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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24. 2023

그 아이 곁에 다정한 어른이 있는가

대화 격차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옛 동료를 만났다. 그녀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 이런 말을 했었다. 재우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그런 일은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외의 것들, 이를테면 부모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좋은 것인지, 교육적인 부분에서 창의성을 발휘해서 아이를 키워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정말 잘 해낼 자신이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 당시의 임산부를 보면서,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모로서 한 발 다가선 것이라 여겼다.


이제 20개월을 넘어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스타벅스에 앉아서 그녀가 또 이런 말을 했다.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그녀를 보면서 그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고학년 아이를 키우는 선배맘들을 만나서 어떻게 키우면 좋은 건지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 애쓰던 시절들이. 너무 궁금하고 빨리 쉽게 알아내고 싶어서, 그들을 만나면 좋은 팁들을 전수받을 줄 알았다. 막상 그 선배맘들이 하는 이야기는 뻔했다. 같이 있는 시간을 잘 보내라는 둥, 엄마가 기쁜 일을 하라는 둥, 말을 많이 걸어주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분명 뭔가 대단한 팁이 있을 텐데 영업비밀이라 숨기고 말해주지 않는 거라 여겼다.

그런데 초등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가 20개월 아이를 키우는 동료에게 하는 말이 다 그런 말이었다. 어제 나는 스타벅스에 앉아서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둥, 아이는 항상 나를 보고 있으니 그 아이에게 눈길을 더 주라는 둥, 못 알아듣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으니 뭐라도 말을 자꾸 걸어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앞에 앉은 동료가 어떤 느낌이었을지 뻔하다. 뭐 그런 뻔한 소리를 하고 있나요. 했을 거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누워서 내가 뱉은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이를 10년 동안 키운 내 교육철학이 응축된 말이었구나. 그간 내가 뼈저리게 깨달은 것을 말로 정리해서 뱉어내고 왔구나. 누가 나에게 다시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요.라고 묻는대도,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대도,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다. 아이와의 대화 그게 다라고.  


교육 격차는 곧 대화 격차라고 생각한다. 좋은 가정에서 자랐다는 것은, 아이 인생의 주변에 책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겪은 삶에서 삶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다정하게 말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를 살펴보면 그 아이의 집안 환경이 좋은 지 아닌 지 구별할 수 있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주변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듣고 자라므로 잘 클 수밖에 없다. 다정한 어른으로부터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게 좋고, 요즘은 어떤 분야가 전망이 있고 하는 식으로 알게 모르게 배워나간다. 부모가 자신의 삶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다정하게 아이와 대화하는 것. 가정교육은 그게 다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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