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른다는 것, 물이 된다는 것.
흐른다는 것은 현존한다는 이야기다.
숨도 흐르고, 물도 흐른다. 삶도 흐른다.
과거나 미래에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흐른다는 것은 현존한다는 이야기다.
코로나로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살 때는 내가 자주 고여있다는 생각을 했다. 몸이 뻣뻣해지고 자주 살이 쪘다. 어디로 흐르고 싶지도 않았다. 계속 저 멀리 발리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때론 나의 이 고여있음이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라 합리화도 했다. 에너지를 모아야 또 흘러넘쳐 보낼 수 있으니. 좋은 기운과 같은 긍정적 에너지의 응축만이 아니라 살도 하나의 커다란 에너지여서 무언가를 위해 나는 살을 찌우고 어두운 시간을 보낸다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고요히 어둡게 머무르기로 했다.그래도 물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발리를 갈 수 없는 형편이니 무언가를 해보자 싶어서 ‘해운대 바다요가_물의 시간’을 오픈해서 매주 다양한 관광객들을 만났다. 나는 흐르지 않고 머물면서 멀리서 흘러 온 그들을 만나 흐름에 대해 물었다.
물의 시간을 통해 많은 함께 숨을 나누고 깊이 쉬어갔고 흐름을 나누었다.
잔잔한 흐름을 가진 사람도, 역동적인 흐름을 가졌다는 이도, 저 심해에 있는 흐름도 만났다.
조약돌 사이에 맴도는 시냇물도 만났고, 강 하류에 도달해 바다로의 진입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고, 어디로 떨어질까 구름 안에 머물며 숨 쉬는 물도 만났다.
파도도 만났고, 굽이굽이 흐르는 곡류도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곧 이내 흐르고 있는 물이라서 참 괜찮은 기분이었다. 이 우스운 질문에 당연히 흐르고 있죠!라는 대답을 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 쓸모없는 질문이지만 궁금해서 계속 질문했다. 내게도 계속 질문했다. 그냥. 나는 흐르지 않는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파도 같은 사람 같았다. 느리지만 커다랗고 두껍게 흐르는 하이타이드 같을 때도 있고 빠르고 정확하고 날카롭게 깨지는 로우타이드 같을 때도 있고. 나는 저 바다 멀리서 하이타이드가 시작되는 시기에 차오르는 물 같은 기분이었다. 살도 찌고 응축력도 강한 시기였다. 그리고 나는 폭발력 있게 발리로 왔다. 발리로 다시 여행 온 지 4일 만에 취직이 돼서. 그것이 날 발리로 폭발적으로 오게 했지만 잘 되진 않았지만. 다음 흐름을 기다리며 숨을 고른다.
흐르지 않는 삶도 좋다. 가만히 자리에 머무는 삶도 좋다. 하지만 머무는 걸 좋아하는 나는 머무름 안에서 차오르고 비워나가지고 흐름이 있음을 안다. 단순히 말해 티브이를 오래 보며 심신의 안정을 취하다 욕창이 차면 반대로 누워 마저 티브이를 보는 흐름 같은 것. 그래서 나는 흐르지 않는 삶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 몸도 70%가 물이라는 뻔한 지식도 근거가 되어준다. 내가 어떤 흐름을 가졌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삶의 파도를 타는 관조적이며 동시에 가장 자연스러운 춤을 추는 상태이다.
흐름은 순응만 하는 걸까? 흐름을 타다 보면 흐름을 역이용해 타고 나갈 수 있는 , 컷백과 풀아웃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서퍼가 되기도 하고, 흐름과 동행하며 더 크고 강력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 물줄기가 되기도 한다. 흐르는 삶이라는 것은 흐름에 순응하면서도 흐름을 만드는 삶이기도 한다.
명언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함께 음미하고 싶은 두 개의 글이 있다.
[노자, 성선약수]
으뜸가는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水善利萬物而不爭),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니(處衆人之所惡),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故幾於道)."
[야오간밍, 물처럼 사는 지혜]
1) 물처럼 자리매김을 잘해야 한다. 다른 것들이 앞 다퉈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애쓰는 반면에 물은 다른 것과 다투지 않으며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겸허히 처한다.
2) 물처럼 깊고 고요해야 한다. 깊은 심연은 겉으로는 아무 흔적이 없지만 그 내면의 깊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 속엔 마치 교룡蛟龍이 숨은 듯하고 보주寶珠가 잠긴 듯하다.
3) 물처럼 어질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물은 언제나 베풀고 두루 사랑하며 보답을 바라지도 않는다. 큰 나무라고 해서 더 많이 주거나, 작은 풀이라고 해서 더 적게 주지도 않는다.
4) 물처럼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말을 해야 할 때 할 줄 알고, 하지 말아야 할 때 말하지 않아야 한다. 물은 확 트였을 때는 도도하게 흐르고, 넘칠 때는 거친 물바람 소리를 내지만, 잔잔할 때는 아무 소리도 없이 침묵한다.
5) 물처럼 무위無爲와 유위有爲를 모두 잘해야 한다. 잘된 정치는 물처럼 아무 함이 없는 듯하면서도 모든 것을 촉촉이 적셔준다. 물처럼 맑고 고요해서 아무 함이 없지만,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는 유위도 있어야 한다.
6) 물처럼 능력을 잘 발휘해야 한다. 물은 생명체에게 양분을 주고, 사람들에는 전기와 같은 편리를 제공한다. 사람 역시 이를 본받아 '일함에 능란事善能'하여야 한다.
7) 물처럼 때를 맞춰 움직이고 멈춰야 한다. 물은 흘러가다 움푹 팬 곳에 이르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후에 흘러간다. 물길을 막는 장애물이 나타나면 그것을 돌아서 흘러간다. 낭떠러지를 만나면 내리꽂는 폭포가 되고, 협곡을 만나면 빠르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