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261부터 265까지

by 여름

261.

그렇다.

소소히 불평을 하고

자주 과거를 되씹기엔

내 인생에 거저 주어져

하물며 반짝이기까지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262.

사랑해도 아니고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이 말도 아니고


너랑 정이 많이 들었잖아.

진심을 담은 저 한 문장 안에서


황홀해지는 사랑의 고백도

설레서 솟아오르는 가슴을 누르느라 바쁜

좋아한다는 망설임도

흩어져서 빛을 잃는다.


다른 나라에는 없다는

저 이상한 정이라는 말이

다 소리내지기도 전에

눈물이 핑 도니


나에게 무서운 건

사랑도 호감도 아니라

누군가와 정이 드는 일

그 마음이 진심인 순간


263.

좋게 보려고 마음 먹으면

아주 심술맞은 일들도

조금은 뭉게구름 효과를 내고


나쁘게 보려고 결심을 하면

꽤 괜찮은 일들이

당장 태풍이 몰아칠 것 마냥 못마땅하다.


신은 그저 두 개의 안경만 주었겠지.

둘 중 그걸 골라서 눈에 쓰는 것은

우리의 손가락 끝에 맡겨두고서.


264.

매일의 나는

그저 아직

착륙할 장소를 찾지 못한

작은 비행기 일 뿐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당신은 추락하는 비행기라서

어딘가에 불시착해 불타고 있다고,

비행기 날개 한 쪽은 사라졌다고,

보고 싶은대로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날개가 꺾이든

불이 나서 연기가 매캐하든

비행기는 비행기이고

적어도 끝까지 날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265.

개인과 색

좋아하는 것 - 나에게 어울리는 것

그 어느 사이에서

늘 고민이 있다.


사람에게도

좋아하는 면 - 나에게 맞는 사람

그 어떤 간극에서

늘 주춤댄다.

작가의 이전글생각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