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일은 몇 개인가요?

생일로 들여다보는 나

by 여름

사람들은 몇 개의 생일을 가지고 살아갈까? 나만해도 음력 생일, 양력 생일이 있고 내가 의미부여한 새로

태어난 날의 생일이 있으니 도합 3가지나 된다. 어르신들을 보통 음력 생일을 따르고, 아마도 내 세대쯤은 거의 양력 생일을 따른다. 생일은 아주 어릴때 가장 풍성하고 어른이 되어갈수록 쪼그라드는 모양새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사람마다 달라서, 누군가는 생일 주간을 정해놓고 그 주 내내 축하받고 맛있는 것을 먹고 기념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 열정이 대단하다. 부럽다.

오늘은 2월 2일, 날짜가 너무 예쁘다. 월과 일이 같은 숫자인 것들을 나란히 모아보면 대체로 예쁘지만 저렇게 오리 모양을 한 2가 두 개나 모여있으니,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가 같이 헤엄을 치는 것만 같아서 귀엽다. 이런 귀여운 날이 나에게는 잊지 못하는 날로 기억된다.

2023년 2월 2일은 목요일이었다. 그리고 나의 분만 예정일이었다. 분만 예정일이 정해지고 나는 마음이 꽤 분주한 나날을 보냈었다. 조금만 배가 아파도 아기가 나오려나? 하고 비상초소에서 적군을 주시하는 군인처럼 바짝 군기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예정일에도 아기가 나오지 않아서 정해진 진료를 보러갔다. 아기가 내려오려면 한참 먼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배가 아팠다. 목요일에 일명 빠꾸를 맞고, 금요일에 다시 가니 선생님이 재차 돌아가라고 했다. 이 정도는 아기가 내려올 수 없는 진통이라고.

하...나는 내진을 하며 지옥을 맛보고 그래! 정말 하늘이 노래질때까지 참아보자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리고 드디어 토요일! 배가 아파도 응급실을 통해 들어가서 고생하다가 늦게 의사 선생님을 만났던 것을 기억한 나는,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새 내내 배가 아팠다. 쥐어짜는 고통으로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좁은 거실을 종종걸음으로 걸으며 호흡을 했다. 이 와중에 남편은 또 코골며 딥슬립하는 꼴을 보자니, 속으로 부아가 치밀었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 7시가 되었고, 왠지 아직은 가도 아기를 낳게 될 것 같지 않았다. 무슨 오기가 생긴 것인지 나는 당일 오후 3시까지 참았다. 사람들이 진통주기를 어플로 측정한다는데...그건 정신이 그나마 있으니 하는 일이지, 나는 켜 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매일 나때문에 뒤척이던 남편이 낮잠을 자던 시간!

깨웠다. 자기야....나 배가 너무 아픈데.. 응급실 가기 싫으니까 로컬 여성병원에 가보자~ 게슴츠레한 눈으로 남편이 전화를 했다.병원은 3시 40분이 마감이니 얼른 오라고 했다. 남편과 나는 옛동네에서 가까웠던 병원으로 향했고 바로 아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진통 주기로 볼 때는, 아직 멀었다더니 간호사가 내진을 하고 말했다. 산모님 3센티 열렸어요.

머리가 하얀, 경력이 아주 많이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이야기 하셨다.

지금 여기서 낳든지,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얼른 가든지 선택하라고! 으앗! 이렇게 갑자기? 어찌저찌 다시 다니던 병원으로 돌아가서 응급실에 입원하고 분만 준비를 했다. 운이 좋게 가족실이 비어있어서 가족실도 쓸 수 있었고, 분만 대기장에는 산모가 나 하나뿐이라 내 추한 꼴을 나와 남편과 의료진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밤 11시 33분, 입춘이 다 지나가기 전 2월 4일 토요일 밤. 아기가 세상밖으로 나왔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허리를 연신 억지로 젖히고 진짜 못하겠어요라고 말이 나올 때쯤 아기가 태어났다. 너무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만큼 고통도 커서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나같이 예민하고 겁이 많고 참을성이 없는 3단콤보의 인간이 어떻게 자연분만을 선택했는지 지금 돌아보니 너무나 미스터리다. 그래도 해내긴했다. 그 후로 몸이 돌아오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적어도 우리 친정엄마조차도 수술하라고 권했던 내가 자연분만을 하다니! 내 생에 두고두고 자랑하고 싶은 일이다. 아기는 그렇게 2월 4일, 생일을 맞이했다. 입춘과 함께 온 아기라니! 크리스마스도 발렌타인데이도 심지어 내 생일도 아니었지만, 내게는 이보다 로맨틱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기는 두 개 의 생일을 가지고 인생을 시작했다. 예정일인 2월2일과 진짜 세상밖으로 나온 2월 4일.

살면서 챙기는 기념일이 많다. 내 생일, 남편생일, 아이생일,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어린이날....그럼에도 우리가 좀 더 공들이고 하루쯤은 환하게 밝혀주고 싶은 것은 단연 아이의 생일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지난 두 해는 친정에서 보냈다. 그리고 올 해 처음으로 우리 가족만 여행을 간다. 비록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숙소도 세심하게 고르고 아이 선물도 미리 사두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케이크를 사고 가서는 물놀이도 해야지. 이 모든 것이 아이에게 맞춰져있다. 이런 생일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되돌아보니 사춘기가 진짜로 오기 전인 초등학생까지는 이런 생일을 보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주인공이 되어서 다른 식구들의 사랑을 받은 생일말이다. 지난 두 해동안 아이의 생일을 직접 챙겨준 친정엄마에게 너무 감사하다. 딸 생일도 아닌, 손주 생일에 파티 용품까지 사서 예쁘게 추억으로 만들어주던 엄마. 나는 무엇으로도 그 정성을 따라갈 수가 없다. 아마, 아이의 생일을 챙기는 남은 생애 내내 나는 그런 엄만 될 수 없을 것만 같다.


한 사람이 태어나면, 주민등록번호에 기재될 생일을 받는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태어남으로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생일을 선물한다. 아이가 태어나니 아이의 생일이기도 하고, 그냥 결혼한 여자에 불과했던 내가 엄마 타이틀을 거머쥔 생일이기도 하니까. 날생, 일일! 하나의 생일은 모두에게 연결되어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

세상 밖으로 나온 모두가 태어난 날에는 되도록 기쁘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면 좋겠다. 하필 생일인데 마음에 부대끼는 일이 일어나는 날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스스로 정한 또 다른 생일에는, 너무 좋아서 주체못하는 일이 하나쯤을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니, 모두가 태어나자마자 숫자로 받는 하루 말고, 마음 속에 새로운 숫자 한 쌍을 새로이 새겨보기 바란다. 생일은 소중하고 귀한 날이고, 당신은 생일정도는 두 개쯤 당연히 가지고 있을만큼 멋지고 찬란함에 틀림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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