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04 - 5] 새로운 시야를 통해 감각을 일깨우다, noonset
오늘 하루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이 있나요? 끊임없이 보고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도 정작 머릿속에 남은 것들은 없는 채로 내일을 위해 눈을 감는 하루도 있지 않나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드넓은 대륙을 매체 하나로 연결해 주고 있고, 이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시대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끔은 필요 이상의 정보를 원하지 않더라도 접해야 하는 사회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물밀듯이 흘러들어오는 온갖 정보들이 눈과 귀와 정신세계를 피로하게 만들고, 심지어 범람하는 정보의 세계에서 분별력과 나의 본질을 잃은 채로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분별력을 흐려놓지 않기 위해 자신이 행동하는 것에 더욱 책임감을 지녀야 하는 세상이기도 하죠.
오늘은 두 눈으로 보는 시야에 추가된 새로운 시야를 통해 감각을 일깨우고자 하는 아티스트 noonset 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모든 청자에게 마냥 친절하지 않은 사운드와 시야에 관한 의미가 담긴 가사들로 사고를 확장시켜주고, 더 나아가 주체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noonset 님의 작품들과 함께 감상해 보세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noonset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9월 말에 첫 싱글 앨범을 발표했고, 여러 가지 방면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Q. 활동명을 noonset이라고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대 초반에 네팔로 여행을 가서, 굉장히 거대한 힌두교 사원을 본 적이 있어요. 탑에 사람 얼굴이 있으면, 두 눈 가운데 세로로 또 다른 눈이 나 있는 형상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비단 사원 말고도 곳곳에 형상들이 존재해서 현지인 친구에게 물어보니까, ‘지혜의 눈’이라고 불리는 상징적인 요소였어요.
시각적으로도 신선했고, 멋지게 다가와서 한창 빠져 있었고 활동명에도 영향을 줬어요. 계속해서 찾아보니까 비단 힌두교 문화권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 때부터 있던 명상이고 철학이 담겨 있는 컬트적인 요소더라구요. 신체에 붙어있는 눈을 통한 시야만이 아니라, 하나가 추가된 시야까지 지닌 채로 살아가겠다는 저의 다짐이 담겨 있어요. 눈이 하나 더 있는 시야에는 무얼 담고 있는지 여전히 정립해 나가고 있지만,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진지하게 창작 활동에 임하겠다는 막연한 포부로 삼고 있습니다.
Q. 제3의 눈이라는 이론에 대해서 추가적인 설명 부탁드려요.
힌두교의 이론 중에 일부인데, 머리부터 몸의 중앙을 따라서 흐르는 기를 ‘차크라’라고 불러요. 우리 몸에 일곱 가지 중심이 되는 장기들을 정리해놓은 건데, 그중 여섯 번째 차크라가 아즈나 차크라라고, 제3의 눈 차크라를 의미해요. 그 눈을 단련해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하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고 육체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기의 흐름이나 사람의 아우라를 볼 수 있다는 이론이에요.
어떻게 보면 터무니없어 보일 수 있고, 현대인들이 얼마나 공감을 할지 모르겠지만, 옛 고대인들의 지혜나 당시 사람들의 사상이 담겨 있다고 믿어요. 발전된 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원래 지니고 있었던, 편리한 세상에서 잃고 살 수밖에 없었던 예전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드러머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하셨잖아요.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주변에 하나둘씩 활동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사로 표현하는 것도 중시하는 편인데, 같은 주제더라도 아티스트가 어디를 집중하느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잖아요. 내가 만약 표현하게 된다면, 어디에 집중하게 될지 궁금해지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Q. 무아지경이라는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하셨는데,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 어디에 집중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셨나요?
시야에 대한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시야.
첫 곡 ‘잠수’는 오랜만에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 적 있는데, 마음 놓고 수영하기 쉽지 않잖아요. 마음 놓고 물에 빠져서 햇빛을 받는 상황이 너무 좋아서 곡으로 담아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명’이라는 곡의 경우, 제가 집 밖을 나서길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들이랑 부대끼는 게 싫고 불편하고. 한동안 그런 불편함이 지속된 적이 있어요. 사회에 너무 이슈가 많은데, 정답도 없고 상대의 말에 집중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말만 하는 게 당시에 거부감이 들었어요. 이런 것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해서라도 덜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쓴 가사예요.
‘새매’라는 곡은 <데미안>이라는 소설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예요. 새매가 데미안에 등장하는 새의 이름이거든요. 새가 알을 깨고 난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현상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투쟁 끝에 알을 깨고 나온 새가 처음 보게 된 시야는 무엇인지를 담아내려고 했어요. 가사도 새가 처음 날아올랐을 때 시야에 들어올만한 것들을 위주로 작성했어요.
Q. 무아지경이라는 앨범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앨범 커버를 보면, 얼굴 같은 형태가 있어요. 저희 집 부엌 사진이에요.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일을 담고 싶었어요. 얼굴 같은 형상 가운데에 눈을 하나 더 박을까 했는데, 눈셋이라는 활동명을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하게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두 눈으로 보는 시야에 추가된 하나의 시야라는 말을 담아낸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kxFb43Fw_1M
Q. 두 눈으로 보는 시야에 추가된 하나의 시야라는 소개글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눈’이라는 감각 기관을 특히 중시하는 이유가 있나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청각적인 자극보다 시각적인 자극에 좀 더 정신을 못 차리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청각적인 것은 일이고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듣는 게 익숙해진 것도 있고, 음악에 대한 취향이 정말 확고해서 제 취향이 아니면 잘 듣지 않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시각적인 요소는 선택권이 없잖아요. 안 보고 싶다고 평생 가리고 사는 게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담기는 게 많아요. 그래서 좀 더 다른 시야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제가 보고 싶은 걸 보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출발한 것 같아요. (웃음)
Q. 세 개의 눈으로 보는 시야는 두 개의 눈으로 보는 시야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신체적으로 보는 시야는 굉장히 좁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뒤로 간 곳에 세 번째 눈이 있다고 믿어요. 사물을 보던 그림을 보던 속해 있는 단체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든 안에 속해 있잖아요. 그런데 한 발자국만 뒤로 가서 생각해보면 해야 될 일을 잘 조율해서 해결해나가는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스스로에 대한 문제나, 작업물에 대한 방향도 그렇고.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항상 집착적이고, 강박적이고, 해결하지 못해서 고생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 시야에서 한 발자국만 멀어지면, 세상은 모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여유가 생기고 문제에 대해서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랑의 영역이 생기는 거죠. 헐뜯고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여유 있게 살아가고. 무조건 멀리서 봐야 한다는 것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순간도 분명 존재하지만, 너무 자세히 보면 괴로운 일이 될 때도 있잖아요. 멀리서 보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Q. 청자에게 배려 없는, 내고 싶은 소리를 내겠다는 마음으로 예술을 한다고 하셨어요.
청자들을 배려한 음악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들어온 음악들은 전부 배려가 없었고. 작품과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의 사이의 관계가 작품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있기 때문에 소비가 될 수 있는 건데.
저는 성격상 소비가 잘 될 만한 음악은 평생 못할 것 같아요. 굶어 죽는 지름길일지라도 평생 배려 없는 음악을 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배려 없는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평생 고맙게 여겨질 것 같아요.
Q. 분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분별력 있는 매체들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분별력을 갖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소비하고 얼마나 잔향이 남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얼마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느냐. 웃고 털어 넘길만한 미디어도 필요하지만, 대중들이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꼭 정답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화두를 받았을 때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것. 생각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게 만들어지는 매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인데, 너무 쉽고 간단하게 이루어지다 보니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들을 학습하고 성장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쉽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다 죽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휘발성이나 일회성이 짙은 미디어들은 소비를 안 하려고 하고, 그런 생각에 강박을 갖다 보니 제가 만드는 작업물에 대한 책임감이 항상 수반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끙끙대고 있구요. (웃음) 그래도 다른 사람이 제 작업물을 소비하면서 비롯된 생각이 내가 원하든 방향이든 아니든 그건 제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지만,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만드는 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창작자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생각하는 자세라고 해요. 인간이 유일하게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점이 생각을 할 수 있냐, 없냐에 있다고 믿거든요. 생각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이 큰 차이잖아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인간들의 생각에 따라 문화도 만들어지는 거고. 주어진 환경이 다르다 보니까 다양한 문화들이 형성되는 거고.
특히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창작은 결국 소비로 이어져야 하잖아요.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가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소비가 결국 공감을 해준다는 의미로 다가오잖아요. 생각의 양이 얼마나 무겁냐에 따라 분별력이 있냐 없냐의 잣대를 나누는 기준이 될 것 같아요.
Q. 현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말하고, 듣는 청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화두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앞으로의 프로젝트에서 담아보고 싶은 사회의 부조리는 어떤 면인가요?
지금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 앨범에는 제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말할 것 같아요. 극심한 불안, 시기나 질투나 다른 이를 폄하하고 싶은 이중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의 모습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몇 달간 앨범을 낸 후로 제가 갖고 있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주제로 사람과 대화하지 않을 때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게 당연하지만, 왜 내가 집중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궁금해지더라구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짧은 찰나의 눈초리나 수많은 개인적인 생각들을 마음대로 풀어서 작업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tS9_o2XRgQ
Q. noonset님의 음악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모든 사람에게 달콤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군가한테는 듣기 싫은 소음으로 치부될 수 있겠고, 어떤 누군가에게는 고맙게도 생각이 비롯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너무 좋다, 녹아내린다면서 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라고 만든 곡이 아니니까.
생각의 출구가 될 수 있는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감정의 분출이 잦지 않은 민족이잖아요. 항상 숨기고 살아야 하고, 옆에서 손뼉 치면 나도 손뼉 쳐야 하고. 제 음악을 소비하는 분들에게 그렇지 않은 매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이제 목표를 듣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해요. 오늘 시야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왔잖아요. 제3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야 속에서 내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비치길 바라시나요?
원하는 땅에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고 사는 게 목표예요. 사람 간의 관계에서 힘든 순간이 더 많아서, 저만의 안식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땅에 내 집을 짓고, 원하는 장비 가져다 놓고 원하는 곡을 만드는 삶을 영위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언제라도 이뤄서 다만 10일이라도 살다 죽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요.
시골 근처였으면 좋겠어요. 산 중턱이 될 수도 있겠고, 푸릇푸릇하고, 물은 항시 높게 흘렀으면 좋겠구요.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없었으면 좋겠고, 여러 생물들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곳을 항상 바라보면서 살고 싶어요.
Q. 아티스트로서 비치길 바라는 모습은요?
도전해 보고 싶은 영역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시를 보러 가면 영상 매체에 음악이 입혀진 경우가 많은데, 상투적이지 않고 굉장히 많은 고민 끝에 협업을 한 게 느껴져요.
음악의 형태라고 보기 어렵고 투박하더라도, 구조적이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음악을 협업의 형태로 만들어낸 작업을 하게 되면,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그만둬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막연한 흥미라 생각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공간에 음악을 더하는 방식의 작업이나, 주관이 많이 담길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주제가 맞고 성향이 맞는 형태라면, 평생 언제 하더라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3의 눈, 새롭게 확장된 시야에 대한 아티스트의 말씀이 여러모로 흥미롭고 인상 깊은 인터뷰였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없는 사회에서 진짜로 보고 싶은 것을 보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보이는 대로 그저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당신이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잠들어있던 감각 속에 던져놓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창작자의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했네요. 눈에 대한 관심은 너무 많은 세상의 정보들을 무작정 수용하려는 태도에 대한 경계이자, 사유를 통한 선택으로 주체적인 자신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지처럼 다가왔습니다. 흥미롭고 중요한 가치에 눈을 뜰 수 있게 해 준 noonset 님께 감사의 말씀드리며,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티스트 인스타그램 @noon_set_
LLW 인스타그램 @live.life_weir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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