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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22. 2023

내향인의 단톡방

구버전


곗돈이 남았다

11명이 있는 단톡방에 소속되어 있다. 돈을 쥐고 있는 총무님의 카톡은 때마다 어김없이 습격한다. "날 잡아서 볼까요. 답글 달리는 걸 보고 추진하겠습니다." 이 단톡방 구성원은 나에게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 네댓 명이고 안 보고 싶은 사람 한 명이 있고 보면 반갑고 안 봐도 그만인 사람이 네댓 명인 그룹이다. 총무의 알림 카톡을 본 순간 몇 명이 카톡을 읽었는지 재빠르게 확인했다. 11명 중에 나를 포함한 7명이 읽었고 안 읽은 사람이 3명이다. 눈치 게임이 시작된다. 읽은 사람이 누구인지 안 읽은 사람은 누구인지 알려주는 기능은 왜 안생긴단 말인가. 늘 그랬듯 답글을 먼저 달 생각은 전혀 없고 누가 먼저 뭐라고 답을 다는지 지켜보는 쪽을 선택한다.


모임에 참석할 마음은 반반이다

답을 달지 않는 이유를 굳이 말해보자면, 모임에 참석할지 말  마음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만남. 게다가 내 일정이 그 기간에 미정이다. 가겠다고 한 날짜에 가족계획이 생길 수 있어서 뭐라고 답하기가 애매하다. 그러나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날 모임에 참석하는 구성원이 누구냐에 따라서 나의 참석 여부가 결정된다. 내 답글은 달지 못했다. 분위기를 봐야 하기 때문이고 누가 참석하는지 봐야하기 때문이고 내가 보고 싶은 그 사람도 가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체적 분위기를 보고 답글을 달고 싶다. 분명 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어서 대부분 쉽게 답글을 달지 않는다. 내가 섣불리 일정을 말했다가 그 일정으로 정해지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투표 게시판마저도 눈치 작전

가지 각색의 일정에 대한 답변이 올라와서 총무가 투표 게시판을 만들었다. 투표도 소신껏 올리는 이가 있고 대다수가 찍는 표를 함께 선택하는 부류가 있다. 투표는 누가 했는지 확인이 가능하므로 끝까지 안하고 있을 순 없다. 다 달리는데 나만 안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적당히 치고 빠져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끝까지 안 읽은 숫자 1의 멤버가 누구일지 추측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10명 평소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투표를 한 인원을 제한 남은 사람 중에 평소 성격을 대입해 보면서 예측해 본다. 읽고도 답을 하지 않는 나같은 부류 속에서 눈치를 보느라 답을 안하는건지 정말 답할 시간이 없는지 단톡에는 답을 하지 않았지만 총무 개인톡으로 이미 연락을 했을 수도 있는 상황을 다 예측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 답글을 달았다. 재빨리 들어가 보니 1이 사라졌다. 역시나 그녀였다. 그녀는 읽으면 바로 자기 의사표현을 거침없이 한다. 그녀가 분위기를 장악해 모임을 추진해 간다. 역시나 모두가 참여하는 분위기고 나는 편승했다. 그룹에서 소심한 나는 여태껏 눈치를 보며 답글을 어찌 달지 고민하고 전체적인 흐름에 맞는 말을 절묘한 타이밍에 올리는 센스를 보이고 싶어 집중해서 내용을 보고 앉았다. 내향인에게 단톡방은 에너지가 쪽쪽 닳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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