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키보드에 빠졌다. 이것만 있으면 거의 내 마음의 소리를 바로바로 송신가능하다. 브런치 작가의 서랍으로 말이다. 집에는 두 개의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었다. 하나는 일할 때 쓰다가 집으로 가져온 것이고 하나는 집에서 쓰려고 산 것이다. 둘 다 내돈내산이다. 일할 때 쓰던 것은 흰 색깔에 길이가 컴퓨터에 연결하는 키보드와 유사하다. 집에 두고 쓰는 핑크는 그것의 절반 정도되는 길이에 아담한 사이즈다. 로지텍 사의 것이다. 이들은 거의 이년 오 개월 동안 내 책꽂이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뭔가 느낌적으로 저것이 날 살릴 생명줄이라고 생각해서 사 두었는데, 막상 어디에 어떻게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사용하지 못했다. 일상의 피로감에 꺼낼 에너지가 없었다고 하면 맞을까.
한 달 전 꺼낸, 내 블루투스 키보드는 그야말로 혁명이라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문제는 장소마다 이것을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이 생긴 것이다. 내가 주로 있는 방과 거실테이블에 각각 하나씩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그래서 핑크만 쓰다가 흰 키보드도 꺼내서 두었다. 각각의 위치로. 오랜만에 작동을 시켰는데도 둘 다 잘 기능하고 있어 오, 좋다. 싶었는데 꺼낸 지 3시간 만에 흰 키보드가 말썽이다. 작은따옴표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제멋대로 움직이고 멈추질 않아 모든 글을 지워버리고 만다. 충전이 덜 되어서 그런가 싶어 충전을 해 봐도 마찬가지다.
흰 키보드를 버리기는 싫어서 이 위치에 꼭 이것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어떻게든 다시 정상 작동을 하라고 이리저리 껐다 켰다 블루투스 연결을 해제했다가 다시 연결을 해본다고 시간을 한 시간이나 썼다. 내 글쓰기 에너지가 바닥났음은 물론이다. 아깝다. 한숨 돌리고 맨 정신으로 다시 생각해 본다. 그걸 살려 말어. 고장 난 키보드는 버리고 새로운 키보드로 장만하려고 장바구니에 빛의 속도로 담았다. 글을 토해내게 만드는 키보드에게 그 값이 아깝지 않았다. 내 마음의 소리를 연결하는 다리와도 같으니까 영롱하게 내 진심을 잘 연결해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