고, 운동을 정 하기 싫을 땐 나가서 걸었다. 부모님처럼 나이들어 약 먹고 아프기 싫어서 시작했던 일들은 나를 사랑해서 하는 일이라는 키키 슬로건을 따라 마음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물론 오늘도 삐걱대긴했다. (주로 삐걱댄다.)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하고 늦은 운동을 재방송으로 했으며, 아침에 가족들에게 별 것 아닌 걸로 짜증을 냈다. 내 손바닥 뒤집듯이 쉽다면 인간개조는 너무나 간단한 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단한 루틴이 잡히지 않은 지금, 나는 여전히 우왕좌왕한다. 다만, 아주 세심하게 모난 곳들을 깎아내리며 다듬는 중이다. 다시 깎아내어놓은 자리가 열받게 도로 차 오를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기로 한다. 남은 3주를 기꺼이 잘 해내겠다는 다짐으로 월요일을 시작했다. 나를 다스리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그럼에도 나를 잘 다독이며 구슬렀다가 혼내기도 하면서 나만의 코치를 내 안에 데리고 산다. 그 애와 무던히 협동하고 살아가는 것이 (돈없는) 나를 위한 찐 노후자금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운동 선수가 아니기에 운동이 흐트러질 때, 나를 잡아주는 것은 단연 글쓰기다. 수동적인 인간인 나는 정해주는 일은 잘 하지만, 내가 스스로 해 나가는 일에는 약하다. 무엇을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도 어려워 눈물이 나는 일이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블로그에서 언뜻 보고 별 생각없이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그저 일기를 끄적이는 블로그에서 일명 '각잡고' 쓰기란 어려운 일인데다가, 무엇보다 머리를 쓰지 않는 지금의 생활이 두려웠다.

직장 생활도 오래도록 멈추고 이과생인 남편(자기 표현 부족, 언어선택 미달로 오해가 자주 생겨 싸움)과 아직 어린 아이와 대화를 하는 가운데 알던 말도 내뱉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무작정 모임에 발을 담갔다. 아이 언어치료를 가서 대기하는 중에 월요일의 주제가 공개된다. 그러면 나는 머릿 속에서 어떻게 쓸지 구상하거나 짧게 임시저장하는 글을 써 둔다. 그리고 돌아와서 뭐가 됐든 간단히 먹고 쓰기 시작한다.

글쓰기 모임 전에는 돌아와서 집안일을 하고 월요일에 올라오는 유툽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2시가 되면 나는 침대로 향했다. 아이가 오기 전, 적어도 한 시간 이상 누워있었다. 남은 시간을 버텨야했기에.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 와서 글을 대강이라도 마무리하고 블로그에도 올린다. 그리고 모임장님의 조언으로 시작하게 된 브런치에도 예약글을 걸어둔다. 아무도 내 글에 큰 관심이 없지만 나는 매주 화요일에는 글쓰기 모임의 에세이를 올리고, 금요일에는 막무가내 엉망진창 단편 소설을 올린다. 주중에는 크게 수정하지도 않고, 그저 날 것에 가까운 글들을 연신 써댄다. 작가가 되어야지라는 큰 포부도 없다. 그저 뇌를 너무 해맑게는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일념하에 내가 남들보다 조금은 잘 해낼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결과물을 내 눈으로 볼 뿐이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물리적으로 보이는 것들에 민감하다. 스스로를 속이기 어렵다. 매번 성실하게 마음 다해 썼다고는 못하지만, 적어도 써 내려간 글이 컴퓨터 바탕화면에 채워지는 것을 목도하면 뿌듯하다. 글쓰기로 돈을 벌지 못하고,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님에도 나는 많은 감정과 시간들을 이곳에 희석한다. 그리고 조금은 덜 탁해진 나의 인생을 주워담아 가져간다. 그것으로도 되었다.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모임에서 알려주는 추천도서를 읽고 작가의 재밌는 문장을 곱씹는다. 그리고 나도 따라해본다. 이 모든 것 또한 곁들어지는 소소한 재미다.


나에게는 두 점이 있다. 운동과 글쓰기. 둘 중에 하나가 살아남을 때도 있고, 둘 다 마음에서 멀어져 하기 싫을 때도 있다. 그래서 올 해는 하나의 점을 더 만들려고 한다. 다만, 그것이 무엇이라고 단정지어 계획을 하고 동그라미를 치면서 가져가고 싶지는 않다. 내가 이 두 가지를 하다가 조금 더 해도 된다는 몸와 마음의 자리가 생긴다면 하나의 점을 새로 찍고 싶다. 이 세 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될 것이다. 밑변이 단단하게 받쳐주고 두 변은 위로 향해서 늘씬하게 뻗어있는 모습으로. 살다가 한 점이 빠져도 두 점을 이으면 선이 되고, 남은 그 둘 중에 하나가 빠져도 오롯이 살아남은 한 점이 다른 두 점을 기다려줄 것이다. 어느 날에는 점으로, 혹은 선으로, 도형으로 살아가겠지. 그리고 더 살다보면 삼각형 안에 색깔이 칠해지고 그 위에 다른 삼각형을 연이어 만들어서 나만의 도형 추상화가 될지도 모른다.

큰 욕심을 버려두고, 지금의 작고 반짝이는 두 점만을 가지고 1월을 살아간다. 2월에는 3월에는...그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쓰다보니 기대가 된다. 몸을 움직이기 전에는 알지 못하던 나의 마음 상태, 글을 쓰기 전에는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내 안의 솔직한 욕망들, 그것들 또한 사랑하며 짊어지고 앞으로 간다. 다가올 한 점을 기다리며. 올 해는 반드시 나에게 더 필요한 시기에 와 줄 것이라 믿으며. 나는 그렇게 일단 걸어가기로 선택한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3화거북이처럼 천천히 변해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