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101부터 105까지

by 여름

101.

헤어진 그 느낌이 말야.

뚝 끊어지면 시원할 거 같은데

그렇지가 않아.



내 마음이란게,

긴 마라톤을 다 뛰고

마지막 트랙만 돌면 결승선인데...

그 마지막 트랙에서

주저주저 거리는 달리기 선수같아.


분명 넘어져서 그 마음을 다시

돌릴 것도 아닌데

왜 그 끝을 보지 못하는 건지 나도 답답해.


102.

인간은 여실히 자기를 사랑한다.

궁극의 정거장엔

나와 나의 욕망과 나의 슬픔이 뒤섞여

나온 못난 작품들 곁에 서 있다.


누구를 사랑하는 것도

누구를 기대하는 것도

누구 안에서 자신을 보기에

괴롭고 새로운 시간이다.


103.

열정이라는 놈은 아침에 정점을 찍고

점심쯤 노곤대다가

저녁에는 내 인생에

그런것 따위는 없었던 것 처럼 행동한다.

특히 나른한 금요일 오후 세시 몇분 쯤

모두는 잠깐 시들어 있다.


104.

우리는 늘

가장 쉬운 것도 하려 하지 않으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의 답을 바라곤 한다.


105.

나와는 멀다고 생각했던

물컹하고 두려운 인생의 섹션들이

너무도 나와 가깝게 맞닿아 있고

심지어 내가 그 가운데 주인공이 됨을 볼 때

삶의 커다람을 본다.

나의 미약함을 만진다.


원체 인생이란게,

행복할 수만은 없다면…

불행을 지나갈 지혜라도

그것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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