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부터 165까지
161.
나는 그를 잊은게 아니라,
시간에 켜켜이 묻혀
꺼내보지 못 할 뿐이었다.
사랑하는 고모부를 떠나보내고 아주 오랜만에.
162.
매일의 사소한 불운을
잘 넘어가는 사람이
인생의 큰 불행을
견디는 사람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63.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모두가 나에게 잘 챙기고 친절하다는 평을 하지만
그것은 단지 내가 돌아설 때 아쉽지 않을 정도까지만으로 그 선을 정하고
돌아다니는 사람임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게 어떻게 가능해?
라고 묻지마는
반면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그걸 다 쏟고도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라고 묻고 싶다.
주어진 대로 살다보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라는 자유가 가장 어렵고
씩씩하게 혼자 해결해 오며 살아왔기에
당장 무너질 것 같은 날에도 한숨을 털어버릴 곳이 없다는 외로움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가볍게 손을 잡고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틈을 넓히는 일조차도 열심인 나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맨 살로 당신에 기어가고 있는 중임을
당신만 알아봐주면 좋겠다.
쓰리고 따가운 수고로 왔다는 것을
누구도 아니어도 좋으니
꼭
당신만
164.
조카를 안아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태어나서 자신이 가장 사랑받고
보살핌 받는 때를 기억할 수 없는 존재구나.
그래서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고 사랑을 주면
나도 모르는 사이 맹목적으로 스며들게 되는구나.
하고 말이다.
처음 나를 품에 안아서 등을 두드리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귓가에 아름다운 말만 들려주던
아득한 시절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만이
누군가 내게 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이유이구나.
라고 말이다.
165.
부모는 밑지는 장사다.
육체도 정신도 물질도
다 밑지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그 장사를 접질 않는다.
자식이 날카로운 말을 하고
내 듣기에 서운하여도
혹시나 내가 불씨가 되어
딸아이 사는 세상에
산불이 날까 전전긍긍하며
바알간 눈으로 눈물 짓다가
잠드는 게 부모 마음인 걸
계산 빠른 자식놈은 머리로나마
밑지는 장사를 알아간다.
그래도 고집스러운
부모를 말리지는 못할거다.
그러니 작은 불씨가
산불이 되어 타지 않고
모닥불 되어 이 차디찬 세상에
자식들 손발을 녹인다고
자주 웬만하면 자주
잊지 않고 말해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