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약사에게 빵은 제빵사에게- 빵돌이 프랑스 남자를 위한 이벤트
저희집 고랑이는 흔히 말하는 빵돌이입니다. 프랑스 사람이다 보니 빵은 그에게 '빵' 그 이상 이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Tartine (토스트 한 빵에 쨈 같은 스프레드를 발라먹는 프랑스 아침식사)와 향 좋은 커피는 그에게 가장 소중한 일상입니다. 항상 저희 집에는 그가 좋아하는 버터와 쨈(본마망 딸기 혹은 살구 쨈)이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사다 둡니다. 그리고, 늘 아쉬운 것은 중요한 빵-그나마 대형마트에서 조금 더 돈을 들여서 괜찮아 보이는 사워도우나 뺑드까사 등을 사 오긴 하지만, 뭐랄까 아쉬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며칠 전 빵 봉지에 표기되어있는 성분을 살펴보는데, '굳이 이런 성분들이 들어간 빵을 매일 고랑이를 먹게 해야 하나-'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집에서 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제가 예전에 일하던 곳에는 20년- 25년 정도 빵을 구우던 베이커 동료들이 있었어요.
제가 하는 일과 무척 다른 베이커들의 일을 보거나 대화하는 게 늘 재미있었고, 그들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들과 친해져서 늘 남은 바게트나 테스트했던 빵을 한 아름 집에 가져오곤 했어요.
저도 고랑이도 프랑스에서 먹던 빵들이 그리울 때가 있어서, 그렇게 빵을 얻어오면 버터와 치즈, 와인을 꺼내서 '오늘은 파티다!!' 하며 둘이 저녁을 함께 먹곤 했었어요. 그때 행복해하던 고랑이의 표정이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코로나 이후 집에서 쉬면서 집 오븐을 몇 번 테스트 해 본 결과 간단한 빵은 만들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유튜브 비디오 몇 개를 시청하면서 제 나름대로 레시피를 고쳐 빵 만들기에 도전-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빵들.
물, 밀가루, 소금, 오일, 이스트... 5가지 재료와 시간의 기적
긴 발효시간. 몇 번에 걸친 반죽 체크와 빵의 굽기 상태. 그리고 빵을 자르기까지 식히는 시간.
번거롭게 느껴지는 과정과 시간들로 생각지도 못했던 새 일상이 코로나로 인해 자리 잡았어요.
오늘도 오후도 고랑이와 티타임을 가진 후, 발효를 시작한 빵 반죽을 몇 번 만져가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참, 저는 잘 구워진 빵 한 조각을 제가 좋아하는 올리브 오일에 푹 담그듯이
먹는 것을 좋아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