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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20. 2023

카톡 프사에 드러나는 욕망

지옥에서 탈출하는 법


타인은 지옥이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어린 두 딸의 사진을 그녀의 카톡 프로필에서 자주 본다. 주중에 일하면서도 주말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체험학습을 가나보다. 동굴 앞에서 찍은 사진, 놀이동산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사진 속에 글자를 넣어서 어디인지 친절히 정보를 명시에 두기도 한다. 아이의 글쓰기 사진이 올라오기도 한다. 초등 1학년인데도 글을 야무지게 잘 쓴 일기라던지, 1학년이지만 2학년 수학을 풀고 있는 것이라든지 하는 것 말이다. 그 사람은 무엇을 드러내고 싶은 걸까. 타인이 보는 것을 알고 올리는 사진 속에서 그 사람의 욕망을 본다. 그리고 나의 욕망도 엿본다. 그 사람을 질투하거나 깎아내리려는 내 모습에서 말이다.    




지옥에 빠지지 않으려면

세상에 대해 공격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마음의 상태가 있고 한없이 너그러워져서 여유를 부리는 마음의 상태가 있다. 이제는 몸의 컨디션이 그 마음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지 점검해 볼 때가 많아졌다. 어젯밤에 잠을 깊이 못 잤거나, 아침부터 허둥지둥 시작했을 때는 마음이 날카롭다. 가족에게도 말이 곱게 안 나가고 사소한 일에도 불안이 커져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대의 경우에는 혹여 안 좋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쿨하게 수용하면서 더 큰 에너지로 상황을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버리기도 한다.


아이가 학원에서 풀라는 문제를 안 풀고 손목에 있던 머리끈으로 잠씨 딴짓을 하고 있다가 선생님께 작은 꾸중을 들었나 보다.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서러움이 복받쳐 울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그 선생님은 왜 그렇게 오늘따라 엄격하고 무서우신 건지 아이와 함께 선생님 흉도 같이 해 보이면서, 그러게 왜 집중 안 하고 딴짓을 해서 혼이 났냐고 아이를 다그치는 못난 엄마 버전 1. 울고 있는 아이를 토닥여주면서 입장을 잠시 공감해 주고 그랬구나를 시연하며 부처같이 인자한 얼굴로 웃어주고 다음번에는 잘해보자 고 너그럽게 상황을 한 번 쓱 넘어가는 여유 있는 버전 2. 오늘 나는 버전 2를 택했다. 지난밤 잠을 깊이 못 잤지만, 꿀 같은 사십여 분의 낮잠으로 몸의 상태가 좋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몸의 컨디션이 현실 상황을 압도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SNS의 사진 속에서 날카로운 생각이 들려하는 조짐을 느낄 때마다 얼른 알아차리는 스킬이 점점 늘고 있다. 좋지 않은 감정을 인지하는 순간 핸드폰 화면을 재빨리 끄고 침대에 누워서 잠시 피곤을 달래기만 하면, 반나절 뒤에는 다른 버전의 내가 깨어나 그들의 어떤 모습에도 여유롭게 손뼉 칠 수 있는 인자함이 충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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