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채널 3가지
아이가 자는 사이, 아이가 없는 사이, 아이를 재우고 하루가 끝날 무렵 나는 유툽을 본다. 아이가 더 어릴 적에는 정기결제를 하고 시청하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긴 시리즈를 오롯이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모두 해지했다. 내가 요즘 잘 보는 채널은 너무나 많지만 마음에 위안이 되는 것은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방데이지'라는 채널이다. 이 분은 고도비만에서 다이어트를 성공하고 또 다시 살이 쪘다가 빼는 일상을 담는다. 먹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며 예쁘게 옷을 입고 취미로는 등산을 즐긴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집해 산행을 가기도 하고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 일상을 담아오기도 한다. 이 사람은 비타민같다. 물론 카메라 앞에서는 즐겁고 기쁜 일만 편집되어서 전해져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긴다.
아마 결혼 전의 내가 가지지 못한 나의 모습, 혹은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살고 싶은 모습이여서 그런게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봤다. 호탕하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그녀의 모습은 늘 조금 지쳐있는 나에게 에너지를 주입해준다.
두 번째는 '콜미진' 채널이다. 이 분은 국제결혼을 해서 딸 아들을 낳고 캐나다인 남편과 사는 승무원이시다. 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로 건너가서 남편과 결혼을 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나이 마흔에 승무원이 되었다. 너무나 멋진 일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승무원일이 너무 좋다고 했다. 아이들 친구들이 집에 오면 옛날 한국 엄마처럼 밥을 해주고 간식을 내어준다. 그녀의 생활력 강한 모습이 나를 부끄럽게도 하고, 미래에 대해 고민도 하게 한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서로 잘 챙겨주는 가족들의 모습, 학원이나 과외없이 집 뒷마당에서 풀과 각종 재료를 가지고 노는 남매의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캐나다에 가서 저런 모습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타국에서 사는 서러움이 다 담기지 않았기에, 고국을 그리는 마음이 늘 보이는 것은 아니기에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그녀의 삶은 우여곡절이 많음에도 아름답다. 어쩌면 한국이 싫어서 캐나다에 발붙이고 국제결혼을 하고 싶었던 그 시절의 내가 꿈꿔왔던 현재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따뜻한 스토리가 있고 가족의 충만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할 만한 채널이다.
마지막은 '밀라논나' 채널이다. 이 분은 패션계에서 오래도록 활동했던 분으로 은퇴하고 주위의 권유로 유툽을 하게 되셨다. 책도 쓰셨고 봉사활동도 다니신다. 화려하고 멋진 이 분의 외모와 가끔 나가는 해외촬영보다 내가 더 몇 번 돌려보게되는 것은, 바로 앞으로 살아갈 세대에게 건네주는 덕담이나 조언이다.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었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것을 찾아가며 소박하게 사는 삶. 내가 나이가 들어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이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삶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이 분이 가진 지혜와 내면의 단단함에 놀랄 때가 많다. 그리고 내 고민과 무거움을 그곳에 던져놓기도 한다. 그래서 참 좋았고 지금도 변함없이 좋다. 어른의 지혜가 필요한 사람, 고상하고 우아하다는 말이 인간으로 만들어진 사람을 찾고 싶다면 이 채널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 아침만 해도 남편과 언쟁으로 침대 속에 파묻혀 버렸던 나. 어쩌면 내가 살고 싶은 모양대로 살지 못해서 자주 울적하고 불평이 많은 유약한 나. 남들이 내 사생활을 보는 게 싫어서 카톡 프로필에 가족 사진조차 올리지 않으면서, 아이러니하게 아이의 모습을 유툽에 담아볼까 싶어 채널명을 정해놓은 웃기는 짬뽕같은 나다.
이렇게 업앤다운이 오가면서도 남의 인생에서 나를 찾는 나는 이번 주에는 못 쓰겠지...절망했다가 다시 아이가 정신이 팔린 사이에 글을 쓴다. 입이 헐어 징징대는 아이에게 식빵에 땅콩버터를 발라서 떼어 먹여주는 장면은 아마 유툽 세계에는 남아있지 않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 속 저장 공간에는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내가 보는 모든 삶에는 채널 주인이 담겨있고 지나온, 지나가는, 지나갈, 내가 담겨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과거, 현재, 미래의 나를 영상 속에서 찾아간다. 혹시 누가 알까! 언젠가 나도 채널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 늘 분명하게 닫힌 결말이어야 안심하던 일상을 열린 결말로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