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트에 가득 담아 빌려옵니다
다 보지 않아도
쌓아놓고 봐야 한다.
책은 읽는 나의 방법이다. 한 권 만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겠다는 마음 따위는 버린 지 오래다. 그렇게 읽으면 재미가 없다. 마음 가는 대로 책을 빌린 뒤, 적어도 두세 권을 포개서 테이블에 올려둔다. 서로 장르가 다른 쪽이면 더 좋다. 철학 책과 심리학 책, 자기 계발서와 소설책도 좋다. 어떻게든 책이 섞이면 그 안에서 새로운 느낌이 나는 것도 좋아한다. 집에 있는 책장에서 매일의 오늘의 책 두어 권을 꺼내는 일은 익숙한 나의 의식이다. 그런데 집에 있는 책은 익숙해서 탈이다. 낯섦은 신선한 에너지를 불러온다. 그래서 도서관 책이 필요한 이유다. 전자책은 골라보는 맛이 제대로 안 느껴진다. 무거워도 도서관 책을 굳이 빌려서 몇 권 쌓아두는 이유다.
삼 년 정도 된 습관이 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매주 한 번은 간다. 우리 가족은 세 식구라서 한 사람에 다섯 권씩 모두 열다섯 권을 대출할 수 있다. 열다섯 권은 참 적당한 듯하면서도 아쉬울 때가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자리 잡고 있는 책꽂이가 따로 있어서 이제 그 자리 말고도 더 채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정도 책은 늘 있는 법이니까.
더 빌리고 싶다.
옆 동네 도서관으로 눈이 확장된다. 차로 십분 정도 가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 가 본 적은 종종 있으나 자주 가기에는 꺼려져서 회원 등록을 하지 않고 대출도 할 마음을 안 먹었던 곳이다. 얼마 전부터 그곳을 눈독 들이고 있다. 책을 더 빌리고 싶어서. 이왕 이렇게 책을 빌리는 습관이 잘 든 덕에, 조금 거리가 있어도 한 달에 두 번 더, 좀 멀리 가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그 도서관은 일인당 열 권의 책이 대여가능하다. 그러면 자그마치 삼십 권이다. 한 달에 두 번 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다.
때를 봤다.
회원 등록이 필요해서 한 번은 남편과 아이가 다 같이 가는 게 필요했다. 남편이 스스로 움직여 나들이처럼 갈 만한 때를. 그게 지난 주말이었다. 더워서 어디 야외에 가기는 부담되고, 두세 시간 정도 실내에 가볍게 갈 만한 곳이 필요했는데, 때를 맞춰 적당하게 넌지시 제안했다. 다 같이 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회원증을 만들고 비번을 설정해 두면 그 카드를 내가 들고 다니면서 삼십 권씩 빌릴 수 있다.
어른의 회원 가입은 간단했다.
가입을 하고 보안인증을 하면 된다. 그런데 14세 미만 어린이의 인증을 위해서 본인명의의 핸드폰으로 인증을 하거나 IPIN 인증을 해야 하는 절차를 몰랐다. 아이 핸드폰을 챙겨갔으면 됐는데 안 챙겨가서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열 권 + 열 권으로 장장 스무 권을 빌렸다.
너무 무겁다.
열다섯 권 빌릴 때는 그냥 가방에 넣어서 다니는 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스무 권쯤 되니 가방에 넣어도 무게가 상당했다. 다들 북카트를 많이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도서관은 작정하고 많이들 빌려가나 보다. 북카트가 따로 있어야 되겠다 싶었다. 바로 튼튼해 보이는 녀석으로 하나 결제했다. 마음에 쏙 든다. 이제부터 도서관 도서 대여용 북카트로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