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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Oct 30. 2022

남자 친구가 생겼다.

발리를 더 달콤하게 보내는 법.

모든 플러팅도 끝나고 지타 언니와 열심히 루프트탑 요가를 운영하던 어느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스튜디오를 나서는데 우리가 빌려 쓰던 공간 매니저인 마리안과 키 큰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사를 하니 뒤돌아 보는 그 남자애는 미소가 꼭 CEO 같았다. 다 가진 사람. 여유로움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그런데 ‘잘 웃는 애, 내 스타일은 아님’이 머릿속을 지나갔고 나는 루프트탑 스튜디오를 내려와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 수업에 그 남자애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한국어 수업시간이었는데 다른 한국인들과 열심히 수업을 듣고 갔다. 그리고 며칠 뒤는 크리스마스였다. 마리안은 요가원 선생님들을 자신이 여는 파티에 초대했다. 빌라를 빌리고 요리사를 부른 큰 파티였다. 그곳에 그 남자애는 또 있었다. 밥을 먹는데 옆자리에 앉았고 계속 말을 걸었다. 어느덧 우리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파티에서 우리의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그날 파티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 같았다. 파티가 끝날 무렵 바투 볼롱으로 향했다. 손을 잡고 걸었다. 원래 외국애들 손 잡는 거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던 밤바다를 거닐었다. 갑자기 별자리를 외웠다. 찐따인가 싶었다. 아씨 괜히 따라왔나 싶었다. 그런데 별빛 아래 잘생긴 이 친구 얼굴을 보니 차라리 찐따이면 괜찮겠다 싶었다. 다시 오토바이로 돌아오는 길에 자리한 샌드바(모래 위 비치 클럽)에서 춤도 추고 돌아왔다. 우리는 번호를 교환했다.


며칠 뒤 내 수업에 또 들어왔다. 수업이 끝나고 스무디 볼을 먹었고 길리 여행을 계획했다. 1월 1일도 함께 보냈다. 같이 살기로 했다.


길리 여행에 가는 길 내가 픽업차량을 불렀는데 이 친구들이 까먹고 오지를 않아서 우리는 배를 놓칠뻔했다. 다행히도 이 친구가 급히 알아본 배편으로 그랩 카를 타고 가 길리에 도착했다. 그 과정에서 화 한번 내지 않았다. 당연히 연애 초반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신기했다. 길리는 오토바이는 금지이고 자전거만 탈 수 있는 섬인데, 우리는 수영복을 입고 섬을 돌아다녔다. 안 가본 곳을 가보는 걸 좋아하는 ‘람’ 덕분에 꽤 조용한 바다에 쉬어갈 수 있었다. 조용하 바다에서 선셋을 보다 그 당시 발리에 놀러 왔던 페기 구 음악에 빠져있던 우리는 페기 구 ‘starry night’를 틀고 바다에서 춤을 췄다.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거북이도 봤다. 스노클링은 힘들었다. 바다 위에서 하는 서핑은 빠르고 신이 났지만 바닷속의 느린 흐름이 더 무서웠다. 그런데 ‘람’은 늘 답답한 구석이 있지만 스노클링을 참 잘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들린 라이브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나이가 좀 있는 아저씨가 우리가 예뻐 보였는지 갑자기 사진을 찍어주었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친절했다. 우리는 꽤 어울리는구나 했다. 썸을 오래 탄던 외국인도 인연이면 이렇게 빨리 되는 연애는 이렇게 빨리 되는구나 했다.


남자 친구랑 보는 선셋은 예전보다 조금 더 진하고 황홀했다. 그렇데 발리를 더 진하게 느꼈다. 노을처럼 발리랑 이별하는 수순인지도 모르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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