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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Oct 30. 2022

다시 돌아온 발리

발리에 남아있는 친구들은 건강해졌다.

2년 6개월 만에 돌아온 발리는 여전히 좋았다. 피곤할 줄 알았는데 오니까 힘이 더 났다. 종종 연락하던 전 남자 친구 ‘람’을 가장 먼저 만났다. 꼭 안아주었다. 어제 만난 사람처럼 편안했다. 페레 레난 모스틀리 레스토랑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산책을 했다. 발리가 이내 곧 편해졌다. ‘람’에 집으로 놀러 갔다. 처음 싸웠을 때 나에게 화해의 의미로 주었던 알로에 ‘알렉산드라’가  아기도 낳아서 넓은 화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곳곳에 정성을 들여가꾼 따뜻한 방에 오니 노곤했다. 한 숨 깊이 잤다. 아침에 일어나 맛있는 브런치 집에 갔다. 너무 달지 않고 딸기가 가득한 팬케이크 집으로 갔다. 영어를 많이 까먹어서 버벅대긴 했지만 꿈이 뭐냐고 물었다. 배시시 웃으면서 꿈을 얘기했다. 아침마다 만들어 주던 ‘람’의 과일 디저트들이 생각났다. 누군가의 꿈을 자주 맛보았구나 싶었다. 매일 운동도 가고, 일도 다시 시작하고, 조용한 발리를 자주 여행한 ‘람’은 건강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다시 사귀는 건 아니다. 서로 거리를 둔다. 람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를 보호하고 싶다. 거리를 두고 람을 온전한 한 인간으로 보고 있다. 가끔 불쑥불쑥 가지고 싶기도 하다. 너무 달콤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걸 나누지 못하게 한 나의 바쁨이 너무 미웠다.


여행을 가지 않고 머무르자 볼살이 붙은 친구도 있었고, 서핑을  많이  까무잡잡해진 친구도 있었다.  사이 집도 하나  짓고 가게를  친구도 있었다. 결혼을 하고 자리  잡은 다정한 부부도 보았다. 다들 힘든 시간들을 슬기롭게  이겨낸 모습이었고, 건강해 보였다. 코로나가 풀려 관광객이 많아져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거나 길리로 떠난 친구들 소식도 들렸다.


자주 가던 와룽에는 매일 보이던 3명 중 1명의 친구만 남아 일을 하고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데우스에 가니 더 잘 어울리는 힙한 모습으로 칵테일을 만들고 있었다. 결혼을 해서 자바섬으로 돌아간 친구 소식도 듣고 아기도 한 명씩 낳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는 늘 무슨 일이 생기면 불안과 걱정에 휩싸인다. 문제가 생겼다며 빨간색 조명을 비추고 어두운 곳에 시선을 낭비한다. 코로나가 위기에서 기회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하나의 분기점이 된 것 같다. 내면을 보고 안으로 들어오고 내가 더 나 다워지는 계기.


나 역시 하타요가를 하며 몸과 마음의 안을 잘 돌보았고, 일을 할 때 내가 주체가 되어하는 연습을 했다. 엄마와 붙어있으면서 마음속으로는 엄마로부터 더 많은 독립을 한 것 같다. 나는 당황스럽고 너무나 답답했던 코로나를 잘 보내온 내게 조용히 감사를 보낸다. 여기 코로나를 잘 이겨낸 우리에게 보내는 시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했으며,
운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더 깊이 귀 기울여 들었다.
어떤 이는 명상을 하고, 어떤 이는 기도를 하고
어떤 이는 춤을 추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치유되었다.
무지하고 위험하고 생각 없고 가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지구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위험이 지나갔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잃은 것을 애도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으며,
새로운 모습을 꿈꾸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치유받은 것처럼
지구를 완전히 치유해 나갔다.

키티 오메라, <마음 챙김의 시> 중에서.
이전 22화 현재를 충분히 사랑해야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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