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이라도 내가 젊고 체력이 있을 때, 있는 에너지를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이와 노는 데 쓰자는 것이다. 어떻게든 재미있게 흠뻑 놀아서 추억을 남기고 싶다. 체력이 들고 돈이 들더라도. 어린 시절에 부모와 재밌게 논 추억은 어른이 되어도 기억에 남아,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건 나중에 돈 주고 사려해도 못 산다. 어린 시절 내 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데리고 틈만 나면 어딜 가서 진짜 재밌게 온몸으로 놀아주셨다. 그게 내 아빠의 특출 난 재능이었고 나는 그걸 물려받았다.
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매번 방학이 다가오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대략 사주 정도의 방학 동안 학습계획도 세우지만 학습과 무관한 놀 계획을 더 열심히 세우는 편이다. 역사탐방 이런 거 말고 진짜 무뇌로 놀기만 할 계획 말이다. 예를 들어 바닷가 해수욕장에 아침부터 가서 지칠 때까지 논다거나 에버랜드 같은 곳에 이른 아침부터 가서 줄 서서 불꽃놀이 할 때까지 있는다거나 수영장에 가서 지칠 때까지 노는 것 말이다. 하루 온종일 밖에서 온 가족이 함께 놀아야 하는 게 포인트다.
그러니 올해도 어김없다.
빡세게 놀아야 한다. 다가오는 방학에 놀 것만 해도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방학 전 주말도 아낌없이 계획한다. 사실 방학이 되면 주중에 학원 일정이 잡혀있어서 그렇게 혼을 쏙 빼도록 노는 건 길어봐야 일이 주가 다다. 학원 방학이 있는 삼일, 작정하고 학원 빼고 노는 일주일 말이다. 이번 주말 같은 경우 나는 이렇게 놀 작정을 한다. 되도록 무리한 스케줄을 짠다. 이런 식으로.
금요일 오후 하교하면 바로 기차 타고 친정으로 간다. 토요일 아침 실내 수영장으로 출발해 오후 4시까지 논다. 친정 근처 미역국 맛집을 아이가 좋아하는데 거기서 밥을 먹고 영화관으로 간다. 엘리멘탈 영화를 보고 교보문고를 다녀온 뒤 집에 와서 잔다. 일요일 아침 어제와 다른 워터파크를 간다. 아침 9시까지 가서 오후 5시까지 노는 거다. 친정으로 돌아와 옷정리를 하고 저녁을 먹고 쉬다가 밤 9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밤 10시 반이 되는 스케줄이다.
아이에게 토요일 수영장, 일요일 또 물놀이 스케줄을 말하면 '힘들어도 난 좋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노는 건 자신 있고, 돈이 좀 들긴 하는 게 신경 쓰이는데 이렇게 돈 쓸려고 돈 버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돈이 있어도 정작 시간이 없어서 못 노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막상 작정하고 수영장에서 이렇게 놀 날도 따지고 보면 손에 꼽는다. 학원스케줄이니, 같이 가는 사람 일정이 안맞거나, 엄마의 생리기간도 제외하고, 사람 많이 몰리는 극성수기 기간도 빼버리면 몇 번 안 된다. 많아야 두세 번 더 오게 되는 일정이 되는 것이다. 숙소 잡아 노는 비용 생각하면 숙소 대신 친정을 이용하고 워터파크 세네 번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단 무리한 계획은 짜뒀으니, 토요일 저녁에 아이의 컨디션을 보고 그다음 날도 놀 지, 가볍게 딴 데 가서 놀 지를 결정하려 한다. 일단 계획은 빡세게. 촘촘하게 놀 일정을 짜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이왕 놀기로 마음먹은 날은 노는 그 순간에만 집중해 자세히 들여다볼 작정이다. 아이가 얼마만큼 입이 벌리고 웃는지, 우리가 몇번이나 눈을 마주 보고 웃는지, 우리의 노는 모습을 헬리콥터의 시점으로 내려다보며 마음의 사진을 찍어두련다. 브런치로도 써야 하니까.